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엔돌핀 팍팍

눈 오는 날엔

수로보니게 여인 2006. 12. 19. 00:04

  눈 오는 날엔

 

  서정윤 

 

 

 눈 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 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을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나>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 하여야 할 곳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 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조차

 허상일 수 있고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누구나 쓰고 있는 자신의 탈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갈 즈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뿐이다.

 하늘 가득 흩어지는 얼굴.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마지막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웃음을 이길 수 있는 가슴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눈오는 날엔.

 

 헤어짐도 만남처럼 가상이라면

 내 속에 그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만나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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