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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이정명

수로보니게 여인 2008. 7. 2. 19:03


 

    뿌리깊은나무SET(전2권)

 

     저자 : 이정명   역자 :   출판사 : 밀리언하우스(주)   

 

    뿌리 깊은 나무 1권

 모호하고 혼돈스러우며 불확실한 어둠보다 더 진한 거대한 불의의 세력 앞에
때로는 바람 앞에 등불처럼 흔들리기도 하지만 위태로운 목숨 연명하려 하지 않은 의연함으로
불의한 시대에 맞서는 한 젊은이의 용기

 
 
Still waters run deep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is so quiet. He's probably thinking. Still waters run deep, you know.
     은 아주 조용합니다. 아마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잔잔한 물이 깊다고 하지 않아요.

 
뿌리 깊은 나무 2권

   “한글 속에 숨겨둔 ‘대왕 세종’의 비밀 코드
   누가 왕의 학사들을 죽였나


  “예로부터 이 나라는 고유의 말과 풍속을 지녔으니 중국의 속국이 아니고 제후국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고려또한 왕이 아니라 황제라 칭하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새로 군왕이 등극한다 하여 중국에 사은사를 보냄은 어인 까닭인가
스스로 나라를 칭하는 이 땅에서 군왕을 세우는데 어찌 명나라 황제의 허락이 필요한가
군왕이란 그 나라의 하늘과 땅과 백성이 내는 것인데 어찌 대국이라 하여 그 천명을 좌지우지 할 것인가
나라가 군왕과 신하와 백성의 힘으로 바로 서야 하거늘 어찌 대국의 힘에 기대어 서려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선 군왕이 어찌 백성을 안위케 할 것이며 나라의 융성을 도모할 것인가
중국이 대국이라 하나 이 나라를 세우는 데 털끝 하나 관여한 바 없다. 해마다 수확 철이면 공물과 공녀를 요구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은사를 보내야함은 다만 대국이라는 위세 하나로 이웃 나라를 윽박지르는 무도한 처사가 아닌가
이를 어찌 대국이라 할 것이며 좋은 이웃이라 할 것인가

그런데도 오래전의 관습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대대로 뿌리 깊은 사대와 모화의 헛된 관습 때문이다.
대국의 위세에 기대어 영달을 구하는 자, 대국의 경학으로 입신 하려는 자, 어떻게든 중국 조정 관리의 막 종으로라도 연줄을 대어 부귀를 얻으려는 자, 중국의 물건을 팔아 부를 축적하려는 자들이 한둘인가

가련한 백성들은 애써 지은 수확을 공물로 바치고 금쪽같은 딸자식을 공녀로 바치며 피가 끓었다.
제 백성의 피를 빨고 뼈를 깎아 부귀영달을 꾀하는 자를 어찌 사대부라 할 수 있으랴
이는 모두가 이 나라의 힘없음 때문이요, 이 백성의 깨달음 없음 때문이다.
우리의 군력이 대국을 능히 대적하고 우리의 궁리가 대국을 앞지르며 우리의 격물이 대국을 넘어서면 더 이상 대국은 대국이 아니요, 조선은 변방의 조공국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왕이여 명심하소서. 어설픈 흉내로 작은 중국이 되려하지 말고 격물로 치지하시와 이 나라가 온전한 나라로 곧추서게 하소서…” 「고군통서」.

한 구절 한 구절 읊어나가는 정인지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 되었다. 채윤의 가슴속에서 풀무질을 하듯 벌건 불꽃이 이글거렸다.

 

         

 

“실은 저희 둘 사이에만 통하는 글자로 소리를 적어 뜻을 전합니다.”

주상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글자로 소리를 적는다?”

 

“그렇습니다. 한문은 본디 하나의 뜻에 하나의 글자가 대응하나 우리말과 같지 아니하여 일상적인 말을 전할 길이 없습니다. 또 글자의 순서로 문장을 이루니 한없이 어려워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한자의 소리 남과 뜻을 따서 어우러지게 하여 씁니다. 가령 ‘가람에 간다’란 뜻은 강행(江行)이라 적지 않고 강애행(江厓行)이라 적어 ‘가람에 감’을 표시합니다.”

 

“옛사람의 설총이 한문을 쉽게 읽고 쓰게 하기 위해 이두를 만듦과 같구나. 이두를 알지 못한 채 나름의 표기법으로 뜻을 통했다니 기지가 놀랍다.”


“사람 간에 뜻이 통함은 말을 잘 하고 못함에 있지 않습니다. 서로의 마음에 다가가려 한다면 말이 없고 글이 없어도 아무런 흠이 되지 못합니다.”

세자빈의 말에 주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백성이 서로 아끼고 배려하여 선의로 통한다면 요순[堯舜]의 이상국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말하지 않으면 묻히는 진심이 있고 글로 남기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는 선의도 있다.

쉽게 통하는 말과 글은 곧 선의의 더욱 의롭게 하고 호의를 두텁게 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니 너희 또한 서로가 통하는 글을 만들어 쓰지 않았더냐


“그러나 그 글 또한 정교하지 못하고 한자를 빌려 몇몇 토씨를 만들어 쓸 뿐입니다.”


“중국말과 우리말은 본디 다른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문자로 우리말을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랏말에는 그 말을 쓰기에 적합한 나랏글이 있어야 한다.”


“나랏글이라면 어떤 글자이옵니까


“소리가 주인이 되는 글자다. 사람의 소리를 정확하게 쓸 수만 있다면 수만 글자를 일일이 익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뜻이 통할지니….”


오래전부터 말과 글에 대한 주상의 곰삭은 생각이었다.

소이는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거대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오래 소리를 탐구하였으니 소이는 사람의 소리를 궁리하기에 뛰어나다. 말을 하지 못함으로 그 발음과 성음 기관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화선지 같아 어떤 음이라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상의 말에 세자빈은 고개를 쳐들었다.

 

“소이의 모자람이 전하의 궁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이 황공하옵니다.”


“학문에 군왕과 신하가 없고, 아비와 자식이 없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없다.

오로지 궁리의 궁극에 다다른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있을 뿐이다. 내 오래 소리에 천착 [穿鑿]했다 하나 독자적인 소리의 기호를 만들어 쓴 소이와 세자빈이야 말로 소리 기호의 궁극에 가까이 가 있다. 너희들의 지혜를 빌리려 하니 본방나인 소이는 오늘부터 대전궁녀로 근무하라.”


“일찍이 내시부와 제조상궁이 세자빈의 몸종이 말을 못하므로 궐에 들일 수 없다 하였다.

그러나 나는 듣지 아니하였으되, 네 말 못하는 처지로 인하여 죄받음이 합당치 않은 까닭이다.”

소이의 큰 눈에 눈물이 맺혔다.


“사람이란 누구나 모자란 구석이 있는 법. 천하의 현학도 깨치지 못한 바가 있고 무예의 고수도 생각지 못한 허점이 있다. 말 못하는 설움만도 견디기 힘겨운데 그 모자람을 어찌 허물로 돌릴 것인가


소이는 눈물 때문에 어른거리는 눈으로 앞에 놓인 세필을 들고 끄적였다.

소이의 붓끝을 가만히 바라보던 세자빈이 흔들리는 붓 끝에 담긴 뜻을 그대로 읽어 전했다.


“어찌 말 못하는 병신의 모자람이 성업에 보탬이 되오리까

북받치는 설움과 감격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상은 말을 이었다.

“이 궁중 안에 너 만한 운학의 현학이 없다. 저자거리를 살피고 팔도를 헤집어도 너처럼 말하지 않고 글로써 능히 제 뜻을 펴는 자가 없다.”


“말하되 쓸 줄 모르는 불편이나 쓰되 말하지 못하는 고통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한자와 담을 쌓은 무지렁이 백성들이나 말하는 것이 어려운 소이나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자의 고통을 덜어주지 않고 어찌 만백성의 군왕이라 감히 말하리.”

 

주상의 말 맺음이 떨렸다. 소이는 그 떨림 속에서 한 남자의 고독한 신념을 보았다.

그것은 진실로 자신의 굳어버린 입을 열고 온 백성의 닫힌 문미를 깨우치려는 뜻이었다.

 

주상은 그 외롭고 위태로운 전쟁을 계속 치러 냈다. 대국의 위협과 시대의 강퍅함과 문신, 경학파 학사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전국 방방곡곡의 향교와 성균관의 반대와 편전의 용상 앞에 쌓이는 언관들의 상소와…

주상은 혼자 몸으로 그 모든 것들과 맞섰다.

다행히 주상 곁에는 그를 지키려는 신하들이 있었다. 그들은 철퇴를 맞아 머리가 으깨어 죽었고, 심장에 칼을 맞고 죽었으며, 시신이 우물 간에 버려지고, 대들보에 매달렸다. 혈족이라 할 며느리조차 처참한 능욕을 뒤집어쓰고 궁궐을 쫓겨나야 했다.

궁궐 어디에나 그 전쟁의 피가 뿌려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하릴없는 죽음을 택했던가

그들이 죽어간 이유는 주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주상이 아니라 주상의 뜻이었다.

그 것은 이 시대의 뜻이기도 했다.

시대는 살아 숨쉬었다. 시대는 생각하고 성장하며 완숙해졌다. 사람이 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대가 성장하는 데는 그 시대의 명을 좇는 자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거대한 시대의 전쟁에 맨몸으로 나선 자들이 그들이었다. 많은 시대가 흘러 성장하고 발전하여 융성의 시대가 올지라도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맞선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융성의 시대를 만드는 한줌 거름이 됨을 기꺼워할 것이었다.

채윤은 뜨끔뜨끔 핏발이 오른 따가운 눈을 비볐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주상은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시대와 정면으로 싸우고 있었다. 불온한 시대, 혼돈의 시대를 물리치고 빛과 융성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사옵니다.”

몇 번이나 까무라칠 물고를 당한 어린 겸사복이 겨우 눈을 뜨면서 꺼낸 첫마디는 아직도 남은 의문이었다.

“변고는 모두 끝났다. 또 무슨 의문이 남았느냐?”

채윤은 품속에서 땀에 절은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군데군데 피와 땀에 흠뻑 젖은 종이에 정갈하고 반듯한 글자가 보였다.

根, 之, 木, 風,  , 源, 之, 水, , 渴.


“이 글자들이 무슨 뜻이옵니까?”

주상은 눈을 감았다. 윤필이 죽어가면서까지 지켰던 글자의 비밀을 한 자 한 자 새기듯 읊었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새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새 내히 이러 바랄에 가나니….”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밀고 올라왔다. 윤필이 목숨을 버려 지킨 것은 뿌리 깊은 나무였다.

장성수, 윤필, 허담, 정초, 장영실, 박연,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목숨을 버려 뿌리 깊은 나무를 지켰던 작약시계의 계원 하나하나가 스스로 뿌리 깊은 나무들이었다.

주상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한 그루의 뿌리 깊은 나무를 바라보았다.

채윤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주상전하와 소이 항아가 숨어있는 두 명의 학사임을 알았으나 지수귀문도의 두 음소는 끝내 찾을 수 없었사옵니다.”

 

“스물여덟 자의 글자로 세상의 말을 쓸 수 있으나 쓰지 못할 말이 있으니 바로 말없음이다.

말없음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니 말하고자 하나 말하지 못함과 말할 수 있으나 말하지 않음이다.

말하지 않고 뜻을 전한다면 수많은 말보다 나을 것이니 그것이 으뜸 되는 음소가 아니겠느냐?”

뒷머리가 찌릿해졌다. 깨달음은 곧 새로운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날이 밝는 대로 정음 스물여덟 자를 반포할 것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다.

그것으로 이 나라는 중국이 아닌 스스로의 혼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백성들은 배우고자 하면 어떤 일이든 배울 수 있을 것이요, 익히고자 하면 무엇이든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백성들은 이 땅의 강역에서, 이 땅의 글로 이 땅의 혼을 마음껏 노래할 것이다.”

주상은 다시 채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나의 일을 하듯 윤은 네가 할 일이 있다.”

“목숨을 다하여 받들겠나이다.”

“날이 밝기 전에 소이와 함께 궐을 떠나라.”

채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청천벽력이었다. 그런 채윤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상은 말을 이었다.

“너희들을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궐 안에는 늘 독사 같은 무리들이 독을 품은 이빨을 감추고 있다. 나의 욕심으로 너희들을 다칠까 염려될 뿐이다.

“아니되옵니다, 전하.

소인 미련하고 아둔하나 이 궐 가장 외딴 구석이라도 내어주신다면 독사의 무리에게서 전하를 지키고 싶사옵니다.”

 

“나의 몸을 지키는 것은 금군 몇이면 족하다. 그러니 너는 나의 몸이 아니라 나의 뜻을 지켜라.”

“전하의 곁에서 전하의 안위를 지키는 것보다 소중한 일이 어디에 있사오리까?”

주상은 옆에 두었던 비단 보자기를 풀었다. 두 권의 서책이 드러났다.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와 용례를 세세히 적은 글이다. 또 한 권은 「고군통서」의 원본이다.

“이 귀한 책을 어찌 소인에게 주십니까?”

“이 서책이 궁 안에 남아있다면 또 얼마나 변고의 화근이 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의로운 자들이 해를 당해야 할 것이냐?”

순간 채윤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주상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상은 채윤의 흔들리는 눈빛을 들여다보며 나지막히 말을 이었다.

“너는 소이와 함께 이 서책을 잘 간수하여 날이 새기 전에 이 궁궐에서 멀리 떠나라.”

“소인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이 서책을 지킬 것이옵니다. 하오나 소이 항아는 전하의 곁에 있음이 마땅하옵니다.”

 

“사람의 몸은 그 마음 머무는 곳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마음 머무는 곳과 몸이 머무는 곳이 다른 것만큼 서글픈 일이 없을지니…….”

주상은 소이의 슬픈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이 궁인의 명석함과 아리따움을 오래 아꼈나니 그 마음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안다.

군왕이라는 자가 한 백성의 마음 거하는 곳에 몸을 거하게 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온 백성의 평안을 도모하겠느냐?

그러니 소이와 함께 떠나라. 학사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이 혼을 후세에 후세까지 길이 전하라.”

 

조금씩 조금씩 채윤의 두 눈이 젖어오고 있었다.

“이 시대의 백성들조차 모르는 의로운 현자들의 의로운 싸움을 후세 사람들이 어찌 알겠사옵니까?”

“후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염려하지 않는다.

지금의 백성들이 나의 뜻을 알아주지 않음 또한 서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일은 지금 나에게 맡겨진 백성들을 염려하는 것일 뿐….”

 

낭랑한 그 음성에 채윤도 소이도 두 눈이 젖었다.

멀리 동쪽 하늘이 희붐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Sad moments were interchanged with hours of merriment/비탄 환락 왔다.

         poet ; n.시인;시인 기질의 사람,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If you want to write a good poem, you must not be afraid of writing a bad one first.

         좋은 시를 쓰고 싶으면, 먼저 졸작에 대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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