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16>
1주일 세번 요양병원서 함께 싱글벙글… "치매 아버지 웃음 되찾았어요"
입력 : 2013.06.18 03:00 | 수정 : 2013.06.18 10:02
[16] 고심 끝에 집 대신 요양시설로 아버지 모신 방송인 김혜영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으리으리한 좋은 시설보다는 자주 갈수있는 가까운곳 선택… 식사 등 잘 챙겨먹으니 호전
매일 담배2갑·술 즐겼던 아버지, 담배·술 공장 문닫았다 했더니 아쉬워하면서 둘 다 끊었어요
올해로 26년째 MBC 라디오에서 '싱글벙글쇼'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김혜영(51)씨의 아버지(85)는 치매 환자다. 김씨는 아버지를 집이 아닌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다. 2011년 10월 어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신 뒤 2남 4녀가 수차례 가족회의를 거쳐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김씨는 "주변 시선 때문에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했다. '불효(不孝)'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탓이다.
김씨는 "월남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다 국방부에서 주임상사로 정년퇴임 했는데 그 직후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20년 넘는 시간 동안 치매가 서서히 진행됐다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얼마나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철저한지 눈 감고도 원하는 물건을 찾을 정도였어요. 그런 아버지였으니까 충격이 컸죠. '이제 아버지의 삶은 뭐야' 하는 마음에 많이 울었고, 우리 가족의 행복은 끝난 건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김씨는 "월남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다 국방부에서 주임상사로 정년퇴임 했는데 그 직후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20년 넘는 시간 동안 치매가 서서히 진행됐다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얼마나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철저한지 눈 감고도 원하는 물건을 찾을 정도였어요. 그런 아버지였으니까 충격이 컸죠. '이제 아버지의 삶은 뭐야' 하는 마음에 많이 울었고, 우리 가족의 행복은 끝난 건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5RXPXxMY1xY
김씨 가족은 재작년 10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간병인이 24시간 붙어 있기는 힘들었고, 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김씨 가족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해결책은 '가족회의'였다. 회의에서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순번을 정해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아버지가 가족을 볼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김씨는 "요양시설에 아버지를 보낸다는 게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누구 한 명에게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를 돌보라는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을 결정하고도 선뜻 누구도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지 못했어요. 결국 언니가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차로 모셔다 드렸고, 그 뒤로 오랫동안 아버지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우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지요."
김씨는 결과적으로 요양시설에 아버지를 모신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했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면 지금처럼 가족이 화기애애하기는 힘들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어디로 모실지 고를 때도 고민이 많았어요. 남들 눈을 생각하면 으리으리한 좋은 시설에 보냈겠죠. 그러나 그게 아버지한테 무슨 소용이에요. 가족이 한 번이라도 더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모셨어요. 지금 보니 정말 잘한 선택이었죠."
김씨는 서울에 있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셨다. 김씨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시니 또박또박 아버지가 약과 식사를 챙겨드실 수 있어서 예전에 없던 미소까지 되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일주일 중 아버지를 만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어린애가 되니 자식들도 아버지에게 맞춰서 어린애가 됐어요. 우리 아버지가 평생 매일 담배 두 갑에 술까지 즐기던 분이었는데 담배 공장에 불났고, 술 공장도 문을 닫았다고 했더니 아쉬워하시면서 결국 둘 다 끊으시더라고요"라며 웃었다.
평생 군인으로 살았던 아버지를 위해 김씨 남매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아버지를 향해 '필승'을 외친다. 김씨는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라는 큰 나무가 선사하는 그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어요. 우리 남매는 나중에 둘러앉아 '우리는 아버지한테 잘했잖아'라고 회상할 수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아버지한테 잘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다들 그런 마음으로라도 부모님한테 잘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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