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아버지의 쌀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입력 : 2013.03.29 22:51
아버지의 쌀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 보면
쌀뜨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 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아버지는 밥을 푼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빛나는 밥 알갱이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잊지는 않으리
털이 숭숭 난 손으로 씻던
그,
하, 얀,
쌀
―우대식(1965~ )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 보면
쌀뜨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 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아버지는 밥을 푼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빛나는 밥 알갱이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잊지는 않으리
털이 숭숭 난 손으로 씻던
그,
하, 얀,
쌀
―우대식(1965~ )
여기 '어미 잃은' 어린 것, 그래서 자칫 '죽음에 가까운' 아들 곁에서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그때마다 잃은 아내와 남겨진 아이의 일로 쌀뜨물처럼 흐려지는 마음을, 아버지는 차분히, 차분히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어낸다. '부르르 부르르' 떨면서 잦아들어가는 흰 쌀밥. 처음 보는 밥이다. 솥뚜껑을 열면 뽀얗게 웃으며 피어올랐으리라. 슬픔을 익혔으니! 아버지의 사랑을 꿀떡꿀떡 삼키는 어린 아들을 본다. 철이 들어버린 어린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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