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It Down Make It Happen`

글쓰기 고수되기 8/ 공감을 이끄는 구체성

수로보니게 여인 2007. 12. 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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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고수되기 8-공감을 이끄는 구체성


잘 쓰인 글의 가장 중요한 점은 글쓴이의 생각이나 느낌을 독자가 공감하게 하고, 때로는 설득 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자신이 진심으로 느낀 바, 주장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일은 공간을 얻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글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아니한 청소년의 글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추상적인 어휘를 나열한 경우가 많다.

다음 학생의 글을 통해 생각해 보자.  

** 난 원래 책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다만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기가 일쑤였고 끝까지 읽었다 하더라도 내용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읽은 [가시고기]란 책은 달랐다. [가시고기]는 나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가시고기의 줄거리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 다음이를 위해 다음이 아버지가 눈물겨운 희생을 한 끝에, 다음이는 완치 되었지만 아버지는 병에 걸려 끝내 죽고 만다는 이야기다.

부인과 이혼 후, 아들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 치료비에 보탠다. 결국 집도 없이 낡은 차 안에서 글 쓰는 일을 하지만 많은 돈이 필요한 나머지 자신의 각막과 신장을 팔고 만다. 어떻게든 아들의 병을 고치려 하지만 결국 쇠약해진 아버지가 몸을 가누지 못할 처지가 되자 아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 아들을 떠나보내게 된다.

[가시고기]를 읽으면서 나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평소에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또한 잘 흘리지 않는 나였지만 [가시고기]를 읽는 동안에는 코끝이 찡해진 적이 많다.

또한 [가시고기]는 나로 하여금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책에 나오는 다음이네와는 다른 처지이지만 말이다. 나를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하러 나가시던 부모님……. 그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부모님이 피곤하신데도 곁에 다가가 먼저 어깨를 주무르며 ‘감사하다’, ‘사랑 한다’라고 한 마디 말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헛되이 보낸 오늘이 죽은 자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단 오늘이었다는 것을…….” 이 구절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그동안 약 15년을 살면서 내가 보냈던 요 며칠 사이 헛되이 보낸 날들에 대한 후회와 반성, 이미 죽은 자들에게는 그토록 살기를 갈망하던 날이었음에 미안한 감정도 든다.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가시고기]라는 책은 나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고 생각을 깊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책이라면 얼굴부터 찡그렸던 나에게 즐거운 존재로 남게 해 주었다. 앞으로 감동과 교훈을 주는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학생 글) ♡


이 글은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에 대한 독후감이다. 글쓴이가 [가시고기]를 재미있게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몇 번씩이나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피상적이고 포괄적인 총평만 있을 뿐, 구체적인 느낌의 표현이 없다.

예를 들어, “책을 원래 좋아하지 않지만 [가시고기]는 그렇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등 서두에서부터 같은 내용이 중복되고 있다. [가시고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한 뒤에도 “[가시고기]를 읽으면서 나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평소에 책이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가시고기]를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다.”라며 소감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그 감동을 독후감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해 줄 만한 글쓴이의 느낌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

글쓴이는 구체적인 느낌의 표현을 자신의 경험과 결부시켜서 전달하려고 시도한 듯한데, 연계성을 지니지 못하고 분리되어 기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뒷부분에는 삶의 가치까지 언급함으로서, 이 글의 주제가 부성애, 효도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자신의 주된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감동을 드러내 줄 주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관점을 정한 다은, 그 주된 감정을 드러내줄 효과적인 문장의 기술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시고기]에 대한 감상은, 작품 속 ‘아버지’ 의 사무치는 부성애를 중점으로 다룰 것인지, 가족애를 기반으로 한 글쓴이의 효심에 대해 다룰 것인지를 글을 쓰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그 중에서 부성애를 다룬다면. “각막과 신장을 팔았다.”는 메마른 기술보다는 각막과 신장을 팔거나 판 후의 눈물겨운 상황을 옮기거나 재구성하여 묘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 장면도, 병을 앓는 아이의 관점에서 기술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구체성을 지닐 수 있다.한편, 글쓴이가 특별히 이 작품으로부터 감명을 받게 된 이유를 글쓴이 개인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결부시켜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게 개념화되어 제시되어서 독자가 글쓴이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글의 구체성을 살리기 위해 연습해야 할 문장 기술 방식은 세밀한 ‘설명’과 구체적인 ‘묘사’이다. 특히, 앞에서 제시한 학생의 글은 피상적인 설명에 그쳐 있어서 구체적인 묘사의  기술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글쓰기를 이룰 수 있게 할 것이다.

묘사는 사물의 모양, 색깔, 소리 등의 특성을 주관성을 살려 옮겨 적는 기술 방법이다. 예컨대, 가을날 교정의 정취에 대해“나뭇잎들에 울긋불긋 붉고 노란 물이 들었다.”라는 평면적인 기술 보다는, “교문 앞에 늘어선 은행나무들에서는, 하늘까지 온통 노랗게 뒤덮은 잎새들이 금방이라도 노란 물을 뚝뚝 떨어뜨릴 듯 출렁인다.”라는 표현에서 더 세밀한 정보는 물론 글쓴이의 감정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오충연 l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