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는 마을>>
지난 시간에는 신기함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청취자 사연 중에도 신기한 것이 많았습니다.
자신이 만든 눈사람 앞에서 사진을 찍은 남자가
지금 남편이 된 신기한 사연도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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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비로움 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드라마 의 인물들에 관해 이야기하죠.
스컬리 요원과 멀더 요원이 나오는데, 이 둘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무척 대조적입니다.
전직 의사인 스컬리는 명료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객관적 증거를 찾고 그에 따른 결론만을 믿습니다.
반면 멀더는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므로 직관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죠.
그러나 멀더는 직관을 믿기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진실을 파헤치기는 어렵다는 사실 또한 인식하고 스컬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스컬리 요원과 멀더 요원은 인간의 전형적인 두 모습입니다.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이성 또는 직관이니까요.
오늘 주제인 신비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멀더겠지요.
합리적으로 해명하기 어렵거나 해명하지 못한 불가사의한 현상을 우리는
신비롭다고 말하니까요.
‘피라미드의 신비’라고 하지 ‘피라미드의 신기’라고 표현하진 않지요.
신비로움에는 신기함에 뭔가 성스러운 것이 더해져 있습니다.
‘신기의 섬’보다는 ‘신비의 섬’이 더 어울리죠.
생명의 신비, 인체의 신비, 우주의 신비, 수의 신비...
앞서 말했듯 아직 다 밝히지 못한 비밀스런 대상들입니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도 있구요.
신비한 자연(동식물) 세계를 다루니까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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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움이란 테마로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을까요
앞서 다룬 테마들은 엄청나게 거대하죠. 생명, 우주, 자연...
신비함에 관해 섣불리 단정하고자 하면 자 훈계나 뻘소리로 흐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신비를 밝히는 건 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요, 우리는 신비로움을 잘 표현하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도 제가 늘 강조하는 글쓰기 방법을 적용하는 게 좋은데요, 신비롭다거나 신비하다는 말을 쓰지 않고 사태와 정황을 서술하는 게 좋아요.
신비함이란 말을 쓰지 않고 신비함을 전달하는 게 훨씬 근사합니다.
예를 들어
호숫가에서 본 노을은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X)
의암호에 비친 노을은 5분 간격으로 황금빛에서 보랏빛으로 점점 바뀌었다. (O)
감정이나 생각을 바로 표현하지 말고, 대상의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드러내라는 거지요.
초상화에 그 사람의 얼과 마음이 깃들게끔 그리는 일을 전신(傳神)이라고 하는데요, 훌륭한 초상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함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표현한 작품이겠지요.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고자 할 때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는 사례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도 훌륭한 글쓰기 방법입니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론에 관한 오해를 해명하고자 쓴 책 <풀하우스>에서 진화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흔하게 접하는 야구 경기에 빗대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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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읽을만한 문장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말했습니다. 진화와 생명에 관해 인류가 저지른 착오와 오류에 관해 굴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한된 정보는 그 자체는 옳더라도 전혀 엉뚱한 의미로 해석되기 쉽다. (…) 일등 항해사를 싫어했던 한 선장이 모종의 사건 이후 [일등 항해사가 오늘 술에 취했다]라고 항해 일지에 적었다. 그 항해사는 전에는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고용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선장에게 그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애걸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항해사는 다음날 자기가 일지를 쓰면서 [선장은 오늘 취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이 항해사 이야기와 같은 일이 생명의 역사에서도 일어난다.
다음 주 테마는 냉정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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