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은 무보다 강하다.
제목 [38강] 에세이 쓰기 (1)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미리 판단해서 쓰지 말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기획서이고 좋은 글이라고 했지요
상대적인 어휘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많다/적다 같은 말도 조심해서 써야 해요. 글 쓰는 사람은 많고 적음을 미리 판단해서는 안 돼요. 250개, 25명... 이렇게 객관적 정보만 기록하면 됩니다. 그러면 독자가 주변 정황을 고려하여 많고 적은지 판단합니다.
기획서 쓸 때 피해야 할 표현이 있다고 했죠. 아무튼, 어쨌든...
글쓰기 멘토링 수업을 들었으니 이제 여러분은 글 쓸 때 아무튼과 어쨌든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좋은 글에는 이런 표현이 전혀 나오지 않아요. 자기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할 때 이런 말을 쓰게 되거든요.
자, 오늘 공부 시작하죠. 에세이를 써 보기로 했죠 ‘수필’ 쓰기 연습입니다. 에세이는 학술 논문이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글에 사용되는 말이고, 일상의 신변잡기를 다루는 글은 미셀러니라고 부릅니다. 오늘 공부할 것은 이 미셀러니인데요, 편의상 에세이라고 부릅시다.
에세이를 쓰려면 우선 글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찾으세요. 전 글쓰기 수업할 때 첫 시간이나 두 번째 시간에 항상 이런 과제를 냅니다. 좋아하는 것 목록을 10개 이상 적어 보시오. 좋아하는 것이 뭐냐 물으면 보통 ‘곱창’, ‘동태찌개’ 이렇게 적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글을 잘 쓸 수 없어요.
퇴근 후 동네 단골 곱창 집에서 소주 한 잔과 곁들이는 곱이 꽉 들어찬 곱창 씹기.
구체적으로 적으세요.
좋아하는 것이 많아야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에도 수준이 있어요. 정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동태찌개를 좋아한다... 이렇게 적지 말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동태찌개에서 애(창자) 골라 먹기... 이렇게 적으세요.
메모의 기술과도 일치하지요 단어로 적지 말고 한 문장으로 적어라 -
에세이 쓸 때 명심해야 할 점, 또 하나. 가장 사소한 것을 다루십시오. 글의 논의 범위, 즉 범주를 아주 좁게 잡으세요.악셀 하케가 지은《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라는 에세이가 있어요. 여기에 사소한 것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가 다루는 이야기는 너무 진부하고 하나같이 다 흔해빠진 것들이에요. 예를 들어, 막내아들의 잠투정, 아내와의 쇼핑, 욕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새로 산 휴대전화, 택시 안에서의 실랑이, 후미진 지하주차장에서 강도를 만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따위...
뻔한 일상에서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겁니다. 이 책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다 본 다음 계산을 해야 하는데 꼭 자기가 선 줄은 늦게 줄어든다는 거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줄 서는 노하우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기다리는 손님들의 카트 안을 봅니다. 많은지 적은지, 그 다음 계산원의 능숙도를 봅니다. 느린지 빠른지... 줄에 관한 정보를 대강 파악했으면 이제 세부 분석으로 들어갑니다. 악셀 하케가 주목한 건 할머니예요. ‘계산을 빨리 마치려면 할머니 줄을 피하라’
“돈을 꼭 맞춰 내려고 준비해 온 지갑 속의 동전을 한참 헤집다가 결국에는 지폐를 꺼내 계산대의 여점원에게 내밀고, 그 지폐를 받아든 여점원이 거스름돈을 주려는 바로 그 순간에 ”아, 아니야. 내가 잔돈을 꼭 맞게 갖고 왔다우. 그럼 그렇지. 기다려요. 여기 있다니까“ 라고 말하는 할머니 말이다.” ( “줄을 잘못 서면” 중에서 )
우리 수업에서도 선택의 문제를 자주 다루었지요 선택만큼 좋은 글감도 없습니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부터 죽느냐 하는 실존적 고민까지 살아가는 건 선택의 연속이잖아요. 이 선택의 순간을 글로 기록하십시오. 단, 사소한 것에 주목하세요.
약속 시간에 늦어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면 늘 후회하지 않나요 좀 늦더라도 지하철 탈 걸... 몇 초만 기다리면 되는데 때마침 열리는 전층 운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면 분명 후회하게 되잖아요. 조금 더 기다렸다가 홀수층에만 서는 왼쪽 걸 탔어야 해, 어휴...
사소한 일상을 모두 메모해 두세요. 똑같은 것을 겪더라도 그 일을 기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 글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입니다.
SBS 스페셜 "아키타 산골학교의 기적"은 산간 시골 학교가 학력평가 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다룬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해당 교육청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현이 특히 평균을 훨씬 웃도는 항목이 있습니다. '수업 복습을 합니까'라는 질문입니다. 복습. 아키타현 아이들의 복습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초등학교 6학년은 36%, 중학교도 약 28% 더 높습니다. 이런 효과는 간단히 거둘 수는 없어요. 이건 돈으로, 아무도 돈을 들이더라도 안 되는 재산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 이것을 좋은 글을 쓰는 습관이기도 하면 공부하는 일, 또는 훌륭한 삶을 사는 기술이기도 해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추사 김정희의 말을 인용합니다.
난초를 그림에 법이 있어도 안 되고 법이 없어도 안 된다
글을 쓸 때 필요한 원칙이 분명 존재합니다. 정확히 쓰고 구체적으로 쓰는 것 같은 기본적인 원칙이죠. 이것만 지키면 되지, 이러저러한 문장 수식 기법에 얽매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마음대로 쓰면 됩니다. 소극적 글쓰기 태도를 갖춘 사람은 글감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에세이 쓰기 계속 합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글쓰기란 상식 또는 군중과 결별하고자 하는 행위
참된 것이나 낯선 것을 새로이 발견하고자 하는 일
Write It Down Make It Hap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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