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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43] 순환의 바퀴

수로보니게 여인 2019. 1. 1. 19:01
  •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43] 순환의 바퀴
        


순환의 바퀴

눈사람이라는 게 이미 순환의 바퀴이기 때문에 대륙 횡단 열차의 바퀴 같은 것을 굳이 발 없는 눈사람에게 달아서 굴러가게 할 필요는 없다. 눈사람은 시냇물로 달려가는 바퀴이고 강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는 바퀴이며 맑은 날이면 하늘로 굴러가는 바퀴이다. 그 바퀴는 들꽃 속으로 들어가고 나무 꼭대기로 오르며 샘에서 다시 굴러 나온다. 공중 목욕탕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를 보며 누가 바다 밑에서 팔 없이 헤엄치던 눈사람을 기억할까.

―최승호(1954~ )


해마다 이맘때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묵묵한 표정으로, 후덕한 몸짓으로 와서는 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는 너무 작아서 귀로 들을 수는 없습니다. '어디서 왔습니까?' 하고 묻습니 다. 대답은 없습니다. 다만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발이 대답을 대신합니다. 눈사람!

참으로 훌륭한 교사입니다. 물리를 가르치고 천문을 가르치고 문학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인생을 보여줍니다. 한 해가 왔고 한 해가 갔습니다. 눈사람과 같습니다. 나도 눈사람입니다. 녹아 흘러가서 당신에게 닿고 싶은 눈사람입니다.


시작하는 한해살이가 눈사람처럼 깨끗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