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엔돌핀 팍팍

'첫사랑'

수로보니게 여인 2006. 12. 6. 01:13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번,

 

바람 한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린다

 

        고재종(1957 ~ )  '첫사랑' 전문

 

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 라고 시인은 말한다.

꽃은 한겨울 독한 추위가 지나간 자리이기 때문이다.

차디찬 얼음불에 단단히 데었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겨울의 고통을 지나야만 매운 향기와 고운 색깔이

터져 나오도록 되어있는" 이 필연의 순환 속에서

시인은 눈과 나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찾아낸다.  

눈은 녹아 사라지고 그 슬픈 사랑에 덴 자국만이

나뭇가지에 황홀하게 꽃으로 남는다.

 

                          김기택<시인>

 

                      (2004년 12월 2일) 신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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