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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되찾아 국경 초월한 봉사활동 펼칠 것"

수로보니게 여인 2008. 7. 17. 11:35
  •  "초심 되찾아 국경 초월한 봉사활동 펼칠 것"

         창립 20주년 맞는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
       "아시아·아프리카 밥 굶는 사람 도울 계획
       알게 모르게 이웃을 돕는 부자들도 많아"

         가평=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 "양은 냄비 하나로 노숙자 등에게 라면 끓여드리며 시작한 일이 이제 하루 1200~1500 그릇을 드리는 규모로 커졌습니다. 모두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도움 덕분이었고,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끼니 거르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밥퍼'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다일공동체가 오는 11월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년간 다일공동체를 이끌어온 최일도(51) 목사는 "내년에는 다일교회도 창립 20주년이 되는데 이에 맞춰 담임목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동의 다일교회 부지도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의 〈사회복지박물관〉을 위한 부지로 내놓기로 당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대신 저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아시아·아프리카 다른 나라의 밥 굶는 분들을 돕기 위한 일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주년을 맞는 다일공동체의 변신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다일공동체가 태동한 것은 1988년 11월 어느 날 당시 장신대 대학원생이었던 최 목사가 서울 청량리역에서 한 함경도 출신 할아버지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나흘을 굶었다"는 할아버지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한 최 목사는 당시 계획하던
    독일 유학의 꿈을 접고 냄비와 풍로를 들고 노숙자 등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이듬해에는 다일교회를 창립했다. 소박하게 시작한 다일은 지금은 서울과 부산, 목포의 밥퍼나눔운동을 비롯해 다일천사병원, 영성수련 센터인 경기 가평의 자연치유센터 그리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해외 분원까지 둘 정도로 확산됐다.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한다'는 뜻의 '다일(多一)'이 이제는 국경을 넘고 계층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 경기도 가평의‘자연치유센터’에서 만난 최일도 목사는“한 달의 3분의 1은 이곳에서 묵언과 묵상, 기도를 통해 영성수련을 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 지난 15일 경기 가평 자연치유센터에서 만난 최 목사는 "다일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199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의 5억원 헌금을 사양하면서부터였다"고 했다. 당시 1인당 100만원 한도 내에서만 후원금을 받던 다일공동체가 김씨의 헌금 중 100만원만 수령하고 나머지는 돌려주자 각계각층에서 격려와 봉사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당시에는 봉사자·후원자들 중 기독교 신자와 비신자의 비율이 9대 1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 반대로 역전됐고, 매년 연인원 1만 2000여명의 봉사자들이 도와주고 계신다"고 했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국내외의 상황도 많이 변했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무료 급식을 받는 인원이 계속 늘고 있다. 최 목사는 "과거엔 노숙자, 행려자 등 가옥이 없는 분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가옥은 있어도 가족이 없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외국에서의 도움 요청도 늘었다. 최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한 이유이다.

      소액만 고집하던 다일공동체의 모금방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W호텔에서 기업 CEO들을 초청, 〈다일공동체와 함께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행사를 연 것이 상징적인 예이다. 가평 자연치유센터 부근에 국내외 자원봉사자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섬김과 나눔 훈련센터〉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로 CEO 777명을 초청했다. 최 목사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부자는 부러움의 대상일지언정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했었고, 저 역시 부자를 외면해왔습니다만 사회의 변화와 함께 이미 많은 부자들이 알게 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며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처럼 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가 밥퍼 활동 20년을 회고하면서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입력 : 2008.07.17 03:13 / 수정 : 2008.07.17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