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그림 이야기

신명연의 '참외와 방아깨비'

수로보니게 여인 2008. 8. 2. 16:03
 

[Why][정민 교수의 '그림 읽기 문화 읽기'] 참외가 덩굴져 뻗어가듯…

'자자손손 번성' 기원 담아

신명연의 '참외와 방아깨비'


참외 덩굴이 노란 꽃을 매달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간다. 큰 참외가 앞뒤로 두 개 달렸다. 노란 참외꽃에 초록색 방아깨비의 색채가 선명하다. 하늘로 나나니벌이 날아간다. 왼편에서는 풍뎅이 한 마리가 꽃을 향해 날아든다. 아래쪽 참외 잎 밑으로 땅강아지 한 마리가 기어 나온다. 참외, 방아깨비, 나나니벌, 풍뎅이, 그리고 땅강아지. 곤충만 네 종류나 등장한다.

참외는 오이나 가지와 마찬가지로 주렁주렁 열매가 매달리고 덩굴져 뻗어가는 것이니 더 말할 것 없이 많은 자손을 뜻한다.

방아깨비도 벌써 여러 번 등장했다. 역시 많은 자손이다. 둘을 합치면 자식들 많이 낳으라는 덕담이 된다.

      ▲ 19세기, 비단에 채색. 세로 32.0×가로 31.0㎝, 개인 소장

 

나머지 나나니벌과 풍뎅이, 그리고 땅강아지는 그림에 부가적 의미를 부여한다. 먼저 나나니벌. 한자로는 세요봉(細腰蜂)이다. 나나니벌은 배추벌레의 유충을 사냥해서 마취시켜 자기 새끼의 먹이로 준다. 배추벌레를 잡아넣고 출입구를 봉한 뒤에는 마치 기도하듯 앞발을 비벼대며 그 앞에서 웅웅거린다. 그러면 여러 날 뒤에 봉한 구멍에서 배추벌레로 양분을 취한 나나니벌 새끼들이 부화해서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나니벌이 다른 벌레의 유충을 잡아다가 하늘에 빌어 자기와 똑같은 벌레로 변화시켰다고 생각했다. 《장자》에도 나온다. 부모 닮은 자식이자, 변화와 발전의 상징이다.

풍뎅이는 등딱지 한쪽마다 상서로운 칠성점이 찍혔다. 등딱지가 딱딱한 갑충(甲蟲)이니, 역시 과거 급제를 의미한다. 앞쪽의 집게발까지 살펴보면 갑옷 입고 투구 쓴 형상이다. 대장군의 기상을 갖췄다.

땅강아지는 한자로 누고(��古)다. 온갖 재능을 지녀 못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누고재(��古才)는 이것저것 능하나 제대로 하는 것은 없는 상태를 웃어 하는 말이다. 지금은 미숙해도 꾸준히 노력해서 큰 인물이 돼라는 바람을 담았다.

합쳐 보자. "아직은 미숙하나 재능을 갖춘(땅강아지), 부모를 똑 닮아 똑똑한 아들(나나니벌) 주렁주렁(참외) 많이 낳아서(방아깨비) 과거에 급제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풍뎅이) 바란다."

신명연(申命衍, 1808-?)의 《애춘화첩(靄春畵帖)》에 실린 그림이다. 화제에 "어찌 반드시 벼슬을 그만두고서야 이를 심으리(何必掛冠而種之)"라고 썼다. 괘관(掛冠)은 후한 때 봉맹(逢萌)이 나라가 어지러운 것을 보고 관을 벗어 성문에 걸고 식솔을 이끌고 은거해 숨은 데서 나온 말이다. 예전 중국의 은자들이 흔히 각종 참외를 심어, 이를 내다 팔아 생계를 꾸렸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2008.08.02 02:51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