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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신비

수로보니게 여인 2014. 3. 6. 00:05

 

은밀한 일(2)

 

은밀한 중에

은밀히 보시는

아버지

 

아무도 없는

골방에 계시는

아버지

 

되풀이 말

싫어하시는

아버지

 

그 얼굴만

구하라 시는

아버지

 

문 꼭 닫고

둘만의 시간 갖자는

아버지

 

말 없어도

모든 것 아시는,

아버지 - 2013. 11. 09.


훈련

 

 

방을 들어서자 내 얼굴을 본 소년은 올라가지 않는 팔을 들썩인다.

천근이라 하는 것의 무게가 지금 그의 팔의 무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숙제 또 안하셨어요?’

‘예’

‘왜요? 그렇게 하기 싫으세요?

‘예’

그런데 나만 보면 팔이 자동으로 올라가는가 보다.

잠시 생각이 교차된다.

긍정적 반응이라는 마음으로

‘잠간만 있다가 하세요,

청소 먼저 하고요’

방안을 돌아 거실과 주방 바닥까지 닦고

걸레를 빨아 베란다에 내 널었다.

햇볕을 쬐기 위해서다.

 

먼저 양팔 스트레칭을 해주고

‘시작할까요?’

‘하나아, 두울, 세엣’,

  .

  .

  .

스물~.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눈치이다.

나를 보자마자 팔을 들썩이는 그가 고맙기도 안쓰럽기도 하여

‘조금 쉬었다 하세요’라는 나의 인심 쓰기에

의아해하는 눈치이다.

 

아 이 순수함

우리의 모습 어디에 이런 순수함이 있을까.

누워있던 세월만큼 세상을 접하지 않아서일까?

것보다 그의 마음 밭이 순하고 착해서일 거라는 마음에 따듯함이 내려앉는다.

 

그 오랜 세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육체를 끌고

아니,

그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같이 굳어진 육체를 움직이는 이의 손에 내 맡긴 채,

저리고 아픈 몸으로 보낸 세월에 마음의 균형이 일그러져 각이 서 있기도 하련만,

타고난 마음 밭이 여리고 순수한 것이 이유라는 생각에 마음 한 쪽이 아려온다.

 

주님

저가 처한 이런 상황도 주님의 절대 주권 아래 있음을 의심치 말아야 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어떤 계획하심이 있는 것인지요?

 

제게 그 일의 비밀을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그리고는

오늘 그의 몸에 돋아난 여린 잎을 봤다.

오후에는

혼자 양팔을 들어 올리는 것 아닌가?

해봐야 겨우 가슴을 밑도는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절대 혼자는 들어 올리지 못할 거 같던 양 팔을 들썩 들썩.

놀란 마음으로

‘어머 팔운동 하시려고요?’

‘예’

‘잘 생각하셨어요’

‘우리의 몸은 신비해서 생각하는 것을 반응하게 되어있어요.

처음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자꾸자꾸 훈련을 하면 조금씩 나아지게 되어 있거든요.’

'조금 씩 조금 씩……’

힘을 내서 조금 더 올려보세요’

‘것 보세요, 처음엔 팔이 가슴 위를 지나지 못했었는데 벌써 머리 위 까지 올릴 수 있잖아요!’

내 가슴이 퐁당거린다.

 

어제 또 그제

어떻게 하면 그가 무료해하지 않을까를 생각하다

호흡 조절이 딱 좋을 거라 여겨 부르던 동요 ‘퐁당퐁당’의 노랫말처럼

내 마음에 퐁당거림의 파문이 조용히 일었다.

 

 

나는 다리에 신경이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마사지 하고

그는 팔을 들어 올리며

‘하나아, 두울, 세엣’,

  .

  .

  .

스물

혼자, 한 팔을 의지해 들어 올린 ‘양팔 들어올리기’이다.

이는 내가 지어낸 스트레칭 이름이다.

‘발목 돌리기’

‘무릎 접기’ 등

나는 어느 사이 작명가가 되어있었고,

하얀 마음위에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는 화가가 되어 있었다. 

 

막 틔워낸 여린 잎이 손바닥만큼 자란 어느 날,

양팔을 벌리고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나무를 퐁당거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또 그린다.

 

아직은 스케치에 불과하지만

 

2014. 03. 05.

 

기쁨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