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골방 글쓰기

[24강] 영화와 글쓰기 (2)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1. 28. 02:08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은 무보다 강하다.  

              


[24강] 영화와 글쓰기 (2)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했는데요. 티비와 마찬가지로 다시보기가 중요하다고 했지요. 다시보기는 관객이 매체에 대해 주도권을 지닌다는 것과 같아요. 남들이 신작 영화에만 몰두할 때 좋은 옛날 영화를 다시 본다는 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본다는 뜻이며, 개념을 재규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만한 글쓰기 연습이 없지요.  

원고 준비하면서 <라쇼몽>을 다시 봤어요. 아예 디비디를 샀습니다. 여전히 좋더군요. 게시판을 보니까, 동네 비디오 가게에 보고자 하는 영화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있던데... 사면 되죠. 인터넷 서점(중고샵)에 가면 고전명작 아주 싸게 살 수 있으니 참조하셔요. 제가 좋아하는 영어 속담이 있어요, “No Pain, No Gain"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제가 지난 시간 끝날 무렵 얘기했지요? 선택이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거라고요. 
글쓰기에 자신감이 막 붙을 무렵, 조심해야 할 게 있어요. 이것저것 다 쓰고 싶은 욕심이요. 버려야 합니다. 덕지덕지 살을 붙이다 보면 민망한 글이 되죠. 

자, 오늘도 영화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방법을 익힙시다. 

영화 용어, 즉 
시나리오 용어를 눈여겨보기 바랍니다. 글쓰기 기술과 같으니까요. 

전 시나리오 용어 중에 글쓰기와 밀접한 것으로 몽타주 기법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범인 몽타주… 할 때 그거?  맞습니다. 
부분으로 전체를 보여주는 기법이죠. 대학 시절 <영화의 이해>라는 개론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몽타주 기법에 관해 나오면 이 영화를 늘 언급합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걸작, <전함 포템킨>이죠. 

그 유명한 오뎃사 계단 장면이 바로 몽타주 기법의 원조입니다. 여러 감독들이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입니다. 

군대가 행진하는 장면이 하나 나오고, 노파가 오열하는 장면이 하나 나오고, 노파의 깨진 안경이 나오죠. 그러면 관객은 그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군대가 노파를 짓밟고 지나간 거지요? 

이렇게 단절된 몇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연결된 전체 맥락을 표현하는 게 몽타주 기법입니다. 
몽타주 기법이 글쓰기 연습에서 의미를 지니는 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클로즈업과 완전히 다르지요. 

클로즈업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거예요. 나는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 이렇게 말하는 거죠. 김기덕 감독이 이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면 클로즈업은 줄이고 몽타주를 주로 써야 한다는 뜻이냐… 그건 아닙니다. 클로즈업도 필요합니다.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클로즈업만한 것도 없지요. 글을 쓸 때는 그 둘을 넘나들기 바랍니다. 

사실, 몽타주의 반대 용어는 클로즈업이 아니라 롱테이크예요. 편집하지 않고, 그러니까 컷트 없이, 펼쳐지는 그대로 노출하는 방법이지요. <서편제>에서 소리꾼 아버지와 딸이 에스(S)자로 휘어진 길을 걸으며 진도 아리랑을 부릅니다. 5분20초 롱테이크. 명장면이죠. 

롱테이크를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절실함을 표현할 때 긴요합니다. 박진감 넘치게 묘사할 때는 몽타주 기법을 써야 하지만, 절절한 사연을 전달할 때는 있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꼼꼼히 서술할 필요가 있어요. 전 김기덕 감독 영화는 불편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고,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홍상수 감독이 쓰는 롱테이크... 참 징~허죠. 무미건조함의 극치.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 비법, 또 하나. 
내 인생 영화 10선! 좋은 영화 열 편 정도 뽑고, 각 영화에 대해 한 줄로 설명해 보세요. 왜 이 영화를 꼽았는지. 

전 1등은 따로 정하지 않았지만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을 소개하죠. <가타카>, <미스 리틀 선샤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블레이드 러너>, <스타워즈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 

최근에 이누도 잇신 감독의 <구구는 고양이다>를 봤어요. 이런 대사가 있더군요. “고통도 슬픔도 다 나이를 먹어요.” 전 영화든 책이든, 모두 인간의 철듦에 관해 말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평생 철부지로 살다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동갑내기보다 먼저 철들기도 하지요.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나온 <버킷 리스트> 보셨습니까? 여기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에드워드 콜이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신곡 읽어봤나? 단테의 신곡… 지옥편 말야." 전 이 대사 하나만으로 8천원 주고 영화 본 것에 만족합니다.  살면서 배신 때리지 말라는 얘기거든요. 아니면 ‘자네가 있는 이곳이 혹시 희망을 잃어버린 생지옥은 아닌가?’ 이렇게 묻는 말도 되고요. 그 얘기를 이렇게 표현했으니 참 근사하지요. 부하직원은 지옥편을 읽었을까요?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 또 하나. 
역설적인 장면을 찾으십시오. 모순돼 보이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게드전기>가 있는데, 여기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죽음을 거부하는 것은 삶을 거부하는 것과 같아."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언젠가 잃어버릴 것들뿐이지."

영화는 일상과 판타지를 다룹니다. 글도 마찬가지예요. 
일상을 판타지로 바꿀 때 유치하게 되기 십상이에요. 그걸 막아주는 게 바로 진정성이며, 그 진정성은 삶의 역설에서 나오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걸작, <마녀배달부 키키>에 이런 대사도 있어요. 

"전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서 날았는지 생각이 안 나."

어떤 노래가 오래 기억되는 건, 가사의 아름다움 때문이듯, 역시 영화의 압권은 멋진 대사인 것 같습니다.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무용수가 
아픔을 친구처럼 여기지 않으면 무용을 못해요."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한 말입니다.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우리 청취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말이 아닐까싶습니다. 

맹자님이 인간의 본성으로 사단칠정을 말했는데 이중에서 ‘수오지심’이 있어요. 부끄러워할 만한 짓을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  

글을 쓸 때는 쪽팔림이라는 벗을 사귀어야 합니다. 타인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글에 끊임없이 쪽팔려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쪽팔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창피함입니다. 철든 다음에 철없던 시절을 돌아보면 창피하잖아요. 그래도 그 시절이 없었다면 현재도 없을 겁니다. 

다음 시간에 할 내용은 <인터넷과 글쓰기>입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아픔을 친구처럼                

                                                

                              Write It Down Make It Hap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