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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의 /「있을 뻔한 이야기」

수로보니게 여인 2013. 1. 22. 12:02

 

이현승, 「있을 뻔한 이야기」(낭독 이현승)

 

 


이현승의 「있을 뻔한 이야기」를 배달하며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초입부터 눈도 많이 내렸죠. 겨우내 산야가 훤합니다. 북국의 정취마저 물씬하여 위뜸 살던 백석 시인의 시들이 생각납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친애하는 사물들』은 매력적인 시집이다. 지적이면서 무겁지 않고, 재기 넘치면서 가볍지 않은 시편들이 처처에 포진해 있다. 그 중에서 이 시를 고른 건 ‘채무자’니 ‘판돈’이니 소재들도 친근하고, 시구에서 즉각적으로 전해지는 심경이 어째 딱 내 이야기 같아서이리라. 문제는, 화자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의 대부분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있을 뻔한 이야기’는 시집 해설자가 간파한 대로 ‘있을, 뻔한 이야기’, ‘뻔하게’ 있었던 이야기, 있는 이야기!

자기존재의 왜소함과 수동성, 그 바스라질 듯한 상태를 질깃질깃하게 보여주는 시, 「있을 뻔한 이야기」에서 ‘부채감이 우리의 존재감이다.’라는 시구를, ‘부채감’이라는 말이 비유적으로 쓰였을 수도 있을 테지만, 실제 빚쟁이의 심사로만 풀어보자. 물질이 마음을 지배하는 세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이 물질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큰 빚을 지면 기가 죽어서 몸도 쪼그라드는 듯해진다. 존재감이 크게 위축된다. 시의 화자는 자발적,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떤 일을 해낼 방도도 없고 힘도 없다. 운명이 남에게 달려 있다. 운명이 남에게 달려 있으니 그건 산다고도 볼 수 없다. 유령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존재감 없는 화자한테 ‘집요하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메시지’, 대부업체 스팸메일 같은 것이 따라붙는다.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유령을 따라붙는 귀신들이라니, 얼마나 지독한 귀신들인가. 유령도 벗어날 수 없는 귀신들!

물(物)로나 심(心)으로나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복되도다! 빚을 진다는 건, 영혼을, 심장을 저당 잡힌다는 것이다.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절망감 속에서도 귀신들을, 그 상황을 유유히 지켜보는 시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