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윤용인 어록

무뚝뚝한 남편이 손을 꼭 잡네 이럴 땐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

수로보니게 여인 2009. 4. 1. 17:58

 

  

  

무뚝뚝한 남편이 손을 꼭 잡네 이럴 땐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

▲ 윤용인마나님 샤워 소리가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중년 남자들의 뼈 있는 농담은 술자리 단골 메뉴다. 새벽이면 천하를 호령할 듯 득의양양하게 포효하던 '녀석'이 주인을 배반할 무렵부터 망조가 들었다. 대장부로 태어나 이날 이때까지 자존심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 정(精)이라는 글자에 힘(力)이 더해진 낱말이었다. 그것 하나면 북풍한설 몰아치는 만주벌판에서도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늘 한 가닥 훈풍이었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닌 척하며 듣고 있던 친구들도 술잔이 더해지면 줄줄이 동병(同病)의 상련(相憐)을 드러낸다는 것. 분위기 파악 못한 한명은 등판율을 일 단위로 계산한다고 자랑했다가, 비아그라 짝퉁 '배구라'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남 잘 하는 꼴은 죽어도 인정 못 하겠다는 심보들이다.

이 흉흉한 술판에 자칭 여성심리 전문가가 희망의 복음을 내렸다. "이 가련한 중생들아. 아직도 여자를 그렇게 모르느냐 스태미너에 집착하는 건 남자일 뿐, 여자는 자고로 '터치(touch)'와 '필링(feeling)'이라네.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여인들은 행복한 게야." 그가 옥시토신 운운하며, 그것이 터치 수용체를 자극하는 호르몬이고, 여자가 남자보다 열배는 많다는 전문적인 설명을 덧붙였을 때 술자리엔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만리길 파도를 헤치고 가야 찾을 수 있다는 전설의 해구신 단지가 발 아래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조용히 술잔만 비우고 있던 '고개 숙인 뒷북'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 방법을 나도 써먹어 봤거든. 그런데 신호체계가 히 꼬여버렸어." 이 무슨 이공계 기말고사 치르는 소리인가 싶어 어리둥절한 친구들을 보며 그가 풀어놓는 한편의 대서사시.

"연애할 때는 둘 다 스킨십을 참 좋아했거든. 꼭 손을 잡고 다니고, 극장에서도 초강력 본드 칠로 주위 눈총을 따갑게 받았지. 그런데 호시탐탐 그 이상을 원했던 내가 착각한 것은, 어쩌다 그녀가 평소보다 손을 세게 잡는다거나 손등을 간질이면 난 그걸 특별한 신호로 생각했던 거야. (일동, "당연하지"). 그것 때문에 싸움도 많이 했어. 왜 나보고 오버하냐고, 여자는 그냥 마음이 편안하다는 표시로 그렇게 한다는 거야. 이게 말이 돼 (일동, "내숭은 가라"). 그런데 몇년을 데면데면하다가 최근 그냥 친밀감의 표시로 어깨를 감싸 안는다거나, 손을 꼭 잡아주면 이 마누라가 그날 밤 꼭 애들을 일찍 재워요. 콧소리를 홍홍 내면서."

심리 전문가도 침묵하고 일동 모두 다시 집단 증세를 보일 찰나, 결국 마무리는 내 몫이었다. "야야, 그만들 하고, 이거 칼럼을 통해 아줌마 독자들한테 물어볼게. 무뚝뚝했던 남편이 별안간 손을 꼭 잡으면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지. 남자들 이런 고민하고 있는 것을 여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래야 '터치'의 신호를 '필링'으로 받을 것 아냐"

입력 : 2009.04.01 02:59 윤용인·'어른의 발견' 저자 www.nomad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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