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국어 바루기

‘혼저 옵서예

수로보니게 여인 2017. 7. 1. 13:55

궁금한우리말

전국 방언 말모이

감수광, 감수광…


가거들랑 혼저 옵서예

얼마 전에 제주 출신 가수 혜은이가 데뷔 45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제주 출신 가수여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에 한때 우상(?)이었던 그녀를 떠올려 봅니다. 혜은이는 1975년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데뷔해 1970년 중반 이후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국민 가수였지요. 혜은이의 음악회가 눈에 띈 이유는 ‘전국 방언 말모이’ 원고를 준비하면서 그의 대표 곡 가운데 하나인 <감수광>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감수광’은 표준어 ‘가고 있습니까’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입니다. 제목도 제목이려니와 ‘감수광 감수광 날 어떵허렌 감수광 설룬 사름 보냄시메 가거들랑 혼저 옵서예’라는 애잔하면서도 맛깔난 제주 방언 후렴구가 국민들의 가슴 속에 아로새겼지 않나 싶네요. <감수광>이 발표된 지 4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감수광 감수광’하면서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감수광’ 1977년에 발매된 혜은이 5집 앨범의 대표곡 혜은이가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름일는지 몰라도 제가 십대였을 때만해도 요즘 말로 아이돌 스타였습니다. 십대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큰 사랑을 듬뿍 받는 인기 가수로, 1977년 한 해에만 KBS와 MBC 10대 가수상 TBC 여자가수상, 서울가요제 대상을 휩쓸었습니다.

<사진1> 1977년에 발매된 혜은이 5집 앨범의 대표곡 <감수광>

제목의 ‘감수광’은 ‘가다’의 어간 ‘가-’에 ‘동작의 계속’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암ㅅ-’에 높임을 나타내는 의문형 종결 어미 ‘-우광’이 결합해서 이루어진 제주 방언인데요. ‘감-’은 ‘가-’와 ‘-암-’이 결합하면서 ‘아’가 축약된 형태입니다. ‘-암수광’은 화자에 따라서 ‘-암수과, -암수가, -암수강’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용언 어간이 음성 모음이면 ‘먹엄수광?(먹고 있습니까)’처럼 선어말 어미 ‘-엄ㅅ-’이 쓰입니다.


     저디 봠수광?(저기 보고 있습니까?)
집의 왐수광?(집에 오고 있습니까?)
가이도 오람수광?(그 아이도 오고 있습니까?)
남 우의 앚은 생이 보염수광?(나무 위에 앉은 새 보이고 있습니까?)
무사 밥 굶엄수광?(왜 밥 굶고 있습니까?)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암ㅅ/엄ㅅ-’은 제주 방언의 말맛을 색다르게 해 주는 문법소 가운데 하나로 동작의 진행을 나타내 주는 표지입니다.
‘-암수광?/-엄수광?’에 대한 대답은 ‘-암수다/-엄수다’를 써서 ‘봠수다(보고 있습니다)’, ‘왐수다/오람수다(오고 있습니다)’, ‘보염수다(보이고 있습니다)’, ‘울엄수다(울고 있습니다)’처럼 표현하면 됩니다.1)

< 감수광>은 모두 3절로 이루어진 가요인데요, 제주 방언의 묘미를 느껴 보기 위해 <감수광>의 1절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사진2> 1977년 5집 앨범에 수록된 <감수광> 가사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고요 인심 좋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감수광 감수광 날 어떵허렌 감수광 설룬 사름 보냄시메 가거들랑 혼저옵서예 

위의 노랫말을 보면 1절은 제주의 삼다(三多)라 불리는 ‘바람·돌·여자’를 소재로 하고 있네요. 여기에 ‘감수광 감수광 날 어떵허렌 감수광 설룬 사름 보냄시메 가거들랑 혼저 옵서예’라는 방언 후렴구가 더해져 제주의 이국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주네요. 듣는 사람들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후렴구를 표준어로 옮기면 ‘가십니까 가십니까 날 어떠하라고 가십니까. 서러운 사람 보내고 있으니 가거들랑 어서 오세요’인데요, 표준어보다는 아무래도 제주 방언이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나 싶네요.

그런데 ‘감수광’의 가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는데 후렴구가 ‘감수광 감수광 나 어떡할렝 감수광 설릉 사랑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조옵서예’처럼 표기가 잘못 되어 있더군요. 제주 방언에 ‘할렝’, ‘설릉’, ‘보낸시엥’, ‘혼조’라는 말은 없습니다. ‘혼조’는 후설 저모음인 ‘아래아(아래아)’ 음을 살린 ‘혼저’로 써야 합니다.
후렴구에 사용된 제주 방언의 ‘어떵허렌’은 ‘어떠하라고’, ‘설룬’은 ‘서러운’, ‘사름’은 ‘사람’, ‘보냄시메’는 ‘보내고 있으니’, ‘혼저 옵서예’는 ‘어서 오십시오’라는 의미입니다. ‘어떵허렌’의 ‘어떵’은 표준어 ‘어떻게’에 대응하는 제주 방언으로 쓰임이 아주 많은 어휘입니다.

어떵 살멘?(어떻게 살고 있니?): 상대방의 근황을 물을 때 쓰는 말
어떵 먹어지커라?(어떻게 먹을 수 있겠어?): 음식 따위의 놓인 위치가 멀게 느껴질 때 걱정을 담아서 묻는 말
어떵 완?(어떻게 왔니?): 갑자기 찾아온 사람의 온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볼 때 쓰는 말

노랫말의혼저 옵서’도 기억해 둘 만한 제주 방언인데요, 사람을 반가이 맞으면서 건네는 인사말로 ‘어서 오세요’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따듯한 감정을 실어 ‘오젠 허난 속앗수다(오려고 하니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덧붙이면 최고의 인사말이 되겠지요. ‘혼저 옵서’는 가끔 공항이나 식당 입구에서 볼 수 있는데, ‘어서 오세요’라는 환영의 인사말을 ‘혼저 옵서예’처럼 잘못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서 오세요’라는 의미로 쓸 때는 ‘예’를 빼고 ‘혼저 옵서’로 쓰면 좋겠지요. 그리고 ‘혼저 옵서예’에서 ‘예’는 종결 어미 다음에 덧붙여 쓰는 첨사로 강조나 확인할 때 사용합니다. ‘예’ 대신에 ‘양’도 쓸 수 있는데요, ‘잘 갑서양(잘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또시 옵서양(다시 오세요)’처럼 표현하면 됩니다.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농축된 제주 방언은 소중한 우리의 언어 유산입니다. 제주 방언의 진정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도록 <감수광>을 속으로나마 한번 흥겹게 불러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_김순자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부 및 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제주대학교 강사,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연구원 지냄.
현 (사)제주어연구소 이사, 제주학연구센터 비상근연구위원



1)‘-암수다/-엄수다’는 학자에 따라서 ‘-우다/-우다’로 형태를 밝혀 적는 경우도 있지만, ‘-/-’에서 ‘ㅯ’은 현대 국어에 없는 받침이어서 여기에서는 ‘-암수다/-엄수다’로 표기하였다.

<사진 출처>
< 사진 1, 2> ‘혜은이’, “한국 대중가요6000”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78193&cid=58276&categoryId=5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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