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 ı Łονё 文學

漢 江 日 記 抄 / 김 린 주

수로보니게 여인 2008. 7. 10. 21:07
 


  漢 江 日 記 抄 

                                          김 린 주

 

    1. 번개 치던 날 밤의 기억      

     

           한 잔의 茶香이 아쉬운 시각, 철교 저 켠에서 
           횃불을 치켜든 사내가 불을 뚝뚝 흘리며 
           내 잠 속으로 걸어들어 온다. 
           진종일 하늘은 때 아닌 병을 얻어 앓아눕더니만 
           뒤꼍에 산발한 여인의 모습으로 수양버들이 떨고 
           江이 살아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새로 두 시에서 세 시 사이, 사면에 
           축복처럼 내리는 비, 아아, 빗줄기.

   2. 사모곡

 

           밤마다 어머니는 江을 건너 오셨다.

           꿈속에서인 듯 머리맡에 어머니는 앉아

           병약한 아들의 잠을 지켜보시고

           사, 랑, 합, 니, 다, 어, 머, 니.

           열리지 않는 입을 가까스로 움직여

           기도하시는 어머니 몰래 서투른 고백을 하고서

           부끄러워 눈을 감았다.

           잠이 깨기 전에 어머니는 江을 건너 가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江을 오르내리시는 어머니

           흰 치맛자락에 묻은 내 눈물자국 만큼이나

           나의 잠은 빠른 걸음으로 얼룩져 갔다.

 

   3. 立冬前夜

 

           한밤중, 먼 남도에서부터 외롭게 외롭게

           우리 시대 아픈 상흔을 따라 올라온 화물열차.

           사람이 그리웠던 고독한 기관사와

           무언의 악수를 나누고서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나는 야근하는 과부들과 홀아비들을 초대해 놓고

           서글픈 잔치를 벌였다.  횃불이 꺼지려하자 나는 정신 나간 喪主처럼

           마구 소리쳤다. 노동자들이여, 만세 !

           우리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江을 맴돌며

           서러운 춤을 추고 쉰 목소리로 만세를 불렀다.

           동틀 녘, 다시 남방한계선을 향해 떠나는

           화물열차의 외마디 기적소리에 놀라 눈을 뜨자

           눈물에 범벅이 된 채 나는 또 혼자가 되어 있었다.

  

   4. 幼年祭

 

           소년들이 江으로 모인다.

           더러는 낚싯줄을 드리우고 또는 투망질을 하며

           욕심만큼의 꿈을 낚아 올린다.

           어릴 적 내가 기르던 강아지,

           강변을 휘젓고 다니던 어린 친구들,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어디로 갔을까.

           지난겨울에 버려진 아기들 아직도 울고

           슬픈 엄마들 여전히 슬프고

           달 밝은 밤이면 소년들이 江으로 사라진다.   

 

   5.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추운 새벽마다 욕정처럼 불끈 솟아오르는

           그리움에 밀려 江가로 달려 나간다.

           청소부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빙 둘러 서 있다.

           그중 한 사내가 내게 손짓을 한다.

           나는 반가움에 그의 손을 덥석 잡았는데

           그는 내 멱살을 잡고 사납게 달려든다.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씨름을 계속했고

           결국 환도뼈를 다친 그가 항복하고 말았다.

           모닥불은 꺼지고 청소부들은 흩어지고

           그는 씁쓸히 웃으며 江을 건넜다.

           아침햇살에 금빛 비늘로 부서지는 江을 바라보며

           비로소 나는 건강한 잠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제가 군 생활하던 시절(22세), 한강철교에서 밤새 보초서면서 쓴 시입니다.

     옛날 시를 올려서 약간 그렇지만 시를 통해 피끓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가끔씩 쓴 웃음을 지을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