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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여행

수로보니게 여인 2010. 8. 2. 20:29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여행


 

2주에 걸쳐 여행과 관련한 글쓰기 연습을 할 텐데요,
오늘은 넓은 의미에서 본 여행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고
다음주에는 실제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본 여행이란?

노는 거지요. 일이나 일상적 일에서 벗어나는 일 말예요.
그런데 무작정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나 일과로 되돌아오기 위해
노는 게 여행입니다.
책 읽기나, 영화 보기, 공연 관람 같은 것도
모두 여행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여가 활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행의 목적은 현재 삶의 질을 높이는 거지요.
낯선 것을 경험하면 지적이거나, 정서적인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심사숙고하게 되죠. ‘낯설게 하기’란 문학연구자들이 만든 말인데요
문학을 포함한 예술의 기능을 설명합니다.
평범하거나 보편적인 개념을 낯선 방식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거지요.

목적지가 같아도 그곳에 이르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죠.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 같은 걸 떠올려도 좋습니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이렇게 규정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인생의 여정이라는 표현도 있는 거죠. 주위를 돌아보면
부분이 작은 전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방송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일도 작은 인생이고,
운전하면서 벌어지는 상황들도 인생의 축소판이며,
야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구 경기는 종종 인생의 모습에 빗대 표현되기도 하죠.
야구란 게 집 나갔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거잖아요.
집 나가서 개고생한 다음 집에 돌아오면 그 대가로 1점을 얻습니다.
친구 세 명이 집 나가서 고생하고 있을 때 영웅처럼 등장해
한꺼번에 모두 집으로 불러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홈런이죠. 만루홈런.

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보면 이런 보편적 여행 형식을 띤 작품이 많아요.
여행을 떠나서 낯선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 이전보다 쬐끔 더 나은 인간이 된다는 구조죠.

글쓰기 수업 시간에 다루었던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같은 작품이나,
<스타워즈>, <오즈의 마법사> 같은 영화들도 이런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도
대개 이런 구조 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웃의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여행 이야기는 크든 작든 모두 영웅담입니다.
여행을 거치면서 더 나은 인간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들을 담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늘 지루하고 뻔한 일상사가 먼저 나옵니다. 이게 도입부에 해당하고요,
주인공에게 갈등과 시련이 닥칩니다. 그리고 여러 조력자들과 함께
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 나오고, 결국 왔던 곳으로 되돌아오죠.
이때 주인공은 시련 극복에 대한 보상을 받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시작 - 시련 - 극복 - 귀환

여행 모티브를 잘 보여주는 작품 하나를 가지고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죠.

영화 <오즈의 마법사> 역시 여행 모티브를 담은 영웅담입니다.
먼저 시골 캔자스의 지루한 일상이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여행을 떠나기 전 캔자스의 풍경을 흑백으로 표현합니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될 무렵 컬러로 바뀌죠.

도로시라는 평범하고 착한 아이는 더 성숙하고 완전해지려는
인간의 메타포예요. 각 캐릭터는 모두 인간의 단면을 상징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뇌없는 허수아비는 ‘지성’을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이고,
양철인간이 갖고자 하는 건 ‘감정’입니다.
용기없는 사자는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주요한 동기인
‘의욕’을 얻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글쓰기에서 다루는 주요한 영역인 ‘지성’, ‘감정’, ‘의욕’이
모두 나오는 것입니다. 심지어 도로시의 강아지 토토는
인간의 밑바탕에 놓인 본능이나 직관을 상징합니다.

도입부에 이런 장면이 나와요.
도로시가 돼지 우리 울타리 위에서 위태하게 균형을 잡으며 걷다가
우리 속에 빠집니다. 그런데 동네 아저씨들(농장 인부) 세 명이
도로시를 꺼내 줍니다. 영화를 유심히 본 분들은 이 세 사람이
앞으로 만나게 될 인물들을 암시한다는 점을 알 겁니다.

바로 허수아비, 양철인간, 사자입니다.

혼자 독불장군식으로 전세계를 구원하는 슈퍼히어로는 없어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진정한 인간 관계라는 것을
<오즈의 마법사>는 보여주는 것이죠.

우리가 영웅담에 공감하는 것은
우리 안에 영웅의 소질이 깃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발견하는 게 영웅담을 읽는 까닭이고, 또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죠.

우리 안에는 영웅다움이 있어요.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인정받고 싶은 마음, 성공을 향한 갈망, 자유 의지,
복수심, 정의실현, 자아실현 같은 것 말예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여행이란 낯선 경험을 통해 자기 안에 이미 있는
영웅적 소질을 발견하여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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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전상현 씨가 지은 <<골 때리는 축구열국지>>에 나온 구절을 소개합니다.

명문 클럽팀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메인 스폰서가 지불해야 할 돈은 천문학적인 액수다. [중략] [그런데] FC 바르셀로나의 가슴엔 UNICEF라고 쓰여있다. 2006년 9월 12일, FC 바르셀로나는 유니세프와 계약을 한다. FC 바르셀로나의 유니폼 스폰서쉽을 에이즈에 노출된 전세계 어린이들 위해 유니세프와 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 유니폼 스폰서쉽이란 돈을 받고 유니폼에 그 회사의 로고를 새겨 그 회사를 선전하는 것인데, FC 바르셀로나는 반대로 어린이들의 에이즈 위험 퇴치를 위해 5년간 구단 수입의 0.7%를 유니세프에 지원해 준다고 하는, 기존의 유니폼 스폰서쉽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은 계약을 하게 된다. “클럽, 그 이상”이란 FC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은 이러한 FC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 ? , p. 172.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여행 2



모든 여행담은 크든 작든 영웅담이라고도 했지요.
평범한 일상 - 모험 - 시련 극복 - 귀환... 이런 구조를 띠고요.


모험과 시련 극복 과정에서 주인공을 돕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에 ‘멘토’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텔레마코스(주인공은 아니지만)를 인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후 멘토라는 고유명사는 정신의 스승, 인도자라는 뜻을 지닌 보통명사로 바뀌었습니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베르길리우스 같은 인물이 멘토인 건데요.
위대한 스승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처럼 평범한 인물도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죠.


지적,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다면
자연 경관도 역시 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자연에 깃든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거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관계에서도
그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할 것이며, 이왕이면 더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지닐 겁니다.
그런 게 여행의 역할이겠지요.



2008년 6월 말에 일본 간사이 지방에 다녀왔습니다.
교토, 오사카, 고베 이렇게 세 도시를 여행했는데요,
교토는 과거의 일본, 오사카는 현재의 일본, 고베는 미래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어요. 불야성을 이루는 오사카의 활기참이나 말끔하게 정돈된 고베의 모습은 교토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과거가 잘 보존돼 있죠.


지나간 것을 소중히 여깁니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고
무분별하게 재개발하지 않지요.
그런 점은 우리가 일본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세계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유산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인류가 남긴 지적 자산인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올 초에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다녀왔는데
베트남에서 절경으로 꼽히는 하롱베이 같은 곳보다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훨씬 많은 영감을 주더군요.


휴가 때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는데,
여기도 훌륭한 문화유산이 많이 있습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아름다운 건축물, 성가족성당, 박물관,
그리고 FC 바로셀로나의 팀 창단 정신이 깃든
홈 구장 누 캄프... 이런 곳을 가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도중에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똘레도에도 다녀오려고 하고요.



이 여행을 통해 메모를 많이 해오려고 합니다.
화가인 제 아내도 그림을 그려오기보다 그림의 재료가 되는
영감을 얻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어오려 한다고 그러더군요.


여행하면서 메모를 남길 때 필요할 글쓰기 기술로는
항상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법이니까,
여행지에 관한 배경지식을 찾아서 간략히 정리해 보는 게 필요하겠지요.



가령,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바르셀로나가 속한 까딸루냐 땅을 밟는다면 감회가 다를 겁니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단테가 누군지도 모른다면 안타깝지 않겠어요


이번 여행에서 저는 이런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통해
습득한 간접지식을 바탕으로 미리 메모를 다 해가는 거예요.


그리고 직접 가서 보면서 과연 그러한지 확인해보면서
그 메모에 댓글을 달아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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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코난 도일의 소설 <공포의 골짜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쇠사슬 전체의 힘은 가장 약한 연결 고리에 걸린 힘과 같다.”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거니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우리는 글을 쓸 때 사소한 결함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
그냥 지나치곤 합니다. 그렇지만 그 사소함 때문에
글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이거든요.


다음 시간부터는 몇주에 걸쳐 글쓰기 원칙을 총정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