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설득 끝에 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됐다. 형편 닿는 대로 돈을 내 모두가 의료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이 희박하던 시절이라 "왜 강제로 가입시키느냐"는 반발이 컸다. 여당인 공화당조차 "몸이 건강해 보험금만 꼬박꼬박 부은 사람들이 퇴직 등으로 보험에서 탈퇴할 때는 탈퇴금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박준규 당 의장이 나서 "불 안 났다고 화재보험료 돌려주는 것 봤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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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벨리우스 보건장관이 그제 미국을 방문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한국의 의료보험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번번이 의료보험 개혁에 실패한 미국으로선 한국이 부러울 만도 하다. 우리는 보험료로 소득의 5.08%를 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하면 진료비의 평균 64%를 보험에서 대준다. 소득 대비 보험료가 대만 7.7%, 일본 8.5%, 프랑스 13.8%, 독일 14%보다 낮다. 한 달 보험료가 2970원부터 334만원까지로, 1만원 미만도 72만명이나 된다.
▶우리 건강보험에 대한 우리 자신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2000년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재정 파탄을 겪은 탓도 있다. 보험혜택을 늘리려면 계속 보험료를 올려야 하지만 그게 달가울 사람도 드물 것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된 지 올해로 20년이다.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이뤄내는 것이 건강보험의 궁극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