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손과 관련된 기술과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몇년 전 미국에 이민 간 어느 주부가 국내 신문에 투고한 글이 있다. 자기 딸이 매일 백인 아이들에게 왕따당했었는데 딸이 혼자 공기놀이 하는 걸 보고는 아이들이 그 환상적인 테크닉에 반해 앞다퉈 접근해오더라는 것이다. 실뜨기나 바느질, 뜨개질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자 놀이였다. 그러고 보니 최근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우리가 유난히 강한 종목들이 골프 양궁 배드민턴 핸드볼 하키 등 주로 손을 쓰는 것들이다.
▶아이들 식생활에서 포크 사용이 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데 손을 빼앗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손재주 코리안'의 DNA가 죽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 핀란드 초등학생들에게 "장난감이나 물건을 고치기 위해 망치로 못을 박아봤는가"라고 물었더니 핀란드 학생은 100% "해봤다"고 했는데 한국 학생은 "해봤다"는 학생이 15%에 불과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뇌를 대신할 수 없듯 기계가 손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성능 좋은 상품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도 수제품(手製品)이 갖는 정교함과 인간의 냄새는 따를 수 없다. 스위스의 정밀 시계산업을 떠받치는 힘은 그 나라의 뜨개질 문화라는 해석이 있다. 첨단기술은 기술대로 발전시키되 우리가 갖고 있는 '손의 경쟁력'은 그것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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