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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짓는 마을/여론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1. 1. 23:50
<<글 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여론


지난주에는 광장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간략히 복습해 볼까요


광장은 자유의 상징입니다. 광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적 입장을 표명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투표를 하거나 선거에 나서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것, 더 아름다운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일입니다.

역사철학자 딜타이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이해란 너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글쓰기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글쓰기의 목적인 공감 같은 걸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타인의 고통을 보고 같이 아파하는 거 말이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생소한 것뿐 아니라
익숙한 것(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잖아요. ‘아, 맞아맞아, 나도 그래…’
그러한 특수한 사례들을 열심히 파악하고 거기에서 어떤 일관된 통일성이나 연관성을 찾았을 때 우리는
‘객관적 정신’이나 ‘보편적 정신’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객관적 정신을 파악하고 나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타인의 경험을 다시 바라보면 예전에 비해 더 깊이있는 해석도 가능할 겁니다.
인간 정신은 그렇게 성숙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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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는 여론입니다. 광장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장이니까,
여기서 의견이 모이면 여론이 되는 거겠지요.

여론이라는 말의 어원도 그렇습니다.
여론(輿論)의 '여'자는 '가마'라는 뜻입니다.
가마는 여러 사람이 들어야 움직이는 거잖아요.
여론이 그런거죠. 개인 의견이 공감을 획득하면 여론으로 변하는 겁니다.


영어로는 여론을 public opinion 이라고 말하잖아요.
여기에도 뭔가 특별한 뜻이 있을까요


서구에서 쓰는 opinion이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 'doxa'인데요,
진리와 상관없는 개인의 생각을 가리킵니다.
이걸 처음 구분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 입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진리의 여신을 따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의견을 따르는 길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론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좋은 점도 있지만 무척 위험한 측면도 있지요.
그걸 경고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좋을 듯합니다.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그것이 진리에 가까워지는 건 아니거든요.
소크라테스가 죽은 이유도 여론 때문이었거든요.
젊은이들을 나쁜 길로 이끈다는 여론에 밀려 배심원들이 사형 판결을 내린 겁니다.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여론 형성 경로가 다양해진 건 사실이지만,
매스미디어의 여론 주도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여론을 움직이는 매스미디어의 역할... 어떻게 보는 게 좋겠습니까.


좋은 미디어냐 그렇지 않냐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저는 사실 보도에 치중하냐, 아니면 여론 선동에 치중하냐 하는 기준으로 그 둘을 나눕니다.

파르메니데스의 말처럼 하나는 진리를 추구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의견을 따르는 길이죠.

이른바 선정적 언론이라고 불리는 매체들은 대중적 인기만을 추구하느라
사실 전달에 미온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디어의 역할은 여론 주도가 아니라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실 정보를 파헤쳐 시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진실을 전달하려면 사실 관계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지하철 난투극 동영상 `폭력 할머니` 논란 사실일까"
그런데 이 기사에는 사실 정보가 없습니다. 이렇다 하더라,
저렇다 하더라, 인터넷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라...뭐 이런 식이에요.
이런 보도는 참으로 무책임합니다. 직접 취재하고 정황 증거를 확보하여
독자에게 보여주어야지요.


인터넷 여론몰이는 인터넷 마녀사냥이 되기도 하죠.


글쓰기에서 참으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 정보 부풀리기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전할 때 더 재미있고 극적으로 전달하려고
수치를 조금 부풀리거나 악의없이 약간 과장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별다른 악의없이 원정보를 부풀리는 순간 인터넷 마녀사냥의 불씨를 지피는 것이라는 점을 늘 명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인터넷 마녀사냥 같은 여론몰이가 벌어지는 반면,
인터넷 여론은 위급한 상황에 힘을 모으거나 훈훈한 미담을 전하는 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양면성이 존재하니까요.
 
9월초, 당진 어느 제철소에서 용광로에 빠져 죽은 한 청년의 사고 소식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청년을 추모하는 시 한 편이 인터넷 공간에 회자되었죠.
시 제목은 '그 쇳물 쓰지 마라'입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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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읽을 좋은 문장 하나
철학자 강유원 박사의 말을 소개합니다.

"남이 날 알아주고 있다는 느낌,
이게 독약이다. 스치기만 해도 죽는..."

독자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면 위험에 빠질 수 있겠지요.


다음주 테마는 독자투고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