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童詩

아버지의 쌀/ 우대식(1965~ )

수로보니게 여인 2013. 3. 30. 14:27

[가슴으로 읽는 시] 아버지의 쌀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입력 : 2013.03.29 22:51

 

아버지의 쌀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 보면
쌀뜨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 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아버지는 밥을 푼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빛나는 밥 알갱이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잊지는 않으리
털이 숭숭 난 손으로 씻던
그,
하, 얀,


―우대식(1965~ )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별말이 없었다. 일생 나눈 말이 몇 마디 안 된다. 그게 좀 섭섭했었는데 나와 내 아들 사이에도 말이 없다. 그 대신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저녁이 많다. 뒷모습이 많고 헛기침이 많다. 게다가 그놈의 가난도 많다. 나도 아버지의 밥을 수년 먹었다. 석유곤로와 연탄불을 오가며 찌개를 끓이고 밥솥의 뜸을 들이던 마디 굵은 손. 손등 위에는 백열등 불빛이 중세처럼 조용했다.

여기 '어미 잃은' 어린 것, 그래서 자칫 '죽음에 가까운' 아들 곁에서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그때마다 잃은 아내와 남겨진 아이의 일로 쌀뜨물처럼 흐려지는 마음을, 아버지는 차분히, 차분히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어낸다. '부르르 부르르' 떨면서 잦아들어가는 흰 쌀밥. 처음 보는 밥이다. 솥뚜껑을 열면 뽀얗게 웃으며 피어올랐으리라. 슬픔을 익혔으니! 아버지의 사랑을 꿀떡꿀떡 삼키는 어린 아들을 본다. 철이 들어버린 어린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