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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53] 대학 시절

수로보니게 여인 2019. 3. 12. 23:51
  •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53] 대학 시절
  
입력 2019.03.11 03:09

             

     

대학 시절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다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기형도(1960~1989)

이십 대의 마지막 봄,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봄꽃들 보지 못하고 그는 서둘러 청춘을 마감했습니다.

지난주가 기형도의 30주기였습니다. '한 세대'가 갔습니다. 기형도는 저 '대학 시절'을 떠난 지 불과 몇 해 만에 이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그보다 40여 년 전 윤동주가 '한 점 부끄럼'을 앞에 두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 도 괴로웠했다'('서시')고 고백하고는 이승을 하직했던 그 숲입니다. 일제와 독재하의 '진리'로서의 '아름다운 숲'을 앞에 두고는 '각오한 듯 눈을 감아야' 했고 꽃 피는 철이 오면 역설적이게도 '감옥과 군대'로 흩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시 그를, 불행했던 세대의 청춘들을 추모합니다. 다시는 그 '은백양의 숲'에 '버려지는 책'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0/20190310018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