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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행운 기다리는 넋/너무 시를 잘 쓰려고 하다보면

수로보니게 여인 2007. 2. 7. 20:12
행운 기다리는 넋


/접시꽃



긴 머리 풀어헤친
목쉰 바람의 울음
넋 잃은 외로운 혼
비척이는 몸 일으켜
온 어둠 헤메는
아스라한 전설 꽃

한(恨)서린 날개짓
한 잎 두 잎 살갗 뜯어
달빛 닮은 다리 놓아
혼(魂) 없는 빈 껍질
홀로 깨어 밤 밝히는
백설의 여정

이역(異域)넘지 못한 슬픔
제 몸 얼려 빚어
흔들리는 가지 끝에
영혼 곶 추 세우고
우주의 행운 기다리는
어깨 투명한 눈꽃

...............................................

이번 시는 잘 쓰기 위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
장기나 바둑을 둘 때,
너무 오래 생각하면 오히려 두지 말아야 할 수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이번에 쓴 시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연유는,
<행운을 기다리는 넋>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문제가 보입니다.
시 제목은 <크게 잡으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시는 가장 적은 언어로 가장 많은 것을 함축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다보면 <초점이 잡히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 제목으로
인생
사랑
삶의 무게
등의 큰 제목을 잡지 말라는 것입니다.

<행운을 기다리는 넋> 이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요.

시를 몇 번이나 읽어보았지만 제목과 연관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아스라한 전설 꽃>
<백설의 여정>
<투명한 눈꽃> 들이 주는 의미와
<행운을 기다리는 넋>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한 번 깊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혼 곶 추 세우고> 이 부분도
<영혼 곧추세우고>로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넋 잃은 외로운 혼> 이런 <현학적인 표현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주의 행운 기다리는
어깨 투명한 눈꽃>
이런 <애매모호한 표현>도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가장 경계를 해야 할 부분입니다.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지만(이해하리라 믿으면서) 이런 표현을
쓰면서 분명히 <본인도 정확하게 정립이 안 된 시어>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시는 본인이 만족하지 않으면
독자 역시 당연히 만족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점 반드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
접시꽃 님, 너무 잘써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쓰는 것도
<시를 잘 쓰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출처 : 행운 기다리는 넋/너무 시를 잘 쓰려고 하다보면
글쓴이 : 청어 원글보기
메모 : 나, 울고 싶다. 누가 나에게 글을 쓰라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