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있을 뻔한 이야기」(낭독 이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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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존재의 왜소함과 수동성, 그 바스라질 듯한 상태를 질깃질깃하게 보여주는 시, 「있을 뻔한 이야기」에서 ‘부채감이 우리의 존재감이다.’라는 시구를, ‘부채감’이라는 말이 비유적으로 쓰였을 수도 있을 테지만, 실제 빚쟁이의 심사로만 풀어보자. 물질이 마음을 지배하는 세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이 물질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큰 빚을 지면 기가 죽어서 몸도 쪼그라드는 듯해진다. 존재감이 크게 위축된다. 시의 화자는 자발적,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떤 일을 해낼 방도도 없고 힘도 없다. 운명이 남에게 달려 있다. 운명이 남에게 달려 있으니 그건 산다고도 볼 수 없다. 유령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존재감 없는 화자한테 ‘집요하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메시지’, 대부업체 스팸메일 같은 것이 따라붙는다.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유령을 따라붙는 귀신들이라니, 얼마나 지독한 귀신들인가. 유령도 벗어날 수 없는 귀신들! 물(物)로나 심(心)으로나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복되도다! 빚을 진다는 건, 영혼을, 심장을 저당 잡힌다는 것이다.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절망감 속에서도 귀신들을, 그 상황을 유유히 지켜보는 시인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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