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라이프 인 경기] 낮엔 교사, 밤엔 소설가로 두 인생살이
•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군포 금정중 이명주 교사의 재미있는 삶
"꿈과 현실은 다른 세상" 퇴근후 3시간씩 작품 활동 로맨스소설 인기작가 우뚝
한국 로맨스 소설계의 히트작가, 베테랑 도덕 교사, '명품교육' 지정을 받은 독서논술부 지도교사….
어울리지 않을 법한 세 가지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한 여성이 있다. 군포시 금정중학교 도덕 담당 교사 이명주(44)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이지환. 한국 로맨스 소설계에서 이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다. 보통 초판부수가 3000부수인데 그는 '화홍'이란 작품 하나로 4만부를 찍었다. 지난 2007년엔 그가 쓴 소설 '김치만두 다섯 개'가 드라마로 각색돼 KBS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낮에는 교사 이명주로, 밤에는 소설가 이지환으로 활동하는 그를 지난 24일 금정중학교에서 만났다.
- ▲ 군포시에 있는 이명주씨의 집필실. 그는 이 공간이 생기기 전까지 부엌 식탁에서 글을 썼다고 했다./김우성 기자
◆교직생활 이후에도 매일 세 시간씩 글 써
그는 1989년 교직생활을 시작, 올해로 21년째를 맞는 도덕교사다. 이에 반해 작가로서의 경력은 길지 않다. 지난 2002년 '그대가 손을 내밀 때'를 출판하며 등단했다.
어려운 생활형편 때문에 사범대에 '일부러' 진학한 것과 달리 작가로서의 등단은 '의도치 않게' 이뤄졌다. 작은 문학사이트에 연재한 그의 첫 작품을 읽은 한 애독자가 출판사에 출판을 의뢰했던 것. 이 작품은 반 년 만에 6쇄를 인쇄하며 1만부 이상 팔려나갔고, 회원수 300여명에 불과하던 사이트는 회원수가 2000명으로 늘었다. 이 뜻하지 않은 성공으로 그는 '소설가로서의 길'을 병행하며 지난 7년간 총 18편의 중·장편 소설을 써냈다.
의도치 않게 시작한 소설가의 길이지만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취미로 쓴 글이 고교 시절 '전국고교생 문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글 실력은 일찌감치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재능을 녹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그는 퇴근 후 오후 8시부터 식탁 앞에 앉아 매일 적어도 세 시간씩 글을 썼다. 그렇게 해서 쌓인 노트만 20여년간 60여권이 넘었다. 그의 최고 히트작 '화홍'도 이때 쓰여졌던 것.
그렇다면 왜 그는 한 번도 출판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대답은 명쾌했다. "남한테 보여주기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글을 쓴 건 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거였으니까, 그런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고요."
◆소설가 '이지환'과 교사 '이명주'
이미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한 소설가 '이지환'이지만 학교에서 그는 언제까지나 '이명주'다. 입소문이 퍼지며 "선생님이 작가 이지환이냐"는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져도 그는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학교에도 알리지 않다가 지난 2007년 '헬로 애기씨'의 방영을 며칠 앞두고 교장·교감에게 원작소설 '김치만두 다섯 개'를 조용히 선물하는 것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작가 이지환과 교사 이명주는 서로 다른 삶이에요. 이명주는 생활인으로서의 저라면 이지환은 저의 '꿈'을 실현하는 방법으로서의 삶이죠."
다만 두 삶이 만나는 접점을 그가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특성화 교육과정 '독서논술부'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교생이 필독도서 100권을 읽고 최소 36편의 논술을 작성하는 과정인 독서논술부는 금정중학교에서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의 논술을 교사들이 일일이 첨삭지도한다. 이 교육과정은 지난 2007년 교육부 선정 100대 교육과정에서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군포시에서도 이 학교의 독서논술부를 '명품교육'으로 지정, 20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쓰고 싶어"
현재 이씨는 오는 10월에 나올 소설 '돌꽃가락지'의 퇴고작업을 하고 있다. 2005년부터 준비한 소설로, 중국 돈황에서 벽화를 그리는 신라시대의 화랑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경주·중국 등 현지답사와 자료조사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가상의 궁을 배경으로 하는 '화홍'을 쓸 때도 창덕궁만 스무 번 넘게 방문하고 복식사 연구를 위해 박물관도 수없이 찾아다녔던 그다.
교사와 소설가, 1인2역이 버거울 법도 하건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을 계속 만나고 싶고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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