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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The world is a fine place, and worth fighting for!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17. 19:26

 

[Why] The world is a fine place, and worth fighting for!

(세상은 멋진 곳이다. 싸워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 이미도의 '영화와 영어' '세븐'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나오는 글이야
단테의 신곡 등 넘나들며 연쇄 살인범의 궤적 쫓아

이미도 작가·외화번역가

"문명의 수준을 알고 싶으면 그 사회가 죄수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라. (The degree of civilization can be judged by observing its prisoners.)"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남긴 말입니다. 지식인들은, 전쟁의 최초 희생자는 인간의 '순수'라고 설파하지요.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대상이 어린이든 성인이든 성폭력의 최초 희생자는 인간의 '존엄한 순결성'이기 때문이니까요.

연쇄살인 연구서인 '연쇄살인범 파일(The Serial Killer Files)'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우회적으로 해답의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 일부를 소개한 것이지요. '우리 자신의 뒤에 숨어 있는 우리 자신/ 그것이 대부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지.' 법을 지키려는 정신이 제아무리 투철해도 자신의 겉모습 뒤에 또 하나의 모습을 숨긴 채, 금지된 유혹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심리의 속성을 매섭게 꼬집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문명의 수준을 이 세 가지 관점에서 관찰하게끔 하는 영화가 저는 '세븐(Seven)'이라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연쇄살인범이 있습니다. 경찰이 '조디악 킬러(the Zodiac Killer)'라 칭한 범인은 해독하기 난해한 암호와 기호 그리고 '천국을 더럽힐 노예들을 벌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는 글을 신문사와 경찰서에 수차례 보냈지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그를 소재로 '조디악(Zodiac)'을 완성했고, '조디악 킬러'의 수법에서 영감을 얻은 '세븐'도 감독했습니다.

시대와 장소를 알 수 없는 음울한 도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 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과 다혈질의 젊은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는 참혹한 두 살인 현장에서 '탐식(Gluttony)', '탐욕(Greed)'이란 혈서를 각각 발견합니다. 범인이 남긴 "지옥에서 벗어나 광명의 빛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Long is the way and hard that out of Hell leads up to light.)'가 밀턴의 '실낙원(Paradise Lost)'에서 인용한 것임을 간파한 서머셋은 연쇄살인이 '7대 죄악(The Seven Deadly Sins)'을 모방하는 것임을 직감합니다. 중세의 그레고리 대(大)교황이 '천벌을 받아 마땅한 죄'로 규정한 대죄는 탐식과 탐욕을 포함, 나태(Sloth), 교만(Pride), 정욕(Lust), 시기(Envy), 분노(Wrath) 등이지요.

곳곳의 단서에서 범인이 독서광이란 사실을 알아낸 서머셋은 입수한 도서관 대출카드를 통해 범인이 단테의 '신곡(the Divine Comedy)'과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를 대출했던 기록을 확인합니다. 그리곤 곧 닥칠 살인과 그 수법에 경악하지요. '7대 죄악'의 내용은 '신곡' 중 '연옥(Purgatory)'과 '캔터베리 이야기' 중 '본당 신부의 이야기(the Parson's Tale)'에 상세하게 나와 있으니까요.

신원불명이란 뜻의 '존 도(John Doe)'로 명명된 범인은 '하느님을 위해 봉사하는 자'를 자처하며 이런 설교도 늘어놓습니다. "자신의 쓰임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채, 미쳐 날뛰는 썩은 자들은 모두 심판받아 마땅한 죄인이다. 경청하게끔 만들려면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만으론 부족하기에 쇠망치로 내리쳐야 돼."

▲ 중세 그레고리 교황이 언급한 7대 죄악을 영화화 한 '세븐'에서 다혈질 형사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

 

결국 범인은 잡힙니다. 아니, 스스로 잡혀줍니다. '쇠망치'가 상징하는 것과 영화의 결말부는 경악할 만한 반전이기에 가려둡니다. 영화는 범인이 어떤 자인지는 깊게 다루지 않는데, 시나리오 작가는 범인의 입을 메가폰으로 삼아 모든 범죄의 잠재적 주체는 인간의 어두운 이면에 도사린 '7대 죄악에의 유혹'임을 역설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이들 대죄에의 유혹을 누르느냐, 못 누르느냐의 차이는 '연쇄살인범 파일'도 소개한 플라톤의 명언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선한 인간은 상상만으로 만족하지만 악한 인간은 그걸 실천에 옮긴다.(The virtuous man is content to dream what the wicked man really does.)"

감독은, 범인이 읽은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의 작가와 동명인 서머셋 형사의 독백을 빌어 어두운 현실의 끝자락에다가 희망의 서광을 묵직하게 밝혀줍니다. 서머셋의 명대사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에 나오는 헤밍웨이의 글입니다.

"세상은 멋진 곳이다. 싸워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The world is a fine place, and worth fighting for!)" 

 

입력 : 2008.03.28 15:02 / 수정 : 2008.05.03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