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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3> "잘 까먹어" "나이들면 다 그래"…

수로보니게 여인 2013. 5. 4. 15:21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3>

"잘 까먹어" "나이들면 다 그래"… 이런 말 오가면 치매 早期검진 필요

특별취재팀  

입력 : 2013.05.04 02:59

[3] 빨리 발견하면 이긴다… 최대의 敵은 애써 외면하는 나 자신

초기증상, 일상대화서 충분히 의심 가능하지만 쉽게 지나쳐
함께 모여서 취미·봉사 등 새로운것 배우면 뇌 건강에 도움
타인 자주 만나면 자신의 이상 행동 발견할 확률도 높아져

 

주부 이선미(가명·52)씨는 작년 2월 병원을 찾았다가 치매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1년여 전부터 기억력 감퇴 현상이 시작됐다. 주로 자주 쓰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 했다. 적금 통장을 찾아 온 집안을 뒤졌고, 외출 전 휴대폰을 찾느라 한참을 허비하다 냉장고 안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다 '약속 자리에 왜 안 오느냐'는 전화를 받은 일도 있다. 이씨가 친구들에게 이런 증상을 토로하면 언제나 똑같은 말이 돌아왔다. "얘, 나도 똑같아. 우리 나이가 그런 나이라더라."


"나이 탓"이라며 웃어넘기던 이씨의 치매 발견은 우연이었다. 남편이 건망증이 심해졌다며 병원을 찾을 때 동행했던 이씨도 별생각 없이 같이 검사를 받았다. 남편은 정상이었지만 이씨는 MRI(자기 공명 영상) 촬영 결과 미세한 뇌 위축이 발견됐다.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였다. 곧장 약을 먹기 시작한 이씨는 지난달 기억력 검사에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서 더 진행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뇌 위축 현상의 완치는 어렵지만, 상태가 더 악화하지는 않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김희진 한양대 의대 교수는 "치매는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치매 초기 증상을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린다"고 말했다.

직장에 나가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주부는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 말 김 교수로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60대 여성은 4년 전부터 치매를 앓았지만 본인은 물론 가족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반면 2010년 치매 진단을 받은 한 60대 남성은 치매를 조기 발견했다. 팬션을 운영하던 이 남성은 거스름돈 계산을 자꾸 틀려 자기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치매를 조기 발견하려면 주변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본인에게 생긴 변화를 다른 사람들이 더 빨리 눈치 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 '요즘 좀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한 번쯤 증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라고 권한다.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취미 생활, 봉사 활동이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동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이상 행동이 눈에 띌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매 조기 발견의 가장 큰 적(敵)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치매 증세를 농담으로 넘겨버리거나 애써 무시하고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김희진 교수는 "자신의 판단이나 기억에 문제가 생긴 걸 쉽게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40∼50대 이른 나이에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더 숨기려 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1주일째 책가방을 안 챙겨준 40대 엄마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약물치료를 권했는데 남편이 알까 겁난다며 치료를 포기했다"면서 "이런 잘못된 인식이 치매를 더 심각한 문제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초기 증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도 치매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해 하고 긴장하거나, 불면증, 화를 자주 내는 것은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다. 실제로 많은 치매 환자가 증상을 잘못 알고 치매약 대신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체중이 이유 없이 빠지는 증세는 다른 여러 성인병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치매 증상 리스트를 이용한 자가(自家) 테스트만 믿는 것도 위험하다. 자가 테스트에서는 치매 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 안전한 점수가 나와도, 실제로는 치매가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또 치매 증상은 중증이 되기 전까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수시로 나타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치매 증상을 충분히 숙지하고, 증상이 일정 기간 반복되면 병원을 찾아 CT(컴퓨터 단층 촬영)나 MRI(자기 공명 영상), PET(양전자 단층 촬영)를 이용해 뇌를 촬영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명단

머리에서 뇌 떠받드는 '뇌척수액' 측정…

특정 물질(아밀로이드·Amyloid) 농도 낮으면 치매 될 가능성

입력 : 2013.05.04 02:59

치매 조기진단 어떻게 하나

 

치매를 조기 진단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진행된 치매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CT(컴퓨터 단층 촬영), MRI(자기 공명 영상) 등으로 뇌를 촬영해 뇌의 이상을 발견해도 손상된 뇌를 복원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치매가 시작되는 것은 증상 발현 25년 전부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08년 발족한 치매 연구조직인 다이안(DIAN)은 미국·영국·호주의 가족성 알츠하이머 치매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치매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은 이미 증상 발현 25년 전부터 뇌척수액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치매에 걸릴 사람들은 최소 25년 전부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평균 70~75세에 증상이 나타나는 치매가 실은 50세 무렵부터 뇌 속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엄밀히 말해 치매 조기 진단이라고 한다면 이 정도 단계에서 뇌의 변화까지 읽어내고 이때부터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며 "실험실 수준이 아니라 임상단계에서 이 같은 검진과 치료가 가능한 단계까지 발전시켜 나가는 게 치매 의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정도 단계에서 치매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PET(양성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나 뇌척수액 측정법을 사용해야 한다. PET 검사를 해보면 치매를 일으키는 나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뇌에 침착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뇌척수액을 검사해 뇌척수액의 아밀로이드 농도가 낮아진 것을 발견하면 치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한다. 뇌척수액은 뇌가 떠 있는 물인데 이 뇌척수액의 아밀로이드 농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아밀로이드가 뇌척수액을 떠나 뇌에 들러붙게 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뇌척수액의 아밀로이드 농도는 낮아지고, 뇌에 침착된 아밀로이드는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아직까진 주로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뿐 일반적인 임상에는 일부만 실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하면서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는 백신을 개발하는 등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나덕렬 교수는 "발병 이전의 조기진단이 가능한 단계에까지 도달한다면 치매도 건강검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명단

치매(癡呆), 바보나 멍청이라는 뜻… "인지장애·저하증式으로 病名 바꿔야"

입력 : 2013.05.04 02:59

부정적 뜻에 조기치료 망설여 국회 등서 개정 나섰지만 실패
日, 2004년 '인지증'으로 변경


	각국의 치매 용어
 
'치매'는 한자로 '어리석을 치(癡)'자에 '어리석을 매(呆)'자를 쓴다. 사전적으로 '바보나 멍청한 정신상태'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용어 자체가 갖는 부정적 의미가 치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매의 특징을 왜곡한 용어 때문에 환자와 가족이 치매를 부끄러운 병으로 인식해 병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려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모(69)씨는 2007년 말수가 줄고 집 밖으로 나가길 꺼리는 아내(66)의 증상을 우울증으로 간주했다가 2년 만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아내가 혹시 치매일까 생각한 적은 있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그사이 아내가 나를 못 알아볼 지경까지 이르렀고 치매 진단 이후엔 부끄러워 어디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치매 초기 증상은 환자와 가족이 가장 먼저 아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면 치매 진단과 치료는 더욱 늦어지고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창원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은 "치매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치매라는 용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06년 치매 대체어를 검토했다. 당시 여러 학회·협회에서 '인지증' '인지저하증' '인지쇠약증' 등을 추천했고, 일반 국민 중에서도 '애기병' '노유증(老幼症)' '노심증(老心症)'을 대체어로 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의학 용어라 함부로 바꾸기 어렵다"거나 "치매 정책이 정착된 후 용어를 바꾸는 게 순서"라는 주장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1년에는 국회에서 치매를 '인지장애증'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치매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됐지만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본지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기획 시리즈를 접한 김일천씨 등 여러 독자가 "우리 의학용어 중 상당수가 일본에서 넘어와 아직도 치매라고 부르는데 고쳐 써야 한다", "뜻이 안 좋은 치매라는 용어는 바꿔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용어 교체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13.05.04 02:59

[3] 빨리 발견하면 이긴다… 치매 아내와 老年 보내는 서소광씨

남편, 5년 전 예전과 달라진 아내 모습 보고 곧장 병원 찾아
"예전처럼 실버극장서 영화 보고, 옷 구경하러 동대문 다녀"
조기 발견해 요양원 비용 안들고, 약값도 月10만원이면 충분

 

장덕례(여·63)씨는 지난 2008년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두 달 만에 65㎏이던 체중이 48㎏까지 빠졌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똑 부러진다'는 말을 듣던 장씨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것이다. 주변에선 "생기가 돌던 (장씨의) 얼굴이 확 늙어 보인다"는 말도 했다.

남편 서소광(70)씨는 아내에게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해 함께 분당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CT(컴퓨터 단층 촬영)와 MRI(자기 공명 영상) 촬영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진단이 나왔다. 장씨는 "아무리 초기라고 해도 치매 걸린 식구 때문에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드라마 장면이 떠올랐다"며 "친구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사람이 없으면 개밥을 먹는다는 얘기까지 해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내 장씨가 치매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지난 지금 서씨는 "조기에 진단을 받는다면 치매는 절망적인 병이 아니다"고 말한다. 장씨를 진료한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서씨 부부는 치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서씨 부부를 만났다. 장씨는 흔히 치매 환자라고 할 때 떠오르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장씨는 주방으로 들어가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끓였다. 서씨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대로 평소에 하던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고 운동을 많이 하면서 처방받은 약을 빼먹지 않고 먹은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처방에 따라 치매 치료제와 뇌혈관 치료제 등 세 가지 약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남편 서소광(왼쪽)씨와 5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 장덕례씨가 자신들의 결혼사진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서씨 부부는 모범적으로 치매를 관리하고 있는 가족으로 꼽힌다. /이명원 기자

서씨 부부의 일상은 아내 장씨가 치매에 걸리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씨 부부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서씨가 운영하는 상패 제작 업체에 나간다. 서씨가 상패를 만들면 장씨는 포장해서 상자에 넣는다. 서씨는 "아내가 치매에 걸리기 전과 다름없이 똑소리 나게 일을 한다"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고, 한 말을 또 하거나 불안해 할 때가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요리와 세탁 등 가사도 여전히 아내 몫이다. 서씨는 "예전처럼 실버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옷 구경, 시장 구경하러 동대문에도 다닌다"며 "부부가 늘 함께한다는 사실만 달라졌다"고 말했다.

치매를 조기 발견한 덕분에 금전적 부담도 덜었다. 우선, 치매를 뒤늦게 발견해 사설 요양원에 들어가게 됐을 경우 감당해야 할 매달 요양비 수백만원 부담이 없다. 치매 환자 한 명을 돌보는 데 연간 1968만원이 든다는 사실은 서씨 부부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서씨는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와 한 달에 10만원꼴로 약값을 낸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집 근처에 있는 용인 치매센터에 가서 운동하고 치매 가족 교육을 받는 것은 모두 무료"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치매 환자와 가족의 상황이 서씨 부부와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치매 환자가 증상 발생 후 첫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2년 반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재팀이 심층 인터뷰한 치매 가족 30가구 가운데 서씨 부부처럼 조기 진단에 성공한 가족은 채 열 가구가 되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김모(여·53)씨의 어머니(82)는 지난 2000년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어머니는 평소 누구보다 온화했던 분인데 갑자기 화를 내고 헛소리를 계속했다"며 "잠을 안 주무시고 6·25전쟁 당시의 기억, 시집 생활에서 힘들었던 점을 밤새도록 얘기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어머니가 치매 환자라는 사실을 5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 그 사이 김씨 어머니의 증상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김씨는 "어머니가 대소변을 못 가리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물론 제대로 거동을 할 수 없어 휠체어에서 생활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개인 간병인에게 매달 250만원을 주고 약값과 병원비, 기저귀값으로 7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김씨는 "형제자매가 '엄마를 잘 못 모셨다. 천벌을 받을 거다'란 소리를 하는데 이럴 때면 억울해서 눈물이 난다"며 "초기에 치매를 발견하지 못한 게 한(恨)이 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치매 초기를 넘어서면, 가족은 날마다 6~9시간 동안 환자를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지키기 위해 매달려 있어야 한다"며 "치매 환자 가족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막대한 요양비를 부담해야 하는 고통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