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그림 이야기

[Why] 70, 80살까지 오래오래… 김홍도의 축원

수로보니게 여인 2008. 7. 12. 12:31

 

 [Why] 70, 80살까지 오래오래… 김홍도의 축원

[정민 교수의 '그림 읽기 문화 읽기']'고양이와 나비'


살금살금 기어가던 고양이 위로 긴꼬리 제비나비 한 마리가 훨훨 날아든다. 서로 어우러져 호응하는 형세다. 앞쪽에는 듬성듬성 놓인 바위 사이에 빛깔이 다른 패랭이꽃이 한 무더기 피었다. 고양이 바로 앞쪽에는 제비꽃 한 포기가 고개를 동그랗게 숙였다. 고양이와 나비, 패랭이꽃과 제비꽃, 그리고 바위의 조합을 읽어야겠다.

먼저 고양이와 나비. 고양이와 나비가 어우러진 그림은 흔히 모질도(耄耋圖)한다. (耄)는 70 늙은이, 질(耋)은 80 늙은이를 뜻한다. 고양이 묘(猫)와 나비 접(蝶)의 묘접(猫蝶)의 중국음 '마오[mao]디에[die]'가 모질(耄耋)같아, 이런 의미 부여가 이루어졌다.

 

▲ 김홍도의 고양이와 나비. 종이에 채색. 가로 46.1×세로 30.1cm, 간송미술관 소장

 

다음은 패랭이꽃과 바위다. 패랭이꽃은 한자로는 석죽화(石竹花)라 한다. 줄기에 마디가 져서 마디마다 댓잎 같은 걀쭉한 잎이 나므로 이런 이름을 얻었다. 담박하고 청초한 들꽃이어서 뜻 높은 군자의 기풍을 나타낸다. 또 석(石)은 바위로 늘 장수의 상징이고, 죽(竹)은 중국음이 축(祝)과 같은 '쥬[zhu]'여서 이 둘이 만나면 축수(祝壽)의 의미를 띤다. 그 옆에 바위까지 한데 그렸으니, 석죽화와 바위가 만나 '오래 살기를 축원한다'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나머지 하나 남은 것은 화면 아래쪽의 제비꽃이다. 제비꽃은 꽃대가 갈고리를 건 것처럼 안으로 굽었다. 한자로는 여의초(如意草)라 한다. 여의(如意)는 중국 사람들이 지금도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얹어두곤 하는 물건이다. 보통은 나무를 깎아 만들고 금속 소재로 만들기도 한다. 이 여의의 모양이 꼭 제비꽃의 꽃대와 같은 생김새다. 원래의 용도는 효자손처럼 등의 가려운 곳을 마음먹은 대로(如意) 긁기 위한 것인데 나중에는 장식용 물건이 되었다. 그러니까 화면 아래쪽에 그린 제비꽃은 '뜻하신 대로 이루시라'는 의미가 된다. 바닥에 무성하게 깔린 잡초도 언뜻 보아 두어 종류가 있다. 그림 속의 잡초들은 덩굴로 뻗어 자라는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합쳐 읽는다. "뜻 두신 일 뜻대로(제비꽃) 모두 이루시고, 나이 70(고양이) 80(나비)살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바위) 사시기를 축원합니다(석죽화)." 틀림없이 생일 선물이나 회갑 기념 선물로 그려준 것이다. 화제에는 "벼슬은 현감, 자호는 단원, 또는 취화사(醉畵士)"라고 써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를 드러냈다.

추사가 그린 그림 중에도 모질도가 있다. 워낙 묘사력이 형편없었던 추사는 갈필로 겨우 쥐인지 고양이인지조차 분간 안 되는 고양이 한 마리를 그리다 말고, 화제에 모질도(모질圖)라고 썼다. 권돈인의 생일 선물로 준 것인데, 나비는 없지만 화제를 보고 알아서 생각하시라는 재치가 담겨있다.


                                                                                   입력 : 2008.07.11 16:03 / 수정 : 2008.07.11 16:04

 

화제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쓰는 시문(詩文). 그림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