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생각 바꾸기

생각을 뒤집어라/짧게 말하라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1. 8. 22:46
<<생각을 뒤집어라>>


오늘은 짧게 말하라 라는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주례사를 듣지 않습니까.
그런데 주례사가 길어지면 어떻게들 하나요
다들 따분해하지요. 하품도 하고, 잘 듣지도 않지요.


사람들이 남의 얘기를 들을 때
집중해서 듣는 시간은 불과 8초밖에 안 된답니다.
그러니 뭐 특별한 이야기도 없는데 길게 주례사를 하면 당연히 따분하고 하품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주례사는 아무리 길게 늘여도 결론이 뭐죠
결국 잘 사세요. 이 한마디 아닐까요


격려사는 아무리 길게 늘여도 결론은 잘 하세요, 일겁니다.
사는 아무리 길게 늘여도 결론은 잘 보세요, 일겁니다.
추도사는 아무리 길게 늘여도 결론은 뭘까요
잘 가세요


주례사는 잘 사세요.
격려사는 잘 하세요,
사는 잘 보세요,
추도사는 잘 가세요.


제가 아는 우리나라 1세대 카피라이터 중에 이런 분이 계십니다.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잘 안 잡는 분인데 거절할 수 없는 부탁 때문에
딱 한번 주례를 서신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분의 주례사가 딱 한 줄이었답니다.
그 한 줄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제가 직접 듣지 않아서 모르지만
주례선생님 말씀 듣겠습니다, 했는데
딱 한 줄만 얘기하고 끝내버렸다는 겁니다.


하객의 박수가 정말 대단했답니다.
박수 소리 듣는 시간이 주례사 듣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었답니다.


그 한 줄이 뭐였는지 저도 모르지만 그게 어떤 한마디였든
부부의 뇌리에 팍 박히지 않았을까요.
많은 얘기를 하면 그 얘기들끼리 서로 싸워서
결국 한마디도 기억 못하게 만드는 거니까요.
많이 전하려다가는 하나도 못 전한다는 겁니다.


15초 TV광고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15초 동안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을 텐데
대개 한두 마디 딱 하고 끝이잖아요.
그래야 그 한두 마디가 전달된다는 겁니다.


제 글 중에도 짧은 글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제 책에 실린 글들 중에 짧은 글들을 유난히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더니, 역시 군더더기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흔히 사족이라 하는 것들.
우리는 말이나 글에서 이 사족을 너무 많이 붙인다는 겁니다.
왜 자꾸 사족을 붙일까요


물론 자세하게 얘기하는 게 친절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자기 하는 말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사족을 붙입니다.
뭔가 자꾸 보충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주저리주저리 길어지는 거지요.
그리고 방금 말씀드린 욕심도 사족을 붙이는 데 한 몫 하지요.


저는 카피라이터들에게는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할 말을 하고 그것으로 끝


카피라이터들은 압축하는 훈련이 많이 되어있습니다.
제가 짧은 글에 강한 것도 카피라이터 생활을 오래 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카피라이터는 두 가지 일을 합니다.
하나는 쓰는 일, 하나는 걷어내는 일.


어떤 글이든 다 쓰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연필을 들고 다시 보는 겁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걷어낸 단어나 구절들이 보인다는 겁니다.
어쩔 땐 문장 하나를 통째로 걷어낼 때도 있지요.
그렇게 걷어내는 작업을 두 차례 정도 해야 문장에 군더더기가 안 붙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글이든 글을 완성하고 나면 꼭 걷어내면서 압축하는 과정을 꼭 거쳐보십시오.
글이 한층 간결해지고 맛도 좋아질 겁니다.


인생이라는 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인생 하면 정말 할 말이 많겠지만 저는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인생>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짧은 글에는 긴 설명이 없으니까
오히려 읽는 집중력이 커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냥 작가 혼자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말을 걸며 그 글속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거지요.


그러니까 글을 쓸 때는
수많은 청중 앞에서 내가 연설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중 한명 하고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얘기한다고 생각하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라는 표현보다
당신, 너, 그대 같은 표현이 정말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더 주겠지요.


<친구 구분법> 이라는 글도 있습니다.

지금 한 친구를 떠올려보라.
떠올렸는가
그가 친구다.


독자에게 말을 걸고 글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도 그렇지만 말할 때도 똑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충고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전문가들은 길게 충고하지 않습니다.
핵심 한마디만 꼭 찔러주지요.
그런데 충고한다고 길게길게 늘어놓으면 그건 잔소리가 되어버리는 거지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충고뿐 아니라 칭찬이나 꾸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칭찬도 짧게, 꾸중은 더 짧게 하라는 겁니다.
그게 긴 시간 붙들고 얘기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짧은 글 하나 더 소개해 드릴께요.

<몸이 마음에게> 라는 글입니다.

나는 조금 더 움직일 테니, 너는 그만 좀 움직여.


우리 마음은 너무 자주 변덕스럽게 움직이고,
몸은 게을러서 움직이지 않고...


이 글을 늘여서 쓰면 이렇게 되겠지요.


우리 마음은 변덕이 심합니다. 그래서 너무 자주 움직입니다.
그런데 몸은 마음처럼 잘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몸을 더 자주 움직여야 하지만, 마음은 자주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풀어쓰면 그만큼 울림 줄어든다는 말씀입니다.


<느리게> 라는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느리게>


너무 빨리 걷는 사람은 침을 뱉으면 자기 발등에 떨어진다.


우리가 느리게 살자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걸 딱 한줄에 옮겨본 겁니다.
짧은 만큼 임팩트가 있는 거지요.


이런 짧은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하면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하는 트워터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도 트위터에 가끔 글을 올리는데
이게 140자 이내로 내 생각을 말하는 거라서
짧은 글 쓰는 훈련이 되어 있으면 아주 쉽고 또 유리하지요.


제가 트위터에 쓴 글을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약>이라는 글입니다.

한권의 책.
한잔의 술.
한술의 밥.
한숨의 잠.
한마디 말.
진짜 좋은 약은 약국 밖에 있다.

지금 이 약이라는 글에서 더 걷어낼 만한 사족이 있는지
살펴보면 아마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좋은 글이란 더는 걷어낼 것이 없는 상태,
라고 생각하셔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제가 얼마 전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엄마>라는 글입니다.


나이가 들면 엄마를 이기지만
철이 들면 엄마를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엄마를 이기는 경우가 있다 해도 그건 엄마가 져주시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