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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은 피곤해 '내 좋은 여왕'이 최고!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20. 13:12

 

[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내조의 여왕'은 피곤해 '내 좋은 여왕'이 최고!

노매드&트래블 대표 www.nomad21.com 입력 : 2009.05.20 03:47 / 수정 : 2009.05.20 09:53


노매드&트래블 대표

"내가 나중에 회사 못 다니면 자긴 어떻게 할 거야?"

"걱정 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자기 유학도 보내주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줄 거야. 내 남자는 내가 최고로 만들어야지."

결혼을 약속하고 세상이 온통 분홍빛이었던 어느 날, 벚꽃 길을 걸으며 총각이 던진 질문에 처녀는 자신 있게 말했었다. 그래 봐야 총각의 단골 대사인 "그대가 별을 따다 달라고 하면 내 당장 따다 주리"처럼 유치뽕짝 공약일지라도 그순간만은 총각 입은 귀에 걸렸다. 진창에 떨어져도 세상에 단 한 명은 자기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믿음에 든든한 구원군 하나 얻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세월을 먹어버린 후 여자는 남자가 죽었다 깨어나도 하늘의 별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남자는 여자가 했던 벚꽃 길 약속을 잊었다. 아침 출근길에 여자가 보이는 눈빛에는 '하루 잘 버티고 와. 회사 잘리면 우린 다 죽어'의 결연한 신호만 발사될 뿐이었다.

늦은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하루 종일 아이와 사투를 벌인 여자는 지지직거리는 TV 소리를 자장가 삼아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양복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사직서를 더 깊이 찔러 넣어야 했던 남자였다. 처녀 때 나름 능력 있었던 여자도 아내와 엄마의 역할 속에서 소파 위 오래된 쿠션처럼 곰비임비 닳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슬쩍 미안한 마음도 들었었다.

'꽃남'에 열광하던 아내가 어느 때부터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을 때 '싸모님' 소리 요란한 화면 속 아줌마들을 슬금슬금 훔쳐보고 있자니 아내가 한마디 한다. "저 드라마에서 그러더라고. 내조는 남자를 헛바지로 만들기도 하고 영웅으로도 만든다고. 여자들 진짜 장난이 아니네. 내가 너무 편하게 사는 건가?"

TV가 애들만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 큰 어른까지도 바보 만든다는 생각을 하며 한마디 한다. "저거 드라마잖아. 내 주변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저런 거 보면 말도 안 된다고 해. 그리고, 아니 도대체 한국 아줌마들은 강남 엄마 따라잡으랴, 남편 출세시키랴 치마가 남아나지 않겠네. 차라리 꽃남 신화고등학교가 더 진짜 같다."

남편이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드라마에 푹 빠진 아내의 귀는 화면을 향해서만 쫑긋 서 있다. 하지 못한 말을 입속에서 중얼거리며 남편은 욕실로 향한다. "애들 건강하게 키워주고 아침 꼬박꼬박 챙겨 출근시켜주고 여전히 노는 것만 좋아하는 철없는 남편 데리고 살아주는 것이 내조지, 더 이상 뭘 더 바라? TV 속 여자들이 아무리 능력 좋다 해도 같이 살라고 하면 피곤하고 시끄러워서 하루도 못 살겠다. 저렇게 내조 안 해도 좋아. 난 헛바지 입을 테니 당신은 고쟁이 입고 살아. '내조의 여왕'보다 '내 좋은 여왕'이 최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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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어울리는 진짜 '내조의 여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