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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과 ‘예를 들면’

수로보니게 여인 2009. 9. 14. 20:05
제목 09/14(월)[성공으로가요]+[성공글쓰기]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성공글쓰기]

오늘은 ‘가령’과 ‘예를 들면’ 이라는 두 표현에 관해 공부하겠습니다.


두 표현 모두 예시의 기술입니다.
어떤 글이든 필수요소는 딱 세 개입니다. ‘딱 세 개’ 주장-근거-예시입니다.
당당하게 선언하고, 그 구체적인 근거를 정확히 밝히고,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글쓰기는 끝납니다.

자신있게 자기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주장에 해당하고요,
그 주장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체적인 정황을 밝히는 게 근거에 해당하죠.
근거없이 주장만 하면 가르치는 글이 돼 버려요.
닫힌 글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시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이론이 아무리 훌륭해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자기 주장에 해당하는 실제 사례가 있음을 독자에게 보여주어야
독자의 공감을 얻기가 더 쉽겠지요.


본론에 들어가서 ‘가령’과 ‘예를 들면’
둘 다 예를 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예를 드는 태도가 다릅니다.
‘가령’은 ‘가정하면, 이를테면’ 같은 말로 바꿀 수 있는데요,
실제 없는 사례를 글쓴이가 만들어서 전달하는 겁니다.
‘가령 지구온난화로 한강 수위가 50센티 올라간다면...’


‘예를 들면’은 실제 생활에서 예를 찾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때문에 ‘가령’과 ‘예를 들면’ 중에 실제 사례를 드는
‘예를 들면’이 몇 배는 더 힘들어요.
그래서, 쓸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수준높은 표현방법이 된 겁니다. 설득력도 더 세지요.

실제 사례는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가령’만 선호하면 좋지 않아요.
뜬구름 잡는 얘기를 쓰기 십상이죠.


자, 그럼 예시 기술의 실제 예를 들겠습니다.


신문기사 몇 개만 첨삭할게요.

지금까지 `계획 및 구축 중심'의 정보화에서
`수요자 및 활용 중심'의 정보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국민 편의성 제고를 위해서 통합과 연계를 통한
수요자 중심의 정보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부처간 정보시스템들이 통합과 연계 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지면 불필요한 첨부서류가 필요 없고 처리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 디지털타임즈
예시를 들기 위해 ‘예를 들면’이라고 썼는데, 이 글에 예시는 없어요.
막연한 추측만 있죠. 예시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실제 사례예요.
정보시스템 통합이 이 기사의 주제입니다. 그러면 기자가 찾아 나서야 해요.
정보시스템 통합이 이루어진 실제 사례 말이죠.
우리나라에 없으면 해외 사례를 조사해야죠.


다음 기사,

모든 예술은 창조자 자신이 자아와 직접 대면하는 거울 관계였다.
사진은 그렇지 못했다. 예를 들면 캔버스는 화가의, 대리석은 조각가의 거울이다.
- 중앙일보


여기서는 ‘예를 들면’을 잘못 썼어요.
실제 사례가 없지요 ‘비유하자면’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이제 ‘가령’에 해당하는 사례도 알려 드리겠습니다.


재테크에 관한 기사인데 ‘가령’이란 표현을 썼군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율을 정한 뒤 이에 맞춰 1년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령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50대50으로 설계했는데,
1년 뒤에 주가가 많이 올라서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아졌다면
일부를 환매해 안전자산으로 옮겨놓는 식이다. - 조선일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반반으로 설계했다가 1년 뒤에 주가가 많이 올라서
비중을 조정했던 실제 사례를 들었다면 이 기사는 더 설득력이 높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찾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면
위 기사처럼 적절한 상황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른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교토의정서에서 합의했던 탄소배출권에 관한 기사인데요...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경쟁국에 이득을 초래하는 탄소유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OECD 분석결과
많은 국가들이 이를 시행하면 부작용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가령 유럽연합이 탄소배출량의 12%를 감소하는 조치를 취하면
회원국 내 산업기반시설이 다른 나라로 이전해버려
온실가스 제한조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 머니투데이


여기서 사용한 가령은 적절합니다.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으므로 상황을 가정해야 하지요.


실제 사례를 조사할 때 주로 겪은 것을 먼저 얘기합니다.
아무리 사소하고 찌질한 이야기라도
직접 겪은 사건으로 예를 들면 독자는 공감합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 해서 타인의 경험 사례를 찾아보거나,
곧바로 ‘가령’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제가 겪어볼 수 있는 건지 가늠해 보고, 직접 겪어 봅니다.
그럼 가령을 쓰지 않아도 되지요.


글쓰기 공부에 관한 오해와 편견

문법을 떼야 글을 잘 쓴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세요.
맞춤법에 맞든 틀리든, 어법에 적절하든 부적절하든
일단 써제끼세요. 겪고 느낀 바대로 처절하게 옮기세요.
문법이나 어법 신경쓰지 말고 거친 상태 그대로 적으세요.

겪은 걸 쓰겠다. 있는 그대로 전하겠다는 초심만 잃지 않으면
독자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어요.
진정성만 담겨 있다면 문법 일부 틀린 거야 뭐 대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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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 배울 내용


‘의미부여’와 ‘의미발견’의 차이에 관해 공부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한 것인데요,
자기 마음대로 의미 부여하기에 앞서 표현하는 사람의 원래 의도가 어떤 것일지
먼저 생각해 보자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