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골방 글쓰기

글짓는 마을/자기소개서 쓰기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1. 22. 18:09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자기소개서 쓰기



오늘부터 몇 주간 자기소개서에서 시작해
자서전 쓰는 방법까지 하겠습니다.


2010년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삶을 자신있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자기소개서는 보통 입사 또는 입학을 위한 1차 평가기준이다.
평가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자기소개서의 목적은 인사담당자에게 면접의 알리바이를 주는 것이에요.
알리바이하면 자신이 뭘 했는지 입증하는 정황 자료다.


이 친구는 면접을 한 번 봐야겠군, 하는 생각을 인사담당자로 하여금 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잠재력을 보여줄 정황 자료를 건네는 일이 지원자의 임무입니다.


예를 들어


'뽑아만 주시면 뼈가 으스러지도록 열정과 혼을 다 바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이렇게 썼다 칩시다. 이 사람을 채용해야 할 알리바이가 될까요


그건 본인 주장이지 증거 자료는 아니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건 지원자에게 필요한 당연한 덕목이니 하나마나한 이야기에 불과하죠.
지원자의 의욕을 입증할 만한 정황 증거를 찾아내 보여주어야 합니다.
'저는 적극적 성격을 지녔고 사교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렇게 적으면 안 됩니다.

본인이 판단하지 말고 그 글을 읽는 사람이 판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제대하고 나서 6개월 간 지하철에서 스타킹을 팔았습니다.

' 이렇게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러면 인사담당자가 알아서 판단하거든요.


경력 사원들이야 전문 경력이나 경험들이 뚜렷이 다르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들이 채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지 않지만
신입 사원들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같은 걸 하더라도 더 낫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허드렛일, 예를 들어 복사 한 장을 하더라도 귀퉁이 꺼멓게 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농도까지 적절히 맞추어 깔끔하게 해내는 놈이 있습니다.

인사담당자들은 전문가라서 이 미묘한 차이를 금세 알아차립니다.

똑같은 걸 경험했더라도 더 낫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학 시절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보통 이렇게 쓰고 말거든요. 그러면 안 됩니다.
과천 경마장에서 말 오줌 받았던 경험을 적고

기수들과 형동생 하는 사이가 되고 장내 아나운서와 대화를 나누었던 경험을 적으십시오.


똑같은 걸 겪었더라도 무엇을 도출해 내느냐 하는 게 그 사람의 개성과 능력을 입증하죠.


이 말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분 가리기' 방법을 권합니다.


사이토 다카시가 지은 미술감상 에세이인
<<명화를 결정짓는 다섯 가지 힘>>에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로
'부분 가리기' 방법이 나옵니다. 해당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손으로 가려 그 부분이 없다고 가정하고 그림을 보는 방법,
나는 이것을 ‘부분 가리기’라고 부릅니다.
누구나 이 방법을 직접 시험해봄으로써
그림의 전체적인 구성력을 파악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려진 일부분을 손으로 가려도 전체적인 인상과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 캔버스 속 사물들의 긴밀한 구성에
뭔가 불필요한 요소가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소개서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죠.

'충북 제천에서 2남2녀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이런 문장은 어떨까요

가려 보세요.
빼도 별로 상관 없다.


제가 최근에 모 공기업의 인턴사원들과
자기소개서 쓰기 연습을 해본 적 있는데요,
우리나라 부모님은 다 성실하고 인자하시더군요.


그것이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능력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구절은 되도록 빼는 게 깔끔합니다.
아까운 지면에 그런 걸 써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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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함께 읽을 좋은 문장


시 한 구절을 같이 읽죠.

심호택 시인의 "겨울 편지" 일부입니다.
이 시의 서정적 자아의 심정이 어떤 건지 상상해 보세요.


아픈 건 그럭저럭 나았소
올해도 김장 몇 포기 담갔소


당신이 사준 고동색 파카는
시골집 수도펌프가 입게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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