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번,
바람 한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린다
고재종(1957 ~ ) '첫사랑' 전문
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 라고 시인은 말한다.
꽃은 한겨울 독한 추위가 지나간 자리이기 때문이다.
차디찬 얼음불에 단단히 데었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겨울의 고통을 지나야만 매운 향기와 고운 색깔이
터져 나오도록 되어있는" 이 필연의 순환 속에서
시인은 눈과 나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찾아낸다.
눈은 녹아 사라지고 그 슬픈 사랑에 덴 자국만이
나뭇가지에 황홀하게 꽃으로 남는다.
김기택<시인>
(2004년 12월 2일) 신문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