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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의 「풀이 보이지 않는다」를 배달하며

수로보니게 여인 2011. 4. 18. 14:19

 
고형렬, 「풀이 보이지 않는다」 (낭송 노계현)
 

 

 

고형렬의 「풀이 보이지 않는다」를 배달하며

뽑아도 뽑아도 풀이 없어지지 않고 어딘가로 숨는다는 건 밭일 하면서 풀을 뽑아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실감할 거예요. 며칠 있다 보면 전혀 손대지 것처럼 어느새 다시 자라있으니까요. 풀의 강인함과 끈질김과 생존 본능은 동물적이죠.

사람 눈치를 보기도 하고 달아나기도 하고 숨기도 하는 풀에서 더듬이가 예민한 동물의 움직임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보이는 곳에서 자라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 많이 자라는 풀들의 “존재하며 존재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 살짝 드러날 것 같기도 합니다. 시인의 감각으로 보니 풀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보다 늘 한 발짝 앞서서 궁리하고 빛처럼 움직이는 이상한 식물성 동물이기도 하고 만물의 이치를 감추고도 시치미 떼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은유를 무궁무진하게 품고 있지만, 그 풍부한 은유를 읽으려는 시인의 어린이 같은 맹렬한 호기심 앞에서는 조금씩 들켜주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