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It Down Make It Happen`

맛있는 독서/ 독서 능력은 ‘생각의 나침반’이자 ‘정보 활용 능력’이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8. 4. 1. 10:07

 

  맛있는 독서 

                                독서 능력은 ‘생각의 나침반’이자 ‘정보 활용 능력’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대요.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황순원의 ‘소나기’로 수업이 진행 중이다.

    “자, 여러분!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죽어서 매우 슬프겠지요?

    그러면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소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여러분이 한 번 생각해보세요.”

    교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학생이 자신 있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주인공 소년은 이제 다른 여자를 생각을 할 것입니다.”

    “뭐?”

    교사는 학생의 대답에 놀란다. 그때 또 다른 학생이 손을 들고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요, 이제는 건강한 여자를 사귀겠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위의 일화는 한국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G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필자와 학생들이 나누었던 대화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와 같은 철학적인 명제에 대한 사고를 확장해 주기 위하여 황순원의 성장 소설 ‘소나기’를 선택하였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 책을 내가 원한 방향으로 읽지 않고 이성을 사귀는 방향으로 읽은 것이다.

      내가 학생들로부터 듣기를 원했던 대답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또는 어린아이들이 죽으면 별이 될까?, 아니면 ‘노인들도 살아 있는데 왜 아이들이 먼저 죽기도 하는 걸까?’ 등등 삶과 죽음의 본질이라는 명제를 통하여 성장의 문턱 하나를 넘기를 원했다. 그런데 책을 읽은 학생들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독서란 이런 것이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독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생각의 나침반을 돌리는 일, 이것은 아이들의 IQ가 하는 일도 아니고 도덕심이 하는 일도 아니다. 순전히 아이들의 독서 능력이 하는 일이다.

      독서 능력이란, 독자의 눈에 문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의미를 이해하고, 감동을 받는 전 과정에 필요한 관찰력, 변별력, 어휘력, 집중력, 이해력, 분석력, 요약능력, 상상력, 추리력, 비판력, 판단력,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등의 사고 능력을 총칭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들은 책을 읽을 때 생각의 방향, 방법, 틀 등을 제시 한다는 점에서 ‘생각의 나침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는 생각이 끼고 있는 안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독자는 자신의 독서 능력에 따라 책을 해석하고 판단하게 된다.


    ※도시 학생이 농어촌 학생보다 떨어진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는가에 따라 대학에서서의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로 학원에서 과외 교육을 받고 대학에 들어온 도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농어촌 지역에서 혼자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항상 과외 교사가 찍어주는 문제를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해온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거나 학업 성취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 2002년 보고서


      도시 학생들, 특히  과외에 의존하여 공부한 학생들은 대학에는 들어 왔지만 대학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암기된 데이터는 많다. 그래서 선다형 문제를 잘 풀어 대학에까지는 들어왔지만, 이런 암기식 데이터는 사고하는 연구형 공부를 요구하는 대학에서는 무의미하다.

    이와 반대로 혼자 공부하면서 스스로 원리 이해를 하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그것을 외우면서 공부한 농어촌 학생들은 일단 대학에만 들어오면 공부가 너무 쉽고 잘 되어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과외형 공부에서 습득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데이터이다. 데이터는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것은 지식이 아니며 단지 자료일 뿐이다. 자료란 그것을 사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쌀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밥을 짓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데이터는 운용될 때 비로소 가치를 발한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 문법의 규칙, 역사적 사실 등이 데이터라면, 데이터의 집합체인 문장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정보 수집이다. 그리고 그 정보를 습득해서 자기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이 바로 지식이다. 이때, 데이터를 가지고 만드는 능력이 바로 독서 능력이다.

      지식은 3단계로 운용된다. 데이터 수집은 의미 없이 나열된 숫자, 인용된 학설, 단어, 연대, 역사적인 사실, 공식, 등이다. 그동안 주입식 교육은 데이터 습득 그 자체를 교육의 중요한 내용으로 다루어 왔다. 즉, 데이터를 외우고, 그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외우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교육의 주요 기능을 허비해 왔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는 둘째 단계인 정보화 없이 데이터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독서 능력은 책을 읽을 때나 공부할 때 기초 능력이 된다. 이런 능력이 풍부한 학생은 국어, 영어, 수확, 과학 등, 학교 공부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지만, 이런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방해를 받아 공부가 어렵고, 어려운 공부가 계속되면 공부 자체가 싫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독서 능력의 형성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책 읽기 경험으로부터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미영 한국독서개발원 원장

                                 

       Reading is to the mind what food is to the body.  

           음식이 몸을 기르듯이 독서는 정신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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