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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손의 퇴화

수로보니게 여인 2009. 7. 4. 00:02

 [만물상] 손의 퇴화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입력 : 2009.07.02 23:20 / 수정 : 2009.07.03 07:59

우리말에는 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리키는 말들이 많다. 사람이 부족한 경우 흔히 '손이 모자란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을 때 '내 손 안에 있다'고 한다. 어떤 일과 관계를 끊을 때는 '손을 뗀다'고 한다. 뭔가 일이 잘 돌아가게 하려면 '손을 써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어려서 '할머니 손에' 크기도 한다. 남의 잔꾀에 속았으면 그의 '손에 놀아난 것'이다. 이쯤 되면 손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 차원을 넘는다.

▶그러니 손과 관련된 기술과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몇년 전 미국에 이민 간 어느 주부가 국내 신문에 투고한 글이 있다. 자기 딸이 매일 백인 아이들에게 왕따당했었는데 딸이 혼자 공기놀이 하는 걸 보고는 아이들이 그 환상적인 테크닉에 반해 앞다퉈 접근해오더라는 것이다. 실뜨기나 바느질, 뜨개질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자 놀이였다. 그러고 보니 최근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우리가 유난히 강한 종목들이 골프 양궁 배드민턴 핸드볼 하키 등 주로 손을 쓰는 것들이다.

▶한국인의 손 기술의 모태가 되는 게 젓가락 문화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 쌀문화권 국가들이 대부분 젓가락을 쓰지만 쇠젓가락을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무거우면서도 가는 쇠젓가락을 쓰려면 정교하고 힘있는 손놀림이 필요하다. 칸트는 "손은 눈에 보이는 뇌"라고 했다. 능숙한 젓가락질은 뇌의 발달과도 밀접하다. 몇해 전 EBS가 초등학생들에게 나무젓가락, 포크, 쇠젓가락을 쓰게 한 뒤 뇌파를 조사했더니 쇠젓가락을 사용할 때 집중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력과 정서를 담당하는 뇌의 기능도 30~50% 더 활발해졌다.

▶아이들 식생활에서 포크 사용이 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데 손을 빼앗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손재주 코리안'의 DNA가 죽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 핀란드 초등학생들에게 "장난감이나 물건을 고치기 위해 망치로 못을 박아봤는가"라고 물었더니 핀란드 학생은 100% "해봤다"고 했는데 한국 학생은 "해봤다"는 학생이 15%에 불과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뇌를 대신할 수 없듯 기계가 손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성능 좋은 상품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도 수제품(手製品)이 갖는 정교함과 인간의 냄새는 따를 수 없다. 스위스의 정밀 시계산업을 떠받치는 힘은 그 나라의 뜨개질 문화라는 해석이 있다. 첨단기술은 기술대로 발전시키되 우리가 갖고 있는 '손의 경쟁력'은 그것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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