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朗誦

수증기/ 박성준

수로보니게 여인 2013. 7. 8. 16:09

박성준, 「수증기(낭송 박성준)

 

 


박성준, 「수증기」를 배달하며


여기 맹물을 끓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 건더기 없는 백탕을 끓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후, 불어 끄면 그만인 불 위에 솥을 얹고 물을 끓이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 그것도 어긋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모든 사랑은 아마 어긋난 상황일 겁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고 수증기가 오릅니다. 물은 물이 아닌 것이 되어 허공 바깥으로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아직 불이 꺼지진 않았습니다. 물은 계속해서 끓고 있습니다. 불을 끄면 사랑이 아니요 그냥 두면 모두 증발해 버리는 것, 그게 사랑이지요.  

애인이 떠나면 마음의 새 단장을 해야지요. 그러나 그건 침침한 어둠의 도배지일 것이고 성대도 없는 개가 웃듯 방바닥에 이름을 파며 가짜 웃음을 웃어야 할 것입니다. 이별은 뿌리가 깁니다. 수증기가 천지에 잔뿌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맹물 다 끓어 사라지고 남은 빈 솥, 그 솥에 밥을 끓입니다. 눈물 그렁그렁한 채 아귀아귀 밥을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