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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과 세계문학(1)/ 바리공주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0. 27. 20:04

   

 

 

문학과 문학

                   한국문학과 세계문학(1)/ 바리공주


바리공주」의 모티프와 상징성


1. 서론

2. 선행 연구 정리

3. ‘바리공주’ 개관

       -‘바리공주’와 ‘바리데기’

       -‘바리공주’ 줄거리


4.‘바리공주’ 모티프

       - 기아(棄兒)

       - 여성(女性) 수난(受難)

       - 영웅 일대기    

       - 남장(男裝)

       - 15살

       - 물을 통한 재생

       - 여인발복(女人發福)


5. ‘바리공주’ 상징성

       - 부당한 희생

       - 인내를 통한 구원

6. 결론


<참고 문헌>

1. 서론

 바리공주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 안에 하는 사령제(死靈祭), 즉 지노귀굿에 모시는 신이다. 지노귀굿은 죽은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굿이다. 바리공주에는 전해 내려오는 신화가 있는데 서사무가의 특징을 지닌다.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 바리공주 설화에는 다양한 모티프와 인물의 상징이 드러난다. 이는 바리공주 설화가 무가의 기능뿐만이 아닌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증거이다. 바리공주에 나타난 모티프와 인물의 상징을 통해 바리공주 설화를 알아보도록 한다.


2. 선행 연구 정리

 <바리공주>연구의 선편을 잡은 이는 김태곤이다. 그는 “「한국민간신앙연구」,집문당,1983”에서 바리공주를 황천무가로 규정지은 후 자신이 채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성 과정 및 사상적 분석과 기능에 대하여 논구하였다. 김태곤은 바리공주의 불교적 색채를 규명하고, 심청전과 바리공주를 비교함으로써 무가가 국문학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

 조동일은 “「영웅의 일생 그 문학사적 전개」, 동아문화10(서울대학교 동아문화연구소),1971”에서 <바리공주>가 국문학사 전반에 흐르고 있는 ‘영웅의 일생’구조를 지님을 말했다. 영웅의 일생은 무가,신화, 고소설, 신소설 등의 서사문학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흐름으로 <바리공주>또한 영웅의 일생 구조를 가지고 있어 <바리공주>가 한국 문학의 중요한 영역임을 알렸다.

 <바리공주>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에 들어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바리공주 설화를 지역적 특성으로 분류한 이현숙의 연구, 여성 시각에서 고찰한 김영숙의 연구, 희곡적 측면으로 바라본 박성석의 연구 등이 있다. 이 밖에 수 십 여편의 연구물들이 <바리공주>해석에 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바리공주>에 대한 기본적이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아직 <바리공주>의 총체적인 모습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바리공주>가 굿판에서 어떻게 전승되고 구송되고 있는지는 다양한 굿판의 관찰을 통해 고찰되어야 할 부분이다.1)


3. ‘바리공주’ 개관


‘바리공주’ 와 ‘바리데기’

 ‘바리공주’ 분석을 하기 전에 ‘바리공주’와 '바리데기‘라는 용어 차이가 무엇인지 살피겠다.

 ‘바리공주’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무가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인공의 신분이 분명하게 공주인지 아닌지에 의해 구분될 수 있다. 바리공주라는‘공주’의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이본과 ‘공주’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고 ‘바리데기’,‘비리더기’로 불리어지는 이본으로서, 주로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에서 구송되는 무가에는 주인공을 ‘바리공주’로, 그 외 지역에서는 ‘바리데기’로 호칭하고 있다.2)

 지역으로 인한 호칭 차이 이외에 궁궐과 민간의 차이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궁궐과의 관련성을 고려할 때는 ‘바리공주’라는 이름이 구성되고 있다. 반면 민간에서 발생하여 민중들 사이에 주로 향유된 이름은 ‘바리데기’이다. 굿판에서는 주로 ‘바리공주’3)라 부른다. 무당들이‘바리공주’라 높여 부르기 때문이다. 본 보고서에서도 ‘바리공주’라는 호칭을 쓰기로 하겠다.


‘바리공주’ 줄거리

<바리공주>는 모두 53편이 발표되었으나 동일한 자료가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51편이라 할 수 있다. 채록된 자료의 전승 지역을 보면 다음 표와 같다.4)


  <바리공주> 전승지역별 현황

전승 지역

편 수

전승 지역

편 수

서울

7

전라도

16

경기도

7

경상도

7

충청도

2

북한 지역

2

강원도

5

필사본

5

제주도

0

51

 제주도 무가 자료집이 상당수가 발간된 것을 감안하면 제주도 지역에는 <바리공주>가 전승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중서부지역 무가권(巫歌圈)을 중심으로 바리공주 줄거리를 살피겠다.5)(전승되고 있는 바리공주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모든 이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단락은 밑줄로 표시했다.)6)

   

(1) 바리공주 부모가 혼인을 하기 위해 점을 치나 점의 결과를 무시한다.

(2) 바리공주 부모가 혼인을 한다.

(3) 바리공주 부모가 연이어 딸을 낳는다.

(4) 일곱 번째도 공주를 낳는다.

(5) 바리공주가 버림을 받는다.

(6) 석가여래가 함에서 바리공주를 구원해낸다.

(7) 비리공덕 할아비 할미가 바리공주를 키워준다.

(8) 바리공주가 성장하여 부모를 찾자 겨우 둘러댄다.

(9) 바리공주 부모가 병에 걸린다.

(10) 병에 필요한 약이 약수임을 알게 된다.

(11) 점을 쳐서 바리공주를 찾아야 함을 알게 된다.

(12) 바리공주가 부모를 만난다.

(13) 바리공주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과 부모임을 확인하는 시험을 한다.

(14) 여섯 딸에게 부탁하나 모두 핑계를 대고 거절한다.

(15) 바리공주가 약수. 물을 가지러 길을 떠난다.

(16) 바리공주는 원조자를 만나 유용한 물건을 받는다.

(17) 바리공주는 도중에 지옥에서 죄인들을 구제한다.

(18) 바리공주는 약수 지키는 이를 만난다.

(19) 바리공주는 약수를 얻기 위해 일정한 대가를 행한다.

(20) 바리공주가 꿈을 꾸어 부모의 위독함을 알게 된다.

(21) 바리공주가 돌아오는 도중에 저승 가는 배들의 행렬을 구경한다.

(22) 바리공주가 시간이 늦어서 벌써 상여가 나온다는 말을 목동아이에게서 듣는다.

(23) 바리공주가 부모를 살려낸다.

(24) 바리공주의 남편이 대궐을 헐고 입시를 한다.

(25) 키를 재어보고 바리공주와 남편이 천생 연분임을 안다.

(26) 바리공주가 부모 살린 공을 인정받는다.

(27) 바리공주 외 다른 사람들도 공덕을 인정받는다.


4. ‘바리공주’ 모티프


기아(棄兒) 

  <바리공주>를 살펴보면, 아버지는 해동조선국 대왕마마이고 어머니는 칠대 중전마마이다. 그들은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을 얻으려 온갖 치성을 드렸으나, 계속 공주만 얻다가 일곱 번째에도 딸을 얻는다. 화가 난 대왕이 아기를 버리라고 명하자, 중전은 아기이름을 바리덕이라 짓고 신하를 시켜 버리게 한다. 바리공주가 버림받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선후산을 하신 후에 해복(解腹)을 돌아보옵시니

칠공주지나이다 

중전마마 용루(龍淚)를 흘니시니                 

대왕마마 전교하시는 말씀이 상궁시녀들아

깊흐나 깊흔 구중궁궐속에

여의 울음소리가 왼일이냐

상궁시녀들이 

알외옵기도 황송하옵고 기망키도 어렵삽나이다

상궁시녀들아 너의들도 단복허다

무슨면목으로 나를 대하는가

옥수(玉手)로 서안(書案)을 치시면서

나는 전생에 무삼 죄가 그다지 많아서

하날이 일곱딸을 점지하였는고

향로향합(香爐香盒) 헤치시고

종묘사직을 뉘게다 전하리요

만민조정(萬民朝廷)을 뉘게다 전하리요

만민백성(萬民百姓)을 뉘게다 전하리요

대왕마마 전교하시는 말씀이

시녀상궁들아 삼청궁녀들아

그 아기를 어서 후원(後園)에 가져다 버리라 하시니7) 


 여기에서 바리공주가 아버지로부터 버려진 이유는 오로지 딸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단지 대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쫓겨난다. 이 점은 당대 사회가 얼마나 강하게 가부장제적 논리를 강요하는지 말해준다. 아버지는 아들을 얻지 못하고 계속 딸만 낳는 것에 대하여 자신이 전생에 많은 죄를 지은 것은 아닌가 하고 자책하기까지 한다.

 여성주인공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각기 그 양상은 다르지만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의 지배 아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으나 오히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제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바리공주는 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가 기묘한 힘에 의해 구출되고, 바로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위해 험난한 고행의 길을 떠난다. 온갖 역경을 딛고 약초와 약수로써 아버지의 생명을 구해내고 아버지로부터 신직(神職)을 수여받는다. 아버지는 딸을 버렸는데, 딸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위해 죽음도 마다 않는 고행을 하여 아버지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다.

 아버지는 딸을 버렸고, 딸은 아버지에게 효를 행한다. 더군다나 바리공주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지 않은 다른 여섯 딸들이 거부하는 구약여행을, 죽음을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가기를 청하여, 죽음의 세계를 거치는 여행을 다녀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구약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그녀의 효행은 더욱 빛나게 떠오르지만, 또 한편 이 부분으로 인해 바리공주의 희생하는 효(孝)가 지니는 성격과 의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바리공주 이야기는 부모는 자식을 버렸어도 자식은 부모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효도 규범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바리공주 사건의 요인이 된다. 아버지는 딸을 버렸는데, 버림 받은 딸은 오히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모습은 『심청전』과 비슷하다.심봉사가 심청이를 바리공주에서처럼 적극적으로 버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봉사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공양미의 시주를 약속해 결국 심청은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딸을 죽음의 길로 떠나게 했다.

 <바리공주>이야기에서 바리공주는 출생하자마자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고,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사지(死地)로 떠나는 장면에서 기아(棄兒)모티프를 발견할 수 있다. 


여성(女性) 수난(受難)8)

 바리데기는 위기를 크게 두 번 겪는다. 두 번의 위기가 모두 부모님으로 인해 닥치는데, 하나는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모를 위해 구약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이별이 바리데기의 의지와 관계없이 버려진 것인데 비해 두 번째 이별은 바리데기의 의지에 의해, 그것도 부모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바리공주가 한 가정의 딸로서 자리를 찾는 과정은 시초부터 순탄치 않다. 태어나자마자 아들이 아니란 이유로 버려졌다. 여기서 여성으로서의 첫 번째 수난이 드러난다. 세월이 흘러 가족과의 재회는 대왕부부의 병으로 인해 그 계기가 마련되기는 했다. 자신을 버렸던 가족들이 자신을 받아주는 듯도 했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여보시오 부인요 나는 불라국 오귀대왕님의 길대부인에 오귀대왕을 찾아 간대내요

    야야 그러면 네가 베리데기란 말이냐 나는 너의 짐승 같은 딸을 안 낳노라

    아이구 어머니요 아이구 어머니요 나를 진정코 딸이라 생각이 안 나거들랑 이 글월을 살피보소 9)


 바리공주가 부딪친 문제는, 여전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였다. 무명지를 찍어 합혈(合血) 여부를 확인한 후에야 딸임이 인정된다. 그러나 그렇게 만난서 회복한 가족 관계 속에서의 ‘바리공주’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서로 오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가족들은 바리공주를 헤어진 혈육으로 여기기 보다는 약을 구해올 최후의 일인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할 수 없이 바리공주는 구약여행을 떠나야 했다.그 과정은 철저히 바리공주 자신의 ‘여성성’을 담보로 함으로써 견뎌 낼 수 있던 과정이었다. “어마마마 배안에 열달 들어잇든 공”을 생각해서 떠난 구약 여행이라지만 그 길은 너무나도 험난했다.

 물 삼 년 길어 주고 불 삼 년 때어 주고 나무 삼 년 해주는 것도 모자라 무장신선이라는 약물 지킴이와 결혼까지 해 아이를 일곱이나 낳아야 했다. 약물을 얻는 대가는 엄청났다. 그 대가는 여성으로서의 모든 삶을 내 건 것이다.이러한 희생을 통해서야 바리공주는 가족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었다.

 딸이기 때문에 버려진 것, 남의 손에 자라게 된 것이 그렇다.더군다나 부모 봉양을 위해 혼인, 임신, 출산, 가사 노동 등을 위해 자신의 삶 전부를 희생한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욱이 이는 바리공주가 스스로 택한 길이다. 아버지의 병환이 위독하고, 무장신선이 혼인을 원했지만 바리공주는 거절할 수도 있었다.

 여성의 수난을 다룬 또 다른 이야기 중 심청전이 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희생하는 심청과 아버지의 병을 구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는 바리공주의 모습은 언뜻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바리공주는 심청보다 의지력이 더 강해 보인다. 심청은 인당수에 몸을 던지면서도 부친의 개안(開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했다. 후일 황후가 된 후 조심스럽게 아버지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리공주는 목표를 향하여 매사를 추진하면서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심청과 바리공주가 희생하는 장면 둘 다 비장미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리공주는 영웅적 비장에 가까워 보인다. 또한 심청이 부친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반면 바리공주는 전혀 그렇지 못한 점, 심청은 남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님)설정된 반면, 바리공주는 작품 자체에서 여성성 부각이나 남녀 애정의 문제가 배제되어 있다.10)


영웅 일대기     

 『바리공주』의 구조는 일찍이 영웅들의 일생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모습을 따른다.일반적인 영웅 이야기의 특징인 ‘고귀한 혈통을 태어나고 출생이 비정상적임→범인과는 다른 탁월한 능력을 타고 남→어려서 기아가 되어 죽을 고비에 이름→구출․양육자를 만나 죽을 고비에서 벗어남→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침→위기를 투쟁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된다’는 패턴을 따른다.  바리공주는 ‘신기한 태몽을 갖고 왕실의 일곱째 공주로 출생했으나 →원치 않은 아이란 이유로 버림을 받는다.→이후 양육자를 만나 성장한다 → 친부모가 병이 들자 가족과 재회하여 → 온갖 역경을 겪고 → 약수를 구해 부모를 희생시킨다.→이후 바리공주는 무신(巫神)이 된다.’는 구조를 띤다.11)

 『바리공주』가 영웅 일대기 형식을  따르기에 바리공주를 영웅으로 부를 수 있지만, 바리공주는 그 내용면에서도 영웅의 면모를 보인다. 문학에 나타나는 여주인공 모습은 주로 수동적이고 사회에 순응한다. 특히 고전 서사물에 나타난 여성 형상은 이른바 수난과 인고의 ‘전통적 여성상’이라는 왜곡된 이미지에 매몰되어 그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이는 현대 여성들의 정체성에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12) 바리공주의 영웅적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나 바리공주는 기존 여성상과 다른 점을 보인다.

 영웅의 개념을 그리스 로마신화의 헤라클레스나 오이디푸스처럼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으로 보았을 때,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바리공주가 역경을 딛고 개인과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은 충분히 영웅이라 할 수 있다.

 바리데기의 모습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특히 여성의 삶과 운명을 비주체적이고 수동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바리공주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낙오되어 시련을 겪지만 당당하게 극복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그녀는 고난을 이겨낼 영웅적 자질이 있음을 증명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가 만든 허점을 스스로의 희생과 구원 능력으로 극복한다. 또한 무신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에서 바리공주의 주체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남장(男裝) 

  설화나 여성영웅소설에도 지속적으로 수용되어 여성들이 스스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운신의 폭이 사적 공간인 가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이러한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여 자신의 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남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13)

 바리데기의 사회활동은 구약여행으로 나타난다. 바리데기는 남장에 무쇠신을 신고 바깥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은 사회활동을 하기에 여성이 적합하지 않다는 민중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구약여행길에 내내 남자로서 활동을 하지만 마지막에는 여자임이 드러나 결혼하면서 남장은 끝나게 된다.

15살 

 무속신화에서는 대체로 여성이 15세라는 나이가 될 때 분리의 계기가 생긴다. 바리공주는 15세에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변고가 생겨 약수를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가믄장아기의 경우 15세에 효 시험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며, 자청비의 경우도 15세에 여성성에 대한 인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빨래를 하러 나갔다가 문도령을 만나게 된다. 당금애기는 15세 경에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서 중과 만난다.14)

 이렇게 볼 때 전통 사회에서의 여성에게 15세라는 나이는 아이에서 성인으로 변모하여 그 여성성이 드러나게 되는 나이이다. 또한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야 하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15세가 된 무속신화의 여주인공들은 자의에 의해서,또는 타의에 의해서 여성으로서의 자아에 눈을 뜨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앞두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물을 통한 재생

 바리가 병을 기울여 아버지 입에 약수를 흘려 넣자 막혔던 숨이 쾅 하고 터졌다. 오구대왕이 숨을 몰아쉬면서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았다.15)


 바리공주가 긷는 약수(藥水)는 죽은 이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재생의 기능을 한다. 바리공주는 위중한 부모를 구하기 위해 서천 서역국으로 가 생명의 약수를 가져와 죽은 부모를 살려냈다. 여기서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재생을 상징한다.

 바리데기 신화에서는 약수는 죽은 자도 살려낼 수 있는 신비하고 주술적인 ‘생명수’이다. 이 생명수를 얻은 바리데기 공주는 부모의 생명을 구하고 오구신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바리데기 무가에서 생명수는 일차적으로는 버려진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 부모로부터 최고의 자식으로 인정받게 했고, 이차적으로는 부모의 목숨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것으로 모든 생명체들의 삶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16) <바리공주>에서는 죽었던 오구대왕을 다시 살린다는 문맥적 의미를 결부시켜 재생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17)

 

여인발복(女人發福)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승되는 민담 모티프 ‘쫓겨난 여인 발복 설화’에서 여성 수난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쫓겨난 여인 발복 설화’는 최운식이 처음으로 명명한 것으로 최운식은 이 설화를 무가, 무왕설화의 비교를 통해 공통 내용을 추출하고 있는데 여러 종류를 비교 검토했다.18) 여인발복설화는 쫓겨난 여성이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복을 통해 잘살게 된다는 내용으로,이야기에 남편을 얻는 내용과 부를 이루는 내용, 가족을 살리는 내용이 포함된다.


5. ‘바리공주’ 상징성

  부당한 희생

  바리공주는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엄성을 상실한 채 부모에게 버려지는 비참한 운명을 타고 났다.


공주 칠공주로 탄생했다고 아뢰옵니다

이 연유로 대왕님전에 상소하야드니 오구대왕님이 용상장에 앉았다가

칠공주를 탄생했단 말씸 듣고 깜짝 놀래

용상짝에 내려 앉아서 정신 공롱하야

갑주에 정신 이상이 되어 세상을 분별 못하고 앉았구나

(중략)
경들은 각기 처소로 다 돌아가라

이 때에 누 명령이라 거역하리오

경들은 다 돌아가 신아들 다 도라 신에 처소로 다 돌아간 후에

대왕님이 사방을 바래보며 김작하시는데 내 우리 영감 할마이가 이질로 인제는 우리 대비마마 나가 오십이 넘어시니 앞으로는 더 탄생하지도 못하겠고 앞으로는 임신될 일도 없고 이젠는 노산인데

아주 일로서 미치게 되니 태자는 영영 마챘구나 그 때에 곰곰이 생각하니

수심이 운무와 가득차게 수심기가 꽉 가슴에 찼는데19)


 남아선호사상의 폐해와 가부장적 논리가 드러나는 부문이다.당대 사회의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출생한 순간부터 부모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받은 바리 공주는 성장한 후에도 부모님의 생명을 위해 또 한 번 자신의 인생을 희생한다. 부모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고행길을 떠나는 것은 바리 공주의 자발적 선택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그녀의 희생을 요구하는 가족이 있었다.


큰딸 오너라 둘째딸 오너라

천상금이 지상금이 일금이 월금이 석금이 토금이 다 들어오너라

딸 여섯이를 불러서 맏딸자테 묻는구나

야야 야야 느그 아버님 병환은 인간 세상에 없는 약이니 어떡허냐

니가 서천서역 가 약수를 구해다가 아버님을 살리겠나

큰 딸이 하는 말이 어머님 어머님요 우리 인간 세상에

서천서역 가서 약수 구해다가 살릴 것 같으면

이 세상 종비 비처는 하나도 없겠임니다

어디가 어머이 말 못들을 말 그런 사사한 말 듣지 말고

진정하시어 아버님 살아 생전에 아버님 숨지기 전에

이 옥사를 어느 딸에게 맽긴다고 내가 맏딸이니까 옥사 맽길 걱정이니 하고 이 재산과 이 살림살이 전부 국내책임을 모다 큰딸이고 작은 딸네에 다 맽긴다고 그른 의논이나 아버님 살아 생전에 하시오

이 말을 들으니 오야 물러가라

(중략) 

오냐 그만둬라 여섯째딸 마저 부른다 야야 야야 니가

서천서역의 약수를 구해 오겠느냐 아이고 어마요 나는 못갑니더

어찌 그러냐 나는 어직꺼지 시집을 가가

한 일 천지를 분별 못하고 있는데 서방 전국과 남편 전국

애정이 들동 말똥한데 서방 전국두고 내 어디를 간다 말입니까 못갑니더

이년들아 고만둬라 이 천하 몸쓸 년들아20)


 언니가 6명이나 되고, 건장한 신하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갖은 핑계를 대며 약초 구하기를 거부한다. 결국 태어나자 버림받은 지 15년만에 가족과 재회한 바리공주는 혈육이란 이유 하나로 험난한 약초 여정을 떠난다.

 바리공주의 약초를 구하러 가는 모습은 남성위주 사회에 도전하는 능동성으로 해석할 수 도 있다. 또한 약초를 구함으로써 자신을 무시한 가족들의 마음을 돌리고,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었던 바리공주의 마음을 엿 볼 수 있다.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자칫하면 여성이 반드시 희생해야만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될 수 있다는 오해의 가능성이 있다. 여성은 그러한 희생을 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남성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인내를 통한 구원

 바리공주는 희생을 인내를 통해서 극복하고, 자기를 희생하도록 한 부모를 원수가 아닌 용서로 대하며 도리어 그들을 구원하기까지 하는 이상적 구원자의 모습을 보인다.

 바리공주의 인내는 어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수를 떠 오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약수를 구하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바리데기는 빨래하는 노파 대신 빨래를 해주거나 밭가는 노인 대신 밭을 갈아주기도 하고, 산신 용왕에게 일을 해주기도 하면서 그 대가로 길을 안내 받는다. 마지막으로는 여러 지옥을 거치면서 지옥의 죄인들을 구해주고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약수를 지키는 무장승을 만난다. 거기서 만난 무장승은 바리공주에게 물 삼 년 길어 주고, 불 삼 년 때어 주고, 나무 삼 년 베어 주기를 청한다. 이는 당대 여성의 가사 노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식을 낳아 줄 것까지 요구한다.


대문 밖에 썩 나서니

즈그 여섯 형네들은 화초밭에 늘어 앉아

웃거니 딧거니 비수를 주는구나

그때에 버르댁이는 하날에서 내준 설천지 효녀라

그런 말은 돌아 본 체도 아니 하고 대문 밖에 썩 나서서

한 모랭이를 돌아가니 산싱들이 나오더니

산값 갖고 왔느냐 물 값 갖고 왔느냐 질값 갖고 왔느냐

산값 물값 질값을 두고도 아니 받는 줄 알고 시니 삼고 왔습니다

산 값 삼 년 물 값 삼 년 질 값 삼년

석 삼년 아홉해를 살고 가그라

버르댁이는 빈 무릉지지 집이라 정든 부모 뉘여 놓고

산 값 삼년 물 값 삼 년 질 값 삼년

석 삼년 아홉해를 삼스로 품마다 낳는 것이

아들 구형제를 나였구나

하로는 버르댁이가 화초밭에 구경을 하노라니

자그막한 아그 도령이 썩 나서서

허허 얼척없네 우리나라 왕이 죽어 호상을 하느디

버르댁이는 약물 질르러 간다더니 죽었는가 살았는가

돌아오지도 아니 하니 하고서 노래를 부르니

그때에 버르댁이는 여보시오 아그 도령

그 노래 한 자리만 더 불러보시오

나는 하루에 한번씩 빽기는 못 부른 노랩니다

하고서 간데가 없구나

그때에 버르댁이는 천방지축 건너와서

산신도령 어느 것이 약물이요

이제까장 살았어도 약물도 몰랐는가21)


 바리데기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해 죽음의 길을 간다. 그것은 용서와 화해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한 것이다. 부모를 용서함으로써 이 세계로부터 버려진 자신의 존재와도 화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구약여행은 자기 문제에 갇혀있던 바리데기로 하여금 바깥 세계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서천서역국은 저승 곧 죽음을 의미한다. 저승 여행을 새로운 탄생을 위한 통과의례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죽음을 겪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자신을 찾기 위해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으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길이며, 어쩌면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약수를 얻는 대가로 무장승에게 석삼년 일을 해주고 또 석삼년 살면서 아들도 일곱을 낳아주는 등 온갖 시련을 겪고 나서야 약수와 환생꽃을 구해온다. 환생꽃은 생명력을 의미한다. 바리데기는 초기에 남성으로 변장하여 활동을 하지만 아내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면서 약수를 얻게 되고 그 결과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 신화에서 여성과 생명력은 필연적인 관련성을 갖는다.

 바리데기의 생명력은 부모의 생명만 소생시키는 것이 자신의 생명도 소생시킨다. 즉 버려진 상태를 극복하고 자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목적은 부모에게 있었으나 그 결과는 자신에게 돌아온 셈이다. 이제 바리데기는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고유한 존재이다. 따라서 이것은 부모와의 화해인 동시에 자신의 콤플렉스와의 화해를 의미하며, 부모의 치유뿐 아니라 자기 치유적인 성격을 갖는다. 결국 바리데기는 효로 표현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생명력을 계기로 자아를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22)


6. 결론

 ‘바리공주’를  ‘기아(棄兒), 여성의 수난, 영웅 일대기, 남장, 15살,물을 통한 재생, 여인발복’의 모티프와 ’부당한 희생,인내를 통한 구원‘이란 인물의 상징성 측면으로 살펴보았다. 바리공주만이 갖는 독특한 특성이 있었으나 다른 작품 또는 서사 무가에서 보이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모티프와 인물의 상징을 찾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웠으나 작품 내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바리공주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바리공주 설화를 두고 여성주의적 시각과 사회 반영론적 해석이 있지만 본 보고서에서 다 다루지 못했다. 이번 향후 추가 작업을 통해 바리공주 설화가 갖는 의미를 보충하겠다.


<참고 문헌>

서대석 편,「바리공주」,『구비문학』, 한국문학총서 3, 해냄,1997

최운식,「쫓겨난 여인 발복설화의 전승 양상 및 무가․무왕설화의 관계」,한국설화연구,집문당,1991

홍태한,『서사무가 바리공주 연구』, 민속원,1998


신동흔,『살아있는 우리 신화』, 한겨레신문사,2004

이유경,「여성영웅 형상의 신화적 원형과 서사문학사적 의미」,숙명여자대학교,2006

정충권,「<흥부전>과 <바리공주>의 문학치료학적 독해」, 한국문학치료학회, 문학치료연구 제3집,2005

한보라,『<바리공주>의 상징 교육 연구』, 부경대학교,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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