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에서의 ‘애정윤리적 주제’
국어국문학과 박 태 상 교수
◇ 일 러 두 기 ◇
최근 북한에서 애정윤리적 주제의 작품들이 상당수 창작되고 있다. 그것은 1990년대 이후의 북한문학사에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홍석중의 황진이가 2004년에 남한의 출판사에서 간행됨으로써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문학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최치원전>을 비롯한 패설류에서의 애정물에서 출발하여 금오신화를 거쳐 16세기 이후 <운영전>, <영영전>, <주생전>, <춘향전>, <채봉감별곡> 등 실로 다양한 애정윤리적 주제의 작품이 창작되었다. 이번 온라인 지상강좌는 교재에 나오는 <운영전>을 중심으로 북한문학사에서 사랑의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천착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소설문학의 전통 속에서 애정윤리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야기가 등장한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소설이 생성되기 훨씬 전부터 사랑을 주제로 하거나 제재로 사용한 작품이 상당수 창작되었다. 패설류에서는 [태평통재]소재의 <최치원>, [대동운부군옥]소재의 <수삽석남>, [국유사]소재의 <도화녀 비형랑>, <조신>, <김현감호>, [
국사기]소재의 <온달>, <도미>,
<설씨녀>, 그리고 끝으로 [보한집]소재의 <이인보> 등이 있다.
애정소설의 구성요소로
(ㄱ)< 주인공의 만남>―(ㄴ)<친밀감 형성>―(ㄷ) <열정으로 진전>―(ㄹ)<성적 결합 여부>―(ㅁ)<사랑의 지속 또는 단절>를 제시하여 각 텍스트에 적용하여 나타난 양상을 분석해본 결과 (a)정격형, (b)ㄱ―ㄹ의 요약적 제시와 ㅁ의 요소를 구비한 변이형, (c)몽환구조속에 ㄱ―ㅁ이 삽입되어 있는 변이형의 세 가지 유형을 찾아내었다. (a)유형에 속하는 작품으로는 <최치원>, <김현감호>,
<온달>, <설씨녀>, <이인보>가 있으며, (b)유형의 작품으로는 <수삽석남>, <도화녀 비형랑>, <도미>가 있다. (c)유형에 해당되는 작품으로는 <조신>이 있다.
소설단계에서는 조선조 초기에 [금오신화]에 들어있는 <이생규장전>, <만복사저포기>, <취유부벽정기>의 세 작품이 애티프를 지니고 있다. 16 - 18세기에 오면 <운영전>, <영영전>과 <주생전> 그리고 <사씨남정기>가 있으며, 조선조 후기에 가면 <춘향전>, <윤지경전>, <옥단춘전>, <채봉감별곡> 등 수많은 애정소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특히 애정소설의 등장은 조선조의 양반 사대부 중심의 봉건왕조가 억압했던 인간의 자유스런 욕망의 분출에 대해 저항하는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궁중이나 대군들의 사궁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유에 대한 본능을 억눌러야 했던 궁녀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억압은 사대부집안의 부녀자들에 대한 성억압 상황과 연계되면서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 측면에서 「운영전」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는 중요작품이다. 사랑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궁중에서 일어나고 있던 비밀스런 문제를 폭로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의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북한문학에서 애티프가 많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북한의 소설가들은 혁명적 낭만주의의 구현에 심취해있으므로 낙관적 전망을 가진 긍정적인 인물을 대거 등장시키고 있으며 따라서 그것이 애
티프가 많이 나타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3대혁명소조의 활동이후 새로운 제 3 - 4세대의 등장으로 인해 청년전위인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북한식 사회주의의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믿게 되었으며 이들의 취향에 맞는 문학의 창작이 필요하게 되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애
티프가 대담하게 삽입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요인은 청년 노동계급의 열정이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의 원동력이라고 믿는 김정일의 창작지침과도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또 김정일위원장이 80년대에 다양한 주제의 소설창작을 주문하였으며, 소설문학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한 것도 애
티프가 등장하는 한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북한의 1990년대 소설에는 단편, 중편, 장편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남대현의 [청춘송가] 등 80년대 문학으로부터 이어지는 경향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에서의 사랑은 남한에서의 개인적 사랑과 차이가 있다. 궁극적으로 청춘


80년대 말에 등장한 [청춘송가]는 북한사회에서 큰 충격을 주었지만 곧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청춘송가]가 북한에서 인기소설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그전의 북한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청춘송가]에는 세 쌍의

단편소설인 정현철의 「삶의 향기」(조선문학, 1991. 11.)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애정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통해 세대간의 갈등,



90년대 초반에는 아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작품이 창작되기도 한다. 이태윤의 <사랑>이 그 경우이다. <사랑>(조선문학, 1992. 9.)은 신세대적인 애정관과 여성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은 도시에서 농업대를 나온 여성인텔리 이현심이 농촌 련포리의 관리위원장으로 부임하여 제대군인출신으로 농촌현대화와 영농기계화에 앞장서는 농촌총각 임욱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것은 이전의 북한소설과 달리 여성이 우월한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미묘한 로맨스문제를 처리해나가게 묘사하였다는 점과 도시처녀와 농촌총각의 결합을 실현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소설에서는 ‘사랑’에는 반드시 과학기술문제가 연루되는 상투성을 보이는데, 「사랑」에서도 이현심은 남주인공 임욱이 몸에 상처를 입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15도까지의 경사지 밭을 갈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집념에 감동을 받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장편소설에서도 애

<<그렇습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지배인동무는 공장실험실의 심혜옥 기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좀 보시오. 그가 어떤 녀자를 사랑하고 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심혜옥에 대한 료해문건을 한만규쪽에 밀어놓으시였다 …(중략)…
<<나는 결코 꼭 어떤 세계적인 발명성과를 기대해서 심혜옥기사와 차웅섭지배인의 사랑을 긍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사랑이 없이는 살기 어렵습니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많은 사람이든 사랑의 심장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으며 진실하고 참된 사랑은 언제든지 아름다운 법입니다.>>
가장 최근인 2003년에는 홍석중의 황진이가 등장하여 세계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홍석중의 황진이가 북한문단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주 요인은 작가의 창작적 개성이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소설은 인물들의 성격의 장성과정이 생동하게 묘사되고 있다. 황진이의 스토리는 놈이와 진이의 사랑을 주축으로


또 하나 황진이가 북한사회의 내부나 외부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거의 최초라 할 정도로 질펀한 성적인 묘사나 에로틱한 사랑의 표현이 공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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