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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세번 요양병원서 함께 싱글벙글

수로보니게 여인 2013. 6. 21. 11:22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16>

1주일 세번 요양병원서 함께 싱글벙글… "치매 아버지 웃음 되찾았어요"

입력 : 2013.06.18 03:00 | 수정 : 2013.06.18 10:02

[16] 고심 끝에 집 대신 요양시설로 아버지 모신 방송인 김혜영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으리으리한 좋은 시설보다는 자주 갈수있는 가까운곳 선택… 식사 등 잘 챙겨먹으니 호전

매일 담배2갑·술 즐겼던 아버지, 담배·술 공장 문닫았다 했더니 아쉬워하면서 둘 다 끊었어요

올해로 26년째 MBC 라디오에서 '싱글벙글쇼'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김혜영(51)씨의 아버지(85)는 치매 환자다. 김씨는 아버지를 집이 아닌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다. 2011년 10월 어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신 뒤 2남 4녀가 수차례 가족회의를 거쳐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김씨는 "주변 시선 때문에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했다. '불효(不孝)'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탓이다.

김씨는 "월남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다 국방부에서 주임상사로 정년퇴임 했는데 그 직후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20년 넘는 시간 동안 치매가 서서히 진행됐다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얼마나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철저한지 눈 감고도 원하는 물건을 찾을 정도였어요. 그런 아버지였으니까 충격이 컸죠. '이제 아버지의 삶은 뭐야' 하는 마음에 많이 울었고, 우리 가족의 행복은 끝난 건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5RXPXxMY1xY


방송인 김혜영씨가 서울 영등포구 MBC 사옥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찍은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씨는“아버지가 다른 기억은 거의 다 잊었지만 자식들은 알아봐 줘 고맙다”며“아버지를 만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김씨 가족이 아버지의 치매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현실을 인정하고, 남매 간 소통을 통해 함께 해결책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폐가 될까 봐 아버지를 혼자 돌보겠다고 했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뜻을 존중하는 대신 집 안 청소나 아버지 목욕 등 '행사'가 있을 때는 모두 함께했다. "치매로 가족이 싸우는 것만큼 비극이 없어요. 달리 바꿀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치매로 인한 싸움은 금세 파국으로 이어지거든요. 우리 가족은 맏언니의 의견을 무조건 따랐습니다."

김씨 가족은 재작년 10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간병인이 24시간 붙어 있기는 힘들었고, 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김씨 가족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해결책은 '가족회의'였다. 회의에서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순번을 정해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아버지가 가족을 볼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김씨는 "요양시설에 아버지를 보낸다는 게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누구 한 명에게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를 돌보라는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을 결정하고도 선뜻 누구도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지 못했어요. 결국 언니가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차로 모셔다 드렸고, 그 뒤로 오랫동안 아버지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우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지요."

김씨는 결과적으로 요양시설에 아버지를 모신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했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면 지금처럼 가족이 화기애애하기는 힘들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어디로 모실지 고를 때도 고민이 많았어요. 남들 눈을 생각하면 으리으리한 좋은 시설에 보냈겠죠. 그러나 그게 아버지한테 무슨 소용이에요. 가족이 한 번이라도 더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모셨어요. 지금 보니 정말 잘한 선택이었죠."

김씨는 서울에 있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셨다. 김씨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시니 또박또박 아버지가 약과 식사를 챙겨드실 수 있어서 예전에 없던 미소까지 되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일주일 중 아버지를 만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어린애가 되니 자식들도 아버지에게 맞춰서 어린애가 됐어요. 우리 아버지가 평생 매일 담배 두 갑에 술까지 즐기던 분이었는데 담배 공장에 불났고, 술 공장도 문을 닫았다고 했더니 아쉬워하시면서 결국 둘 다 끊으시더라고요"라며 웃었다.

평생 군인으로 살았던 아버지를 위해 김씨 남매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아버지를 향해 '필승'을 외친다. 김씨는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라는 큰 나무가 선사하는 그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어요. 우리 남매는 나중에 둘러앉아 '우리는 아버지한테 잘했잖아'라고 회상할 수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아버지한테 잘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다들 그런 마음으로라도 부모님한테 잘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대책없는 집보다 치매요양시설이 더 좋은 2가지 이유

입력 : 2013.06.18 03:00

①약 제때제때 복용할 수 있고
②사람들과 교류로 뇌 활성화

"요양시설에 치매부모 보내면 不孝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를 무조건 가족이 돌보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요양시설에서 돌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진 한양대 의대 교수는 "치매 가족 상당수가 바빠서 약도 제대로 못 챙겨주면서, 단지 창피하다는 이유로 치매 환자를 요양시설에 안 보내려 한다"며 "요양시설 입소는 가족 입장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제때 복용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뇌를 활성화하는 것인데, 가족이 그럴 여유가 없을 땐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게 낫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 환자 가족들이‘웃음치료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강사 지도에 따라 서로 손을 맞대고 있다.
서울의 한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 환자 가족들이‘웃음치료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강사 지도에 따라 서로 손을 맞대고 있다. /이덕훈 기자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연자(가명·62)씨는 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2009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매 초기였던 김씨는 요양원을 알아봤지만, 아들딸이 요양원행(行)을 반대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자식들이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울에서 딸 집에 얹혀살았다. 집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한 김씨의 곁을 유일하게 지킨 건 몇 달마다 한 번씩 바뀌는 낯선 간병인뿐이었다.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음식도 제대로 못 삼킨다.

김씨의 치료를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김씨의 치매 진행 속도가 평균적인 치매 환자보다 훨씬 빠르다"며 "주변 교류 없이 혼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 탓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는 매일 똑같이 이어지는 무료한 생활에 뇌를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낯선 요양시설이 처음엔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변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게 된다"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워낙 많아 우울증까지 생긴 김씨는 요양시설에서 지냈다면 지금보다 상태가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진 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면 '불효(不孝)'라고 보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며 "병마와 싸우는 환자에게나 생업에 종사하는 가족에게나 요양원은 반드시 필요한 곳인 만큼 부끄러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