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낭송 장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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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이렇게 시작되는 「이니스프리 호도(湖島)」가 중학교 국어과 국정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이니스프리라는 지명도 상큼했고, 지금 여기를 떠나 혼자 어디론가 가리라는 정서도 와 닿았고 리드미컬해서, 내 사춘기 시심(詩心)을 달콤하게 건드렸던 기억이 난다.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이 청년이 됐을 때, 예이츠의 시 「술 노래」 한 구절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가 한 주류회사의 광고 문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이 삼십대 막바지로 접어들 때, 예이츠 시의 한 조각이 별똥별처럼 떨어졌다. 어떤 이는 보고 어떤 이는 못 보았을 것이다. 중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릴 스트립에게 만나기를 청하는 쪽지에 적은 ‘흰 나방 날고/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바로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한 구절이다. 흰 나방이 나니 여름이겠지.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이는 여름이라면 오후 여덟 시쯤?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는 독자를 일상 현실에서 사뿐 뛰어올라, 몽롱하고 아름다운 신화적(동양으로 치면 도가적?) 세계로 끌려들어가게 하는 시다. ‘머릿속에 타는 불 있어’, 그것은 아마도 사랑의 열망이겠지. 그 열망으로 헤매는 마음을 달래려고 어두운 밤 홀로 숲에 들어가 낚시를 한다. 이태백이 놀만한 유유하고 청정한 환경이다. 그만한 여유가 예이츠의시와 삶에 낭만을 허했을 것이다. 비의적 에로티즘의 향기가 싱싱한 비린내처럼 피어오르는 시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를 한 번 더 읽어 본다. 생각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돌아간다. 나흘간의 사랑 뒤 영이별을 한 주인공들의 심경이 이렇지 않았을까? ‘비록 나 늙었어도,/그녀 간 곳을 찾아내어/ 입 맞추고 손 잡으리;/그리하여 얼룩덜룩 긴 풀 사이를 걸으며,/시간과 세월이 다할 때까지 따리라,/달의 은빛 사과,/해의 금빛 사과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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