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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22> 20대 때 폭음, 60대 치매 불러 … 40대, 한번 가본 길이면 '내비(내비게이션·navigation)' 꺼라

수로보니게 여인 2013. 9. 9. 17:29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20대 때 폭음, 60대 치매 불러 … 40대, 한번 가본 길이면 '내비(내비게이션·navigation)' 꺼라

• 박상기 기자

입력 : 2013.09.05 03:00

[22] 치매 예방, 지금 내 나이 때 뭘 하면 좋을까

-뇌세포 성장하는 10대
지속적 학습, 腦예비용량 늘려… 악기 배우면 腦 활성화에 도움
-음주 시작하는 20대
젊다고 정신 잃도록 마시면 한 번에 腦세포 수천만개 파괴
-老化 빨라지는 30~40대
규칙적 운동하고 스마트폰 자제, 잠자기 전 10분 10줄 日記쓰기
-치매 경보 울리는 50~60대
건강검진 때 5년마다 腦 사진, 봉사활동 등 사회교류 계속해야

본지가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병'을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 가운데선 암(癌)이 1위였지만, 60대 이상에선 치매가 1위였다. 젊을 때는 무심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치매를 가장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는 60대 이상에서 갑자기 발병하는 병이 아니다. 초대 대한치매학회장을 지낸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치매는 서서히 뇌에 독성물질이 쌓이다 발병하는 병"이라며 "10∼20대부터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치매 없는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동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매 전문의(醫)들이 추천하는 연령대별 치매 예방 실천법을 모아봤다.

◇10대, 뇌세포가 성장하는 시기

뇌세포는 만19세 즈음까지 성장한다. 뇌세포 수가 늘진 않지만 뇌세포를 연결하는 신경이 발달한다. 이 신경이 촘촘하면 훗날 뇌세포가 급속히 파괴돼도 오랜 기간 정상적 기억이나 판단이 가능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인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는 "지속적 학습이 신경을 발달시켜 뇌 예비 용량을 늘린다"며 "무학(無學)인 사람은 치매 발병률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높다. 학생으로서 학습 활동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치매 예방"이라고 말했다. 여행이나 현장학습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뇌세포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한양대 의대 김희진 교수는 악기 배우기를 권했다. 김 교수는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 바로 옆에 있어 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악기 연주가 취미가 되면 평생에 걸쳐 써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령대별 치매 예방 실천법.
◇20대 폭음이 60대 치매로 이어진다

대다수가 20대에 처음 술을 접한다. 한설희 원장은 "사람은 뇌세포를 약 1000억개 갖고 태어나서 하루 약 10만개씩 파괴되는데 과음하면 100만개 이상,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면 한 번에 수천만개가 파괴된다"며 "20대에 들인 폭음 습관이 60대에 치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주 5잔 이상을 폭음으로 보고 있다. 하루 평균 3잔 이상 술을 마시면 뇌 손상으로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30∼40대, 운동·학습 기회 찾아야

30대가 되면 몸의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는 없어 뇌가 둔해지기 시작한다. 규칙적 운동과 학습이 필요한 시기다. 김희진 교수는 '암기가 있는 운동'을 추천했다. 동작을 외워야 하는 태권도, 검도, 댄스스포츠 등을 하면 운동 효과와 학습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건이 안 좋다면 1시간 이상 일주일에 3번씩 걸으면 된다"고 말했다.

각종 스마트 기기는 뇌세포 노화의 주범이다. 김기웅 교수는 "스마트 기기 의존이 뇌세포를 둔화시킨다"며 "한 번 가본 길은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등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복기(復棋)하는 것도 좋다. 한설희 원장은 "잠자기 직전 10분 동안 10줄짜리 일기를 쓰면 수면 중에 그 기억이 뇌에 잘 스며들어 기억력이 좋아진다"며 "일기가 기억을 깨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치매 경보 발령되는 50∼60대 이상

전체 치매의 50% 이상인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40대 중후반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한다. 한설희 원장은 "대장내시경 검사처럼 5년 주기로 건강검진 때 뇌 사진을 찍어두면 치매 진행 여부를 확인해 조기 검진·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적극적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기웅 교수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2.9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사회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주변 사람과 교류를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 원장은 봉사활동을 추천했다. 한 원장은 "봉사활동은 무료할 수 있는 은퇴 이후 시간을 보람 있게 해 우울증을 예방하고, 뇌세포 파괴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희진 교수는 글쓰기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기적으로 신문이나 책의 한 단락을 읽고 내 문장으로 다시 써보거나, 국내·국외 여행을 다녀와 보고 들은 것을 떠올리며 기행문을 써보면 기억력 감퇴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며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은 한글을 새로 배우는 것 자체가 훌륭한 치매 예방 활동이 된다"고 말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손자뻘 대학생과 색칠하고 퍼즐놀이… 치매 노인들 "재밌어요"

  • 박상기 기자

    입력 : 2013.09.05 03:00

  • 강동구 대학생 치매 서포터스… 매주 독거 치매노인 20명 찾아

    퀴퀴한 쉰내가 나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3평 남짓한 단칸방. 침대와 TV, 냉장고, 밥솥이 가재도구의 전부다. 이곳에 혼자 사는 최정석(83)씨는 초기 치매 증세를 보이는 경도인지장해(輕度認知障害) 환자다. 최씨는 주로 TV를 보거나 자면서 시간을 보낸다. 창밖이 어둑해지면 가끔 동네를 걷기도 한다. 온종일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날이 많다.

    지난달 7일 오후 1시, 평소대로라면 낮잠을 잘 시간이지만 최씨는 손녀딸 또래의 대학생 오로라(22)·장유진(20)씨와 함께 있었다. 강동구 치매지원센터의 '찾아가는 인지 건강 프로그램'에 치매 서포터스로 참여한 오씨와 장씨는 벌써 두 달째 일주일에 한두 번씩 최씨를 찾아 인지 능력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은 개구리와 오리 그림을 색칠하는 미술 수업이었다. "할아버지, 오리는 우리 무슨 색으로 칠할까요?" "오리? 오리는 노란색인데…." 최씨가 노란 물감으로 오리를 칠하기 시작했다. 오리를 완성한 최씨 앞에 이번엔 개구리 그림이 놓였다. "할아버지, 이거 뭔지 알겠어요?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건데." "뛰어다녀? 비둘기?" "그거 말고요. 두꺼비랑 비슷한 거요." "아, 그거 그거, 개구리." "와, 맞아요!"

     

    서울 강동구 치매지원센터의 대학생 치매 서포터스 장유진·오로라씨가 독거 노인 최정석씨와 함께 오리와 개구리 그림을 색칠하는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포터스 활동을 총괄하는 강동구 치매지원센터 조승현 작업치료사는 "학생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최정석 할아버지는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된다"며 "뇌를 자극하고 뇌세포를 깨우는 이런 작업이 경도인지장해가 치매로 이행되는 속도를 그만큼 늦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강동구 치매지원센터가 처음 시작한 독거노인을 위한 대학생 서포터스 프로그램은 지역사회가 치매 환자를 돌보는 선진국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봉사 활동 참가자들이 치매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직접 치매 예방·치료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시도다. 인터넷으로 모집 공고를 접하고 서포터스 활동에 참여한 대학생 27명은 6시간 사전 교육을 받고 독거노인 20명을 매주 찾는다. 첫 시간에 간단한 인지 능력 테스트를 한 뒤 각자의 치매 증세에 적합한 미술, 음악, 원예, 모자이크, 퍼즐 게임, 찰흙 공작 수업을 한다. 교육 후엔 보고서를 내 치매지원센터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최씨는 "처음엔 어렵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재밌다"고 했다. 치매지원센터의 설문조사에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독거노인 중 19명이 '만족'을 표했다. 치매와 거리가 먼 대학생들이 치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이화여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신현경(23)씨는 "할머니께서 했던 말을 수없이 반복하셨다"며 "치매 증세가 있는 노인들이 홀로 방치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신씨는 "오전부터 문밖에 나와 몇 시간을 기다리던 할머니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강동구 치매지원센터의 치매 서포터스 프로그램은 9월에 끝난다. 이번 성과를 검토해 추후 프로그램 재개와 확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