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골방 글쓰기

‘가르치는’ 글과 ‘보여주는’ 글의 차이

수로보니게 여인 2009. 9. 7. 19:35

제목 09/07(월)[성공으로가요]+[성공글쓰기]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성공 글쓰기>>



오늘은 ‘가르치는’ 글과 ‘보여주는’ 글의 차이에 관해 다루겠습니다.

가르치는 글이란 저자가 희로애락 같은 감정이나,
가치를 미리 판단하여 결론만 독자에게 제공하는 글을 가리킵니다.

보여주는 글이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저자가 주변 정보와 정황을 정확히 제공하는 글을 가리킵니다.
보여주는 글이 더 수준 높지요.

예를 들어 비슷한 내용을 담은 두 문장을 들려드릴테니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 비교해 보세요.

1. 그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2. 그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어떤 문장이 장면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나요?

두 번째 문장이 더 선명합니다. 이유는...

첫 번째 문장은 닫힌 표현이에요.
저자의 판단에 독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
그래... 기분이 상했나 보다... 그러면 끝나요.

그런데 두 번째 문장은 열린 표현이에요.
저자가 미리 판단하지 않고 그 판단을 독자의 몫으로 열어 두어요
.

이 문장을 읽으면 독자도 미간을 한 번 일그러뜨려 봅니다.
미간을 일그러뜨리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없던 짜증도 생겨요.
그러면 문장 속 인물과 공감을 하게 되는 거지요.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첫 대목을 소개할게요.

“제르베즈는 새벽 2시까지 랑티에를 기다렸다. 뺨을 눈물로 적신 채 미열이 나는 몸을 침대에 비스듬이 누이고 그만 선잠이 들어 버렸다.”

제르베즈의 현재 심정을 짐작할 수 있나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고, 야속하고... 화나고... 걱정되고....
이런 심정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제르베즈가 야속하다거나 화났다거나 걱정하고 있다는 표현이 있었나요?
없죠? 정보만 제공하죠?
독자는 저자가 쓴 대로 머릿속에 그 장면을 그려 봅니다.
예전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하기도 합니다.

다른 구절도 한번 짚어 봅시다

제르베즈와 랑티에의 트렁크는 한쪽 구석에 입을 쩍 벌리고 있어 속이 텅 비어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는데 바닥에 남자용 헌 모자가 더러운 셔츠와 양말 밑에 처박혀 있었다.”

어떤 분위기가 느껴지나요? 평온한가요?

정리하지 못한 짐으로 어수선했다.
이렇게 썼다면 재미없겠죠? 닫힌 표현이니까요.
트렁크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이렇게 쓰는 게 열린 표현이죠.

독자와 공감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미리 판단하여 일방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지 말고, 사실적 정황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판단을 넘겨야 합니다.

다른 사례를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강변북로를 타고 서울에서 파주 방면으로 가다 보면
성산대교 지나서 악취가 진동합니다.
자, 이걸 글로 표현한다고 해 보자구요.
‘성산대교 지나자 악취가 진동했다.’ 이렇게 쓰는 것과
다음 문장을 비교해 보세요.
‘성산대교를 지나며 나는 팔뚝으로 코를 가려야 했다.’

앞 문장은 저자가 이미 판단하여 정보만 제공한 거고,
뒷 문장은 독자에게 판단 근거만 제공합니다.
그러면 독자는 이렇게 생각하죠.
왜 손가락이 아닌 팔뚝으로 가려야 했을까?
그만큼 냄새가 고약하다는 거겠지.

판단을 미리 하지 말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라...
알고 나면 참 쉽고 간단한데 말이죠.
왜 평소에 글을 쓸 때는 이게 잘 안 될까요?

효율성만 중시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기 때문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얻으려 하니까 만날 가벼운 글만 쓰고,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야 하니까 닫힌 표현을 선호하는 겁니다.

열린 표현, 열린 문장을 쓰기 위한 또 다른 방법

장 자크 루소가 지은 교육 소설 <<에밀>>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기호보다 실물을 보여줘라.’
T.I.G.E.R. 타.이.거. 이게 호랑이야 알았지?...
이렇게 가르치지 말고, 호랑이를 직접 보여주라는 거죠.
두 눈으로 호랑이를 보고, 호랑이 포효 소리도 듣고 나서
기호를 익히는 게 올바른 순서이겠지요.
글을 쓸 때도 기호만 열거하면 지식 전달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독자와 공감하는 저자가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열린 표현’을 하기 위한, ‘보여주는 표현’을 하기 위한 기술

루소의 <<에밀>>에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시간을 낭비하라.”

닫힌 표현은 아주 효율적입니다. 정보만 신속히 전달하면 끝이에요.
감동 따윈 없어요.
열린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깊은 명상이 필요해요. 시간이 아주 많이 드는 비효율적 작업이에요.

루소가 시간을 낭비하라고 했던 말의 참뜻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라는 게 아니죠. 독자에게 호랑이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책상머리에 앉아서 쓰지 말고, 시간이 엄청 소요되더라도 호랑이를 찾아 밖으로 나가라는 거죠. 그리고 보고 느낀 사실을 독자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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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오늘의 오해와 편견

책 많이 읽어야 잘 쓴다는 편견을 버리십시오.
오히려 잘 써야 잘 읽게 되는 겁니다.
보통 글쓰기 선생들이 읽기를 먼저 권하고 나중에 쓰기를
가르치는데, 반대 순서로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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