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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학에서의 ‘애정윤리적 주제’

수로보니게 여인 2009. 3. 17. 00:17

북한문학에서의 ‘애정윤리적 주제’


                                                                                                                             국어국문학과 박 태 상 교수

◇ 일 러 두 기 ◇


최근 북한에서 애정윤리적 주제의 작품들이 상당수 창작되고 있다. 그것은 1990년대 이후의 북한문학사에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홍석중의 황진이가 2004년에 남한의 출판사에서 간행됨으로써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문학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최치원전>을 비롯한 패설류에서의 애정물에서 출발하여 금오신화를 거쳐 16세기 이후 <운영전>, <영영전>, <주생전>, <춘향전>, <채봉감별곡> 등 실로 다양한 애정윤리적 주제의 작품이 창작되었다. 이번 온라인 지상강좌는 교재에 나오는 <운영전>을 중심으로 북한문학사에서 사랑의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천착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소설문학의 전통 속에서 애정윤리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야기가 등장한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소설이 생성되기 훨씬 전부터 사랑을 주제로 하거나 제재로 사용한 작품이 상당수 창작되었다. 패설류에서는 [태평통재]소재의 <최치원>, [대동운부군옥]소재의 <수삽석남>, [국유사]소재의 <도화녀 비형랑>, <조신>, <김현감호>, [국사기]소재의 <온달>, <도미>,

<설씨녀>, 그리고 끝으로 [보한집]소재의 <이인보> 등이 있다.

 

애정소설의 구성요소로

(ㄱ)< 주인공의 만남>―(ㄴ)<친밀감 형성>―(ㄷ) <열정으로 진전>―(ㄹ)<성적 결합 여부>―(ㅁ)<사랑의 지속 또는 단절>를 제시하여 각 텍스트에 적용하여 나타난 양상을 분석해본 결과 (a)정격형, (b)ㄱ―ㄹ의 요약적 제시와 ㅁ의 요소를 구비한 변이형, (c)몽환구조속에 ㄱ―ㅁ이 삽입되어 있는 변이형의 세 가지 유형을 찾아내었다. (a)유형에 속하는 작품으로는 <최치원>, <김현감호>,

<온달>, <설씨녀>, <이인보>가 있으며, (b)유형의 작품으로는 <수삽석남>, <도화녀 비형랑>, <도미>가 있다. (c)유형에 해당되는 작품으로는 <조신>이 있다.

소설단계에서는 조선조 초기에 [금오신화]에 들어있는 <이생규장전>, <만복사저포기>, <취유부벽정기>의 세 작품이 애티프를 지니고 있다. 16 - 18세기에 오면 <운영전>, <영영전>과 <주생전> 그리고 <사씨남정기>가 있으며, 조선조 후기에 가면 <춘향전>, <윤지경전>, <옥단춘전>, <채봉감별곡> 등 수많은 애정소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특히 애정소설의 등장은 조선조의 양반 사대부 중심의 봉건왕조가 억압했던 인간의 자유스런 욕망의 분출에 대해 저항하는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궁중이나 대군들의 사궁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유에 대한 본능을 억눌러야 했던 궁녀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억압은 사대부집안의 부녀자들에 대한 성억압 상황과 연계되면서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 측면에서 「운영전」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는 중요작품이다. 사랑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궁중에서 일어나고 있던 비밀스런 문제를 폭로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의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북한문학에서 애티프가 많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북한의 소설가들은 혁명적 낭만주의의 구현에 심취해있으므로 낙관적 전망을 가진 긍정적인 인물을 대거 등장시키고 있으며 따라서 그것이 애티프가 많이 나타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3대혁명소조의 활동이후 새로운 제 3 - 4세대의 등장으로 인해 청년전위인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북한식 사회주의의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믿게 되었으며 이들의 취향에 맞는 문학의 창작이 필요하게 되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애티프가 대담하게 삽입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요인은 청년 노동계급의 열정이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의 원동력이라고 믿는 김정일의 창작지침과도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또 김정일위원장이 80년대에 다양한 주제의 소설창작을 주문하였으며, 소설문학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한 것도 애티프가 등장하는 한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북한의 1990년대 소설에는 단편, 중편, 장편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남대현의 [청춘송가] 등 80년대 문학으로부터 이어지는 경향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에서의 사랑은 남한에서의 개인적 사랑과 차이가 있다. 궁극적으로 청춘 의 사랑이 낭만적 사랑의 경향을 지니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좀 더 통속적인 경향을 보이는 남한과는 달리 사회적인 책무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 근원적인 차이점이다. 특히 북한 소설에서의 사랑은 반드시 ‘과학기술문제’로 연결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또 하나 북한의 단편소설에서는 사랑의 문제를 통해 세대간의 단절이나 평등의 문제 등의 새롭게 부각된 사회적 이슈들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80년대 말에 등장한 [청춘송가]는 북한사회에서 큰 충격을 주었지만 곧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청춘송가]가 북한에서 인기소설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그전의 북한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간의 대담한 애정문제가 그려지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90년대 들어오면서 북한의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에 애티프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그것은 그만큼 북한에서 통제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서구의 개방적인 문화가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혁명 제1- 2세대와 달리 최근의 전쟁을 겪지 않은 제 3- 4세대들에게는 간에 가벼운 애정표현정도는 허용이 되고 있으며 여성들의 의식변화가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북한소설문학에서 작가가 보여주려고 하는 애정관은 개인주의적인 행복관에 바탕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이해와 국가를 위한 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최근에 이혼문제나 동등한 연령이 아닌 나이 차가 많은 연인끼리의 로맨스 그리고 원래의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연모의 감정을 품는 대담한 로맨스가 등장하는 등의 변화가 보이는 것은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여성을 묘사할 때 자본주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육감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점과 포옹장면이 대담하게 등장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그만큼 북한의 신세대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춘송가]에는 세 쌍의 가 등장하여 사랑을 나누고 있다. 물론 주인공은 진호와 현옥으로 묘사되지만, 태수와 은심, 기철과 정아의 로맨스도 보조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작품의 말미에서 윤정아가 새연료안을 창조하기 위해 열정과 집념을 보여주는 진호에게 한때나마 연모의 감정을 느끼게 묘사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 사실이다. [청춘송가]에서는 자본주의사회와 달리 여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용모 보다는 내적인 지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단편소설인 정현철의 「삶의 향기」(조선문학, 1991. 11.)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애정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통해 세대간의 갈등, 의 이성간의 문제, 주부의 역할과 사회적 위상 등에 대해 그 이전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향기」의 주인공 안천주는 공업대학을 나온 대학교수로 방금 달포동안 출장을 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보고 있는 아들 애인의 사진과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면서 세대간갈등과 애정관의 차이에 대해 심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안천주 교수는 아들의 신부감을 자신이 하기를 원하며, 좋은 신부감이란 남편의 일을 내조하고 순종적인 여성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중매나 부모의 소개보다는 자신이 연애를 통해 여성을 만나기를 원하고, 가정생활에 만족하는 순종적인 여성보다는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개척하고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열정적이고 개성적인 여성인 화학실험공 수미를 신부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장대학 졸업반인 수미는 현재 가열로개조를 실험하고 있으며 그것의 성공을 통해 전기를 절약하려는 미래에로 줄달음치는 아름다운 꿈을 가진 처녀이고 안교수의 아들은 그 연구를 돕기 위해 문헌연구를 하고 그 실험을 위해 건강을 돌보지 않고 밤을 새는 등의 헌신을 한다.
90년대 초반에는 아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작품이 창작되기도 한다. 이태윤의 <사랑>이 그 경우이다. <사랑>(조선문학, 1992. 9.)은 신세대적인 애정관과 여성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은 도시에서 농업대를 나온 여성인텔리 이현심이 농촌 련포리의 관리위원장으로 부임하여 제대군인출신으로 농촌현대화와 영농기계화에 앞장서는 농촌총각 임욱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것은 이전의 북한소설과 달리 여성이 우월한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미묘한 로맨스문제를 처리해나가게 묘사하였다는 점과 도시처녀와 농촌총각의 결합을 실현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소설에서는 ‘사랑’에는 반드시 과학기술문제가 연루되는 상투성을 보이는데, 「사랑」에서도 이현심은 남주인공 임욱이 몸에 상처를 입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15도까지의 경사지 밭을 갈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집념에 감동을 받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장편소설에서도 애티프는 중요한 한 몫을 차지한다. 김정일을 우상화한 불멸의 향도총서 중 한권인 백남룡의 [동해천리](1996)에서도 세 차례나 사랑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북천강화학공장 지배인 차웅섭은 상처한 58세의 노인이지만 43세의 노처녀 심혜옥이 P촉매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돕는데 그러한 일로 인해 공장안에 추문이 일어나게 되고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지배인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렇지만 심혜옥은 창조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진 애정의 힘으로 결국은 자신의 목표를 관철하게 되고 차웅섭은 김정일의 도움으로 복직이 된다. 이러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정일은 퀴리부인의 예를 들면서 사랑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지배인동무는 공장실험실의 심혜옥 기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좀 보시오. 그가 어떤 녀자를 사랑하고 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심혜옥에 대한 료해문건을 한만규쪽에 밀어놓으시였다 …(중략)…
<<나는 결코 꼭 어떤 세계적인 발명성과를 기대해서 심혜옥기사와 차웅섭지배인의 사랑을 긍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사랑이 없이는 살기 어렵습니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많은 사람이든 사랑의 심장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으며 진실하고 참된 사랑은 언제든지 아름다운 법입니다.>>

가장 최근인 2003년에는 홍석중의 황진이가 등장하여 세계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홍석중의 황진이가 북한문단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주 요인은 작가의 창작적 개성이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소설은 인물들의 성격의 장성과정이 생동하게 묘사되고 있다. 황진이의 스토리는 놈이와 진이의 사랑을 주축으로 으면서 한편으로 하인 괴똥이와 황진이의 몸종 이금이와의 사랑을 부선으로 장치하고 있다. 놈이와 진이의 사랑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기생 황진이에게 접근하는 다른 양반 사대부계층들이 모두 탐욕스럽고 위선적인 인물들로 황진이를 한 인간으로서라기보다는 단순한 섹스 파트너로서의 의미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비해, 놈이의 황진이를 향한 마음은 헌신적이면서도 순수한 연정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놈이와 진이의 사랑을 강조하면 할수록, 조선조의 지방관장을 비롯한 양반 사대부계층의 위선적 행동이 더욱 강하게 부각된다. 한 마디로 진실과 거짓의 대립갈등 구조를 이 소설은 기본 축으로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황진이가 북한사회의 내부나 외부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거의 최초라 할 정도로 질펀한 성적인 묘사나 에로틱한 사랑의 표현이 공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