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피플

386 시인, 김일성·정일·정은을 쏘다

수로보니게 여인 2013. 4. 4. 13:35

 

386 시인, 김일성·정일·정은을 쏘다

입력 : 2013.04.03 03:07

최영미, 北 3대 세습 풍자 시집 내… 남한의 권력자·정치인 이중성 등 이 땅의 모든 '위선'에 날선 비판

386세대의 대표적 시인 중 한 명인 최영미(52)의 풍자 화살이 이번에는 북한의 3대 세습을 과녁으로 삼았다. 시인은 2일 펴낸 자신의 다섯 번째 시집 '이미 뜨거운 것들'(실천문학사)에서 '돼지의 죽음'이란 시를 통해 북의 세습을 통렬하게 조롱한다.
 

/로이터 뉴시스

'할아버지도 돼지,/ 아버지도 돼지,/ 손자도 돼지,// 돼지 3대가 지배하는 이상한 외투의 나라'로 시작하는 이 시는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당시 북한의 기이한 풍경을 최 시인 특유의 시어(詩語)처럼 쓰이는 '돼지'와 다른 동물에 빗대 조소하고 있다. '꽃 속에 파묻힌 아버지를 보며/ 꼬마 돼지가 눈물을 흘린다/ 돼지가 울자/ 농장의 모든 동물들이 통곡한다/ 땅을 치고 가슴을 치며/ 더 울고 싶지만 배가 고파서// 혁명사상으로 불룩한 배를 우러러보며/ 뚱뚱한 수령의 말씀을 받드느라 삐쩍 마른 염소들,/ 영양실조에 걸린 사슴과 강아지들이 격한 울음을 토하고/ 때마침 눈이 내려(…)'

물론 시인의 풍자가 북의 최고지도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아래쪽에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도 시인의 화살을 피하지는 못한다. 시인은 전직 대통령이 목숨을 끊자 장례식을 마련하고 조문을 하는 입장에 처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한다.

'텔레비전으로 최고 통치자의 슬픔이 생중계되는,/ 지금이 그가 가장 약해보이는 순간,/ 눈가의 주름과 뾰루지가 화면에 잡히고/ 검정 조문복을 입고 분향하는/ 엉덩이에서 총알이 튀어나온다/(내 뒤에서 까불지마!)'('권력의 얼굴' 부분)

80년대 학생운동 세대의 내면 기록이었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후, 시인은 지속해서 우리 시대의 우상과 위선을 거침없이 공격하고 비판해왔다. 제목부터 돼지를 내세운 세 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위선적인 지식인들을 돼지와 여우에 빗댔고, 이번 시집 1부에서도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탐욕과 허위에 가득찬 이중인격자들을 공격한다.

 


‘돼지의 죽음’을 썼을 때 시인 최영미는 병원에 있었다. 어머니의 뇌수술 때문이었다. 마침 TV에서는 공교롭게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알리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가장 힘들 때, 풍자는 태어난다.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물론 타인에 대한 이 모든 풍자의 뿌리에는 시인 자신을 향한 풍자와 학대가 있다. 최영미의 시론은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시를 나는 믿지 않는다"는 것. '전성기가 지난 속옷들이/ 빨랫줄에 걸려 있다// 꿈이 빠져나간 주머니. 나란히 접힌 순면 100퍼센트가 슬퍼// 일요일 저녁에 구워먹은 소고기가 적막한 위를 통과하고/ 낡은 나의 자화상을 응시하는 시간'('꿈이 빠져나간 주머니' 부분)

올해가 시인의 등단 20년. 그는 '살았다

사랑했다/ 썼다// 스탕달처럼 단순 명쾌하게/ 생애를 정리할 문장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 더 살아야겠다'('2009년의 묘비명' 전문)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