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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문학의 수용과 창작(4) /피딴 문답, 구두

수로보니게 여인 2008. 9. 16. 19:02

수필 문학의 수용과 창작(4)

 

피딴 문답

"자네, '피딴'이란 것 아나?"
"피딴이라니, 그게 뭔데……?"
"중국집에서 배갈 안주로 내는 오리알[鴨卵] 말이야. '피딴(皮蛋)'이라고 쓰지."
"시퍼런 달걀 같은 거 말이지, 그게 오리알이던가?"

"오리알이지. 비록 오리알일망정, 나는 그 피딴을 대할 때마다, 모자를 벗고 절이라도 하고 싶어지거든……."
"그건 또 왜?"
"내가 존경하는 요리니까……."
ⓐ "존경이라니……, 존경할 요리란 것도 있나?"

"있고말고. 내 얘기를 들어 보면 자네도 동감일 걸세. 오리 알을 껍질째 진흙으로 싸서 겨 속에 묻어 두거든……. 한 반 년쯤 지난 뒤에 흙덩이를 부수고, 껍질을 까서 술안주로 내놓는 건데, 속은 굳어져서 마치 삶은 계란 같지만, ⓑ 흙덩이 자체의 온기(溫氣) 외에 따로 가열(加熱)을 하는 것은 아니라네."

"오리 알에 대한 조예(造詣)가 매우 소상하신데……."

"아니야, 나도 그 이상은 잘 모르지.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야. 껍질을 깐 알맹이는 멍이 든 것처럼 시퍼런데도,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풍미(風味)가 기막히거든. 연소(燕巢)나 상어 지느러미처럼 고급 요리 축에는 못 들어가도, 술안주로는 그만이지……."
"그래서 존경을 한다는 건가?"

"아니야, 생각을 해 보라고.
날것 째 오리 알을 진흙으로 싸서 반 년 씩이나 내버려 두면, 썩어 버리거나, 아니면 부화(孵化)해서 오리 새끼가 나와야 할 이치 아닌가 말야……. 그런데 썩지도 않고, 오리 새끼가 되지도 않고, 독자의 풍미를 지닌 피딴으로 화생(化生)한다는 거, 이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지. 허다한 값나가는 요리를 제쳐 두고, 내가 피딴 앞에 절을 하고 싶다는 연유가 바로 이것일세."
"그럴싸한 얘기로구먼. 썩지도 않고, 오리 새끼도 되지 않는다……?"

"그저 썩지만 않는다는 게 아니라, 거기서 말 못할 풍미를 맛볼 수 있다는 거,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지……. 남들은 나를 글줄이나 쓰는 사람으로 치부하지만, 붓 한 자루로 살아 왔다면서, ⓒ 나는 한 번도 피딴 만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네. '( ㉠ )'는 속담도 있는데, 글 하나 쓸 때마다 입시를 치르는 중학생마냥 긴장을 해야 하다니, 망발도 이만저만이지……."

ⓓ "초심불망(初心不忘)이라지 않아……. 늙어죽도록 중학생일수만 있다면 오죽 좋아 ……."
"그런 건 좋게 하는 말이고, 잘라 말해서, 피딴만큼도 문리가 나지 않는다는 거야……. 이왕 글이라도 쓰려면, 하다못해 피딴 급수(級數)는 돼야겠는데……."
"썩어야 할 것이 썩어 버리지 않고, 독특한 풍미를 풍긴다는 거, 멋있는 얘기로구먼. 그런 얘기 나도 하나 알지. 피딴의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무슨 얘긴데……?"

"해방 전 오래 된 얘기지만, 선배 한 분이 평양 갔다 오는 길에 역두(驛頭)에서 전별(餞別)로 받은 쇠고기 뭉치를, 서울까지 돌아와서도 행장 속에 넣어 둔 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나. 뒤늦게야 생각이 나서 고기 뭉치를 꺼냈는데, 썩으려 드는 직전이라, 하루만 더 두었던들 내버릴밖에 없었던 그 쇠고기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더란 거야. 그 뒤부터 그 댁에서는 쇠고기를 으레 며칠씩 묵혀 두었다가, 상하기 시작할 하루 앞서 장만한 것이 가풍(家風)이 됐다는데, 썩기 직전이 제일 맛이 좋다는 게, 뭔가 인생하고도 상관있는 얘기 같지 않아……?"

ⓔ "썩기 바로 직전이란 그 '타이밍'이 어렵겠군……. 썩는다는 말에 어폐(語弊)가 있긴 하지만, 이를테면 새우젓이니, 멸치젓이니 하는 젓갈 등속도 생짜 제 맛이 아니고, 삭혀서 내는 맛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건 그렇다 하고, 우리 나가서 피딴으로 한 잔 할까? 피딴에 경례도 할 겸……."


1. 글에 대한 관점이 이 글의
필자가 생각하는 글과 가장 가까운 입장에서 진술하고 있는 것은?
① 모든 진실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스스로의 내면을 속임 없이 솔직하게 그린 글에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이런 글을 혼자 고요히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복된 일일까.
② 글 쓰는 이가 저지르기 쉬운 잘못의 하나는 현학의 허세로써 자신을 과시하는 일이다. 현학적 표현은 사상의 유치함을 입증할 뿐 아니라, 사람됨의 허영스러움을 증명하는 것이다.
글은 읽을 만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체험하고 사색할 시간의 여유를 가지도록 하라. 암탉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만 알을 꺼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한동안 붓두껍을 덮어 두는 것이 때로는 극히 필요하다.
④ 글을 쓰는 것은 자기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장래를 위하여 인생의 이정표를 세우는 알뜰한 작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엉클어지고 흐트러진 감정을 가라앉힘으로써 다시 고요한 자신으로 돌아오는 묘방이기도 한다.
⑤ 일단 붓을 들면 심혈을 기울여 써야 할 것이다. 거짓 없이 성실하게, 그리고 사실에 어긋남이 없도록 써야 한다. 잔재주를 부려서는 안 될 것이고, 조금 아는 것을 많이 아는 것처럼 속여서도 안 될 것이며, 일부의 사실을 전체의 사실처럼 과장해서도 안 될 것이다.


 오리 알이 피딴이 되기 위해서 오랜 숙성의 과정을 거치듯이 인생의 연륜이 담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오랜 사색과 수련의 과정

      을 거쳐야 한다.


2. 다음 중, 화자의 태도가 위 글의 글쓴이가 보여 주는 삶의 태도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 삶이란 /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 연탄 한 장, 안도현 -

②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 온몸으로 가자. / 허공 뚫고 /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 화살, 고은 -

③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 천상병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서정주. ‘국화 옆에서’

⑤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 

 위 글의 글쓴이는 인생의 원숙미를 예찬하고 있다. ④ 역시 성숙한 누님의 모습을 통해 시련 뒤에 오는 인생의 원숙함을 추구하

      고 있다.


3. 위 글을 읽고 학생들이 토의한 내용이다.
옳지 않은 것은?
① 대화체로 이루어져서 희곡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② 주제 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글쓴이는 역설적 발상을 하고 있어.
③ 독자들에게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깨달음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
④ 글의 전개 방식이 사소한 대상으로부터 인생의 의미를 유추해 내고 있군.
⑤ 평범하게 보아 넘기기 쉬운 예화를 통하여 인생을 관조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 

 글쓴이는 예화를 통해 원숙한 인생이 보여 주는 멋과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중용과 절제의 자세를 말하고 있는 것이지,

      인생을 관 조하는 자세의 중요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4. ㉠에 들어갈 속담으로 알맞은 것은?
① 물이 깊어야 고기가 모인다.

망건을 십 년 뜨면 문리가 난다.
③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④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⑤ 한 마리 고기 다 먹고 말(馬) 냄새 난다고 한다. 

 평생을 글을 쓰면서도 한 번도 피딴만한 글을 써 본적 없이 글을 쓸 때마다 입시를 치르는 중학생마냥 긴장을 해야 한다는 말로

      보아 ㉠에는 ‘어떤 일이든지 오래도록 종사하면 그 일을 환히 꿰뚫어 알게 된다.’는 의미인 ②가 적당하다.


5. ⓐ - ⓔ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② ⓑ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적인 방법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의미이다.
③ ⓒ 잘 익은 피딴과 같이 독특한 풍미를 지닌 글을 써 보지 못했다는 표현이다.
④ ⓓ 자신의 글쓰기를 자탄하는 친구를 질책하면서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⑤ ⓔ 인간의 삶에서 중용의 도를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질책이 아니라 위로의 말이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평생 간직할 수 있다면 타성에 젖어 젊은 시

      절의 호기심과 노력하는 자세를 잊는 사람보다 더 좋지 않으냐의 뜻이다.

정답 1. ③ 2. ④ 3. ⑤ 4. ② 5. ④ 

                                                

글의 구성: 화제에 따른 2단 구성

              - 피딴의 독자적인 풍미와 작자의 창작 활동과의 대비

              - 썩기 직전의 쇠고기 맛과 중용의 도를 지키는 인생의 원숙미의 대비

주제: 중용을 지키는 생활의 멋과 여유

갈래: 교훈적, 고백적

특징: 지문을 생략한 희곡처럼 대화만으로 글을 전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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