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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붉은 너구리들 102살 거북이 살리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8. 7. 5. 14:58

 

 

 

 

2살 붉은 너구리들 102살 거북이 살리다

에콰도르가 8년전 기증한 거북이 수컷 친구 1년전 죽자 '식음전폐'   


활달한 너구리 넣자 활기 되찾아


국내에 한 마리뿐인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가 우울증에 걸려 죽어가다가 너구리과(科)인 '붉은코코아티'들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세계적인 희귀동물인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 '키토'가 과천 서울대공원에 온 것은 2000년 9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 살던 키토는 해외로 '이민'을 떠난 첫 번째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다. 이름 '키토'는 에콰도르의 수도에서 따왔다. 에콰도르 정부는 당시 수컷 두 마리를 함께 보냈다. '암수'로 보낼 경우 종족 번식을 통해 '사실상의 해외 반출'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에콰도르
의 갈라파고스제도(諸島)에서 서식하는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는 현재 지구상 동물 가운데 수명이 가장 길다. 거북이과(科) 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크고 발과 발톱이 코끼리와 비슷하다. 걷는 속도는 시속 250m다.

키토가 100살이 되던 해인 2006년 함께 '이민'온 수컷 친구가 병으로 죽었다. 키토는 식음(食飮)을 전폐했다.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하루 종일 전시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 4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붉은코코아티 세 마리가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이 주변에서 장난을 치며 시간

        을 보내고 있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이 거북이는 붉은코코아티와 합 사된 후 기력을 되찾았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서울대공원엔 비상이 걸렸다. 대공원측은 전시관 바닥에 동해안에서 가져온 모래를 깔아줬다. 키토는 그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선인장도 입에 대지 않았다. 다른 거북이들을 합사(合舍)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키토는 사육사들이 과일과 영양제를 갈아 만든 유동식을 억지로 먹인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해 왔다.

사육사들은 지난 5월 최후의 카드를 썼다. 동물원에서 가장 활달한 붉은코코아티 8마리를 투입한 것.

체중이 5~11㎏ 정도인 붉은코코아티는 남미 열대림에 사는 너구리과(科) 동물이다. 나무 타기를 즐기는 붉은코코아티는 '정신 없을 정도'로 활동성이 강하다.

평균 두 살로 '새파란' 붉은코코아티들은 '겁도 없이' 102살인 키토의 머리와 다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자극에는 꿈쩍도 않던 키토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반응했다.

보름 정도 지나자 붉은코코아티들은 아예 키토의 등 위에 올라가 먹이를 먹기도 했다. 키토는 점차 활기를 찾았다. 붉은코코아티들을 등에 태우고 물위에서 헤엄치기까지 했다. 키토는 입맛을 되찾으면서 175㎏까지 떨어졌던 몸무게도 200㎏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박유록 사육사는 "활발한 성격의 붉은코코아티들이 귀찮게 하니까 키토가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게 됐고, 서서히 운동량이 늘어나면서 식욕까지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08.07.05 03:54 조백건 기자 loogun@chou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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