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은 무보다 강하다.
제목[23강] 영화와 글쓰기 (1)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티비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했습니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여 티비에 대한 주도권을 쥐라고 했지요. 지난 번에 글을 쓸 때 독자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말라고 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독자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글을 고치다 보면 글이 너절해지거든요.
댓글 많이 달린 글이 좋은 글은 아니잖아요?
맑은 1급수에서 1류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오늘은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을 한다고 했어요. 우리가 평소 가장 쉽게, 또 가장 자주 접하는 정보 습득 도구는 티비인데요, 영상 매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영향을 오래 끼치는 건 역시 영화죠.
영화를 잘 활용하는 방법, 첫 번째! 우선 자기가 본 영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봅시다. 영화에 관한 개념 규정도 좋지요. 자기 방식으로, 또는 자기 말투로 써 보는 거예요. “영화란 …이다.” 또는 “내가 본 영화는 이러이러한 작품이다.”
예전에 <스타워즈>를 사랑, 음모, 배신으로 얽힌 삶의 서사시라고 규정한 적 있는데요, 오늘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을 소개합니다. 참 좋은 작품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좋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제가 늘 강조하는 ‘태도’ 나왔지요?
극중 인물인 도쿄 아가씨 타에코라든지 농촌 총각 토시오 모두 삶에 대한 좋은 태도를 지니고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를 가르치려들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좋게 산다는 확신이 있는 거지요. 좋은 글쓰기 태도와 같습니다. 이래라저래라 독자를 훈계하지 말고, 난 이렇게 살았다….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 두 번째!
자기만의 명대사를 간직합시다.
여기서 명대사란 유명한 대사가 아니라 자기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 대사를 가리킵니다. 대사에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자기 영화가 됩니다. 이것저것 토를 달지 않고 원 대사 그대로 인용만 하는 것도 좋지만, 글쓰기 공부 시간이니까, 그 대사에 의미를 부여해 봅시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와 장생이 이런 말을 나누죠.
"나 여기 있어. 너 거기 있지?"
처음엔 뻔한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다르더군요. 인생이라는 무대에 선 자기 위치를 깨닫게 해주는 건 바로 사랑이며,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도 바로 사랑 때문이죠. 새로운 걸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서로 마음을 확인하기만 했을 뿐인데, 그 순간 인생은 출렁거립니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뻔한 장면에서 뻔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해요.
연습 하나 더 해볼까요?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보면 권투선수였던 할아버지 코치가 선수에게 이렇게 말하죠. "경기란 할 수 있는 횟수가
있는데 그게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109회로 끝났어." 여기서 경기는 물론 권투 경기를 가리키는데요, 우리 인생에 적용해볼 수 있죠. 누구나 늘 시합을 치릅니다. 오종철 씨는 생방송이라는 시합을 치르고 전 글쓰기 강의라는 시합을 치르죠. KO승을 거둘 때도 있죠. 그러나 상처뿐인 승리도 있고, 그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마지막 시합에 오를 때도 오겠죠.
<밀리언달러베이비>를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대단한 배우이기도 했지만 이제 대단한 작가지요.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 세 번째! 예전에 이미 봤던 좋은 영화를 다시 보세요. 그러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장면이나 대사가 보일 겁니다.
<비포선센>을 몇 년 만에 다시 보니 완전 딴 영화 같더군요. 배경으로 나온 서점이 유명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란 것도 알게 되었고요. 가보진 못했지만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보이고… 줄리 델피가 직접 부른 노래 역시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영화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 네 번째!
감독의 말이나 인터뷰 같은 걸 찾아보세요. 감독은 연출가이기에 앞서 작가거든요.
봉준호 감독이 만든 <도쿄>의 주연배우가 이렇게 봉 감독을 평가했어요. “크레인에 카메라를 매달고 찍는 감독이다. 그러나 그 카메라 끝에는 현미경이 달려 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봉준호 감독이 예전에 EBS <시네마천국>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영화란 부분과 전체를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작업이라고요.
때론 클로즈업으로 치밀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때론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기도 하고요. 글쓰기도 그렇지요.
사소한 일상을 치밀하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넓은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하지요.
영화 하나 추천하죠.
신작도 다 보고, 볼만한 영화도 더 이상 없을 때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한 번 보십시오.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작품을 각색하여 완전히 새롭게 만든 작품인데요. 거장의 품격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대사들이 나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소. 도적떼나 전염병, 기근, 화재, 전란보다 무서운 일이오."
"약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거요."
"인간이 어찌 그토록 비열하고 저주스런 말을 할 수 있나?"
약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돈에 약하고 명성에 약하고 권력에 약하니 거짓말을 하지요. 1류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청취자들께서는 글 쓸 때 절대 뻥을 쳐서는 안 됩니다. 강해져야 1류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강해지느냐… 제가 그동안 말씀드린 거 실천하면 됩니다.
이번 주말에는 고전 명작 영화와 함께!
<라쇼몽>이 괜찮으면 <카게뮤샤>나 <7인의 사무라이>도 보시기 바랍니다.
자, 오늘의 격언입니다. 영화 대사 하나를 인용합니다.
“선택이란 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거더군요.”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영화 <선택>에 나온 말입니다. 여러분이 글을 잘 쓰고자 하고, 글쓰기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한다면 여러분이 누리고 있는 어떤 안락한 것 하나를 버려야 합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거든요.
다음 주에 <영화와 글쓰기> 한 번 더 하죠. 그 다음 주에 <인터넷과 글쓰기>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