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1강] 신문과 글쓰기/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수사법에 관해 배웠습니다.
수사법은 문장을 꾸미는 방법인데, 이 꾸민다는 건 문장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게 아니라 문장의 힘을 높이기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라고 했습니다.
평소 좋은 글쓰기 습관을 몸에 익히면 수사법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겁니다. 절대 따로 익히지 마세요. 태도만 익히면 기교는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지난 20회로 형식 편을 모두 마쳤고요, 오늘부터 내용 편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첫 시간으로 “신문과 글쓰기”를 합니다. 수업하기 전에 내용 편에 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할 것 같군요. 글쓰기의 기본 형식을 익혔으니, 이제 그 틀 안에 내용을 채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용을 찾아 나서야죠.
쓰려면 읽어야 합니다. 책만 읽으란 말이 아니고, 뭐든지 읽으면 됩니다. 신문도 좋고 티비도 좋고 영화도 좋고 사람도 좋고 버스도 좋고 뭐든 읽으세요. 글감은 널려 있습니다. 이제 그동안 형식과 기술을 익혔으니 슬슬 기술 들어가야지요? 내용 편에서 응용해 보죠.
자, 그럼 2부 내용 편 첫 수업 시작합니다. 신문을 글쓰기 연습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신문은 참 간편하고 좋은 글쓰기 연습 도구입니다. 용도가 참 다양해요.
먼저, 읽기 교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싱글들은 혼자 밥 먹는 경우가 많은데 신문이 긴요합니다. 자장면 먹을 때 신문을 깔고 먹으면 좋습니다. 뒤처리하기도 좋고… (뭥...미...?)
신문읽기, 당연히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렇지만 명심할 게 있어요. 글쓰기 공부를 위해서는 꼭 종이로 읽어야 합니다. 인터넷 신문에도 똑같은 내용이 실리지요? 그렇긴 하지만, 모니터로 읽으면 대강대강 주마간 산식으로 읽게 되므로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꼭 인쇄해서 읽으세요. 더 좋은 건 넓게 펼쳐서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읽는 겁니다. 옆에 자장면 그릇 올려놓아도 됩니다.
종이신문을 펼쳐놓았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많은 기사를 다 읽을 필요는 없고요, 칼럼 먼저 읽으세요. 신문에 실린 글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가치판단이 개입된 글과 가치중립적인 글이 있죠. 육하원칙에 따른 속보기사는 좋고 나쁘다는 판단을 배제합니다. 반면 칼럼은 가치판단이 뚜렷한 편입니다. 칼럼을 읽는 게 글쓰기 공부에 더 좋습니다.
글쓰기도 남을 설득하는 기술의 일종이거든요. 칼럼 필자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것을 근거 사례로 들어 독자를 설득하고자 하는지 찾아보세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 요소만 파악하면 어떤 칼럼이든 다 읽어낼 수 있어요. 범주와 대전제. 범주는 글의 테두리, 즉 논의 범위이고요, 대전제는 그 범주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어떤 글은 이게 모호해요. 은근히 씹는 건지, 아니면 띄워주는 건지 헷갈리게 쓴 칼럼들이 있어요. 이런 칼럼을 읽으며 자신의 독해 능력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분들이 있는데 여러분 잘못이 아니라 필자가 글을 잘 못써서 그런 거니 ‘쌩까고’ 다른 글로 넘어가면 됩니다. 신문 칼럼을 소재로 글을 쓸 수도 있어요. 칼럼에 대한 간략한 정리에 자기 의견을 덧붙이면 자기 글이 됩니다. 이걸 전문 용어로 미디어 비평, 메타 비평이라고 하죠.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 같은 매체가 이런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속보 기사나 일반적인 정보성 기사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키워드를 포착하여 글감으로 활용하세요. 신문을 읽는 주목적이 그거지요.
올 봄 얼음이 녹고 강이 풀릴 무렵 연합뉴스에서 이런 기사를 보도했어요. … “한강 결빙은 한강의 중앙 지점인 한강대교의 노량진 방향 2~4번 교각 사이 상류 100m 지점에 띠 모양으로 강 표면이 얼음으로 전부 덮였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한강 결빙’이라는 키워드를 포착할 수 있어요. 저는 여기서 제가 타인을 판단하고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기준에 관해 생각해 보았어요. 내 마음의 한강대교는 무엇이고 상류 100미터 지점은 어떤 것일지…
나쁜 기사 하나 소개하죠. 나쁜 기사를 거울삼아 나쁜 글은 쓰지 말자는 교훈을 얻으십시오. 인터넷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더군요.
환율 폭등… 이승엽, 앉아서 '돈방석' - <OSEN>
나쁜 기사입니다. 인터넷 속어로 듣.보.잡이라고 하던데요…
5분 만에 써댄 기사 같습니다. 3류 기사죠.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개인 미니홈피 들락거리며 기사 써대는 기자들도 저질입니다.
신문보도를 보면 그 신문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고들 말하지요?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신문을 보면서 어떤 것을 보도하지 않는지 유심히 보세요.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그게 바로 그 신문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역설적이죠.
칼럼을 읽으면 비평가가 돼 보고, 기사를 읽으면 수필가가 돼 보라!
아까 한강이 어는 순간에 관해 말했지요? 신문이 신문지로 변하는 순간을 생각해 봅시다. 신문이 신문지로 바뀌는 순간 간단한 포장지가 되기도 하고, 우산이 되기도 하고, 방석이 되기도 합니다. 롯데 팬들에게는 필수 응원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추울 땐 이불로 쓰기도 하죠.(이럴 땐 조선일보가 좋습니다. 종이 질도 좋고 일단, 두껍거든요.)
신문 하나 가지고 할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여러분의 신문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자, 오늘의 격언!
3등은 괜찮다. 3류는 안 된다.
무슨 말인지 감이 딱 오지요?
부활 리더 김태원 씨가 한 말입니다. 펜을 든 첫 날부터 펜을 놓는 마지막 날까지, 맑은 1급수에서 맑은 글을 쓰겠다는 자세가 필요해요. 처음엔 기술이 부족해서 서툴게 쓸 수도 있어요. 남이 많이 읽어주지 않더라도 1류 다운 품격과 1류 다운 성실함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그는 당당한 1류 필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텔레비전을 활용하는 글쓰기 연습을 하겠습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