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교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20일에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밟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오늘도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고노 담화 검증과 관련해선 “너무 너무 답답한 일”이라며 “일본이 온 세계가 다 분노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조차도 사실은 사과 안 하려는 게 아니냐. 사과해놓고 지금 덮으려는 게 아니냐”고 했다. 또 “일본은 사과할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사과해야 양국 간 신뢰가 쌓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이 해군의 독도 근해 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엔 “독도, 당연히 우리 영토, 영해 내에서 (훈련을) 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왜 시비를 거나. 참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퇴근길에는 2011년 4월 독도를 직접 둘러본 소회와 독도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 5001함의 세족식에서 대원들의 발을 직접 씻어준 경험을 적은 ‘독도의 밤’이란 칼럼을 소개했다.
문 후보자가 이처럼 친일 논란에 대한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원로 정치인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첫 여성 대사(핀란드·러시아)를 지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부 언론이 편파보도를 해서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어놓고, 그 조작된 여론을 빙자해서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본인한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되든 어쩌든 완전히 인격살인을 하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가 보수 우파라서 싫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걸 친일파로 씌워서 인격살인을 하는 건 용납할 수가 없다”며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올해 92세인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인사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장 전 부의장은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청문회를 하지 않으려고 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나갔다”며 “월요일(23일)에는 국회나 청와대로 가서 시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을 역임한 이각범 KAIST 교수도 “자기 집단의 이해·견해와 다르다고 청문회를 하지 않고 무조건 배척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회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의해 정부가 하는 일을 대응하면 되는 건데 (청문회를) 사전에 된다, 안 된다, 나가라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기본적인 절차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편집한 교회 강연을 보고 친일이라 하기 때문에 전체 1시간10분짜리 동영상을 다 봐야 한다”며 “청문회에서 전 국민에게 생중계를 하든지 해서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팩트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은 “문 후보자가 우파인 건 확실하지만, 어떻게 우파가 친일파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 후보자를 총리감으로 생각해서 지명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며 “여당 일부 의원이 나라를 위해 물러나달라고 하는데, 책임의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 아닌가. 책임 없는 권력은 폭력”이라고도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는) 국민에게도, 국제사회에도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총리”(안철수 공동대표)라며 청문회 불가론을 펴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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