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39강] 에세이 쓰기 (2)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글쓰는 사람은 독자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요 많다/적다, 좋다/나쁘다 같은 상대적 어휘를 줄이고 사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독자에게 보여주십시오. 많은지 적은지, 좋은지 나쁜지 미리 판단하는 글은 저급합니다.
독자는 저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사소한 것을 지나치지 말고 세심하게 다뤄야 에세이를 잘 쓸 수 있다고 했지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죠 중대한 선택도 있고, 사소한 선택도 있을 겁니다. 이 사소한 선택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됩니다. 글쓰기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도구예요. 또한 일단 선택한 것에 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이기도 하지요. 그래 잘 하고 있어... 잘 했어... 이렇게 자신을 북돋워주어 자존감을 높여주면 다음에 더 낫게 선택할 수 있거든요.
에세이의 주제는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요
아까 사소한 일상을 유심히 관찰했죠 사소한 것을 유심히 보면 그 사소했던 것이 소중한 게 됩니다. 영화 <사이드웨이>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특별한 날에 와인을 따는 게 아니라, 와인을 따는 날이 특별한 날이다.’
도시가스 점검하러 온 아주머니가 절 보더니 상반기에 비해 얼굴이 상했다고 하더군요. 몸이 고달퍼서 그러는 건 괜찮은데 마음이 고달퍼서 그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어요. 그냥 뭐 그런 이야기려니 넘어가면 사소한 일상이 되지만 제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마음 씀씀이 하나로 상대방의 마음이 따뜻해졌잖아요. 제가 그 마음에 보답하는 건 그걸 글로 기록하여 다른 이들과 나누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속성입니다. 마음을 서로 나누는 방법 중에 대표적인 건 편지입니다. 편지가 에세이입니다. 종이편지 쓰는 건 에세이 연습에 아주 많은 도움을 줍니다. 독자가 뚜렷하잖아요. 상대방 한 명. 구체적 독자를 떠올리며 글 써보는 연습을 평소에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어요.
구체적 대상에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게 글쓰기의 목표입니다. 조금 확대하면 순수학문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피타고라스 정리 있죠 직각 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
그런데 피타고라스 학파 이전에도 이미 어떤 사람들은 특정한 직각각형이 3:4:5 가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걸 보편적인 공식으로 표현하지 못했죠. 똑같은 구체적 대상을 보고도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보편화했다는 게 바로 피타고라스 학파의 성과이지요.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 방법은 300가지가 넘어요. 인간의 보편 감정을 표현하는 글쓰기 방법도 무수히 많아요. 글쓰기 교재나 논술 교재에 ‘모법 답안’ 같은 게 붙어있는 경우가 있죠 이거 다 헛소리예요. 글쓰기에는 답안이 없어요. 오류 없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면 모두 좋은 답안, 좋은 글입니다.
일본 어느 광고 내용을 들려드리죠. 한 꼬마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도화지를 온통 까만색으로 칠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세 장, 네 장, 열 장, 스무 장... 매일 똑같이 까만색 크레파스로 도화지를 채우는 일만 하는 거예요. 심리 상담 교사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주변 어른들이 다 이 꼬마를 걱정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드디어 꼬마가 그림 그리기를 중단합니다. 꼬마가 최근에 그린 그림 몇장은 흰 여백이 있었는데 그 여백을 퍼처럼 짜맞추어 보니 커다란 고래 그림이 됩니다. 상상에 제한을 두지 마십시오.
자, 다시 편지 쓰기로 돌아가서요, 편지 쓰기에는 요령이나 원칙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편지를 왜 안 쓰냐 하면 봉투랑 편지지를 마련하는 게 귀찮아서 그래요.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시험 기간 되면 노트랑 연필 새로 사죠. 이면지에 쓰세요. 펜으로. 컴퓨터 자판으로 쓰지 말고요. 제 어머니는 제가 대학생일 때 편지를 참 많이 보내주셨어요. 우체국에 돈 찾으러 가시거나 소포 같은 거 보낼 때 주변에 종이 쪼가리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편지를 쓰쎴대요. 다 이면지였어요. 양념통닭 전단지 뒷면에 객지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 뭐 그런 자잘한 이야기를 적어 보내주셨지요. 그게 바로 좋은 에세이 아니겠습니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 말예요.
글을 잘 쓰려면 두 가지 원칙만 잘 지키고 열심히 글감만 찾으면 됩니다. 그 두 가지 원칙이란 사실만 쓰는 것과 구체적으로 쓰는 거예요. 이 두 원칙을 잘 지키는 방법이 우리가 그동안 살펴보았던 범주 지키기죠. 사실대로 쓰려면 몸이 고생합니다. 열심히 돌아다녀야 해요.
글쓰기란 상식 또는 군중심리와 결별하고자 하는 행위예요. 상식이나 낯익은 것을 거부하고 참된 것이나 낯선 것을 새로이 발견하고자 하는 일이죠. 더 나은 것을 제안하기 위해, 같은 대상을 다른 측면에서 바로보고, 개념을 재규정하려면 왕따가 되기 마련이거든요. 이걸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댓글 많이 달린다고 좋아하지 말고 철저히 상식과 결별하여 고고한 왕따가 되십시오. 그런 왕따끼리 모여 친구먹으면 아름다운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말했어요. 무용수가 아픔을 친구처럼 여기지 않으면 무용을 못한다고요... 글쓰는 사람이라면 외로움을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글쓰기 멘토링을 충실히 들은 청취자들에게 한 말씀 드리죠. 인문학의 세 영역을 문.사.철이라고 하죠. 문학, 역사, 철학... 문학은 표현 영역입니다. 역사는 경험 영역이고, 철학은 사고 영역이죠. 경험한 것을 표현하고 더 나은 것을 찾기 위해 사고하고 반성하는 게 인문학입니다. 39주에 걸쳐 표현하는 방법에 관해 배웠으니 이제 역사와 철학 공부를 할 때가 됐습니다.
글쓰기 멘토링을 열심히 듣지 않은 청취자들에게도 한 말씀 드립니다. 여자 탁구대표팀 현정화 감독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금 하고 잘 되는 방법은 스포츠에선 없어요.’ 스포츠뿐이겠습니까. 홈페이지에 성공 글쓰기 대본 읽고, 다시듣기로 공부해야죠.
저는 글쓰기로 세상을 더 낫게 바꾸고 싶어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겁니다. 좋은 글이란 삶을 향한 훌륭한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더 낫게 바꾼다고 해서 뭐 거창한 게 아니라 이금희 아나운서의 좌우명처럼 어제보다 손톱만큼만 나아질 수 있으면 됩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