´˝˚³οο덕일& 정민

따오기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0. 21. 18:06

 

               

       

 

  [이덕일 사랑] 따오기


후한(後漢)의 마원(馬援)은 조카들이 비평하기 좋아하는 협객들과 가까이 지내자 "남의 과실을 들으면 부모의 이름을 듣는 것처럼 귀로는 듣지만 입으로는 말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후한서(後漢書) 마원(馬援)열전'에는 "곡(鵠)을 새기려다 이루지 못하면 목(鶩)은 될 수 있지만…호랑이를 그리려다 이루지 못하면 개가 된다〔刻鵠不成尙類鶩者也…�虎不成反類狗者也〕"라는 마원의 충고가 실려 있다. 훌륭한 사람과 사귀라는 말이다.

'소학(小學) 가언(嘉言)'편에도 실려 있는 내용인데, 곡(鵠)과 목(鶩)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곡(鵠)을 고니, 목(鶩)을 따오기라고 보기도 하지만 곡(鵠)을 따오기, 목(鶩)을 오리라고도 해석한다. 때로는 곡(鵠)과 목(鶩)을 모두 따오기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익(李瀷)은 '성호사설'에서 곡(鵠)과 목(鶩)은 '크고 작은 구별은 있을지라도 서로 비슷하다'면서 곡(鵠)은 황새〔�〕와 비슷한 따오기이고, 목(鶩)은 오리〔鴨〕라고 보았다.

따오기에 관한 시 중에는 당(唐) 왕발(王勃)의 등왕각서(�王閣序)가 가장 유명하다. 당의 홍주도독(洪州都督)이 남창(南昌)에 등왕각을 짓고 낙성식을 하면서 자기 사위에게 서(序)를 짓게 하려 했다. 이 사실을 알고 다른 객들이 모두 사양했는데, 왕발이 붓을 잡자 도독은 불쾌했으나 잠시 후 "천재다"라고 말했다고 '신당서 왕발 열전'은 전한다.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날고/가을 물은 긴 하늘과 한 빛이로다(落霞與孤鶩齊飛/秋水共長天一色)"라는 것이었다.

목은 이색도 '등왕각도(�王閣圖)'에서 "지는 노을 외로운 따오기, 물은 하늘에 떠 있도다(落霞孤鶩水浮空)"라고 이를 본떠 노래했다. 다산 정약용은 굶주리는 백성들을 애도한 기민시(飢民詩)에서 "야윈 목은 따오기처럼 늘어졌고/병든 피부는 닭거죽처럼 주름졌네(槁項�鵠形/病肉�鷄皮)"라고 따오기를 닭과 비교했다. 그만큼 흔했던 겨울철새였으나 멸종되었다. 최근 중국에서 한 쌍을 건네주었으니 기사회생(起死回生)의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입력 : 2008.10.20 22:06 / 수정 : 2008.10.20 22:59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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