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을 읽고나서...
이번에 종의 기원을 읽게 된 건 독후감 과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어서였다.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말 다른 과학적 이론이나 공리처럼 받아들였었던 내용들이어서 교과서의 내용만 보고 이해했지만 한번 다윈이 쓴 원래 내용을 읽고 싶어서였기도 하다. 이보다 더욱 종의 기원이 읽고 싶었던 건 내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창조론을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적대적 이론을 제시한 다윈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화론의 발표이후 기정 사실 처럼 받아들여졌던 진화론에 대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서 읽게 됐고 무작정 진화론이 잘못됐다고 하기엔 내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창조론적인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읽으려 했고 무작정 말도 안 된다고 비판하기 보다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윈의 주장을 일단은 수용하려는 생각으로 읽었다. 먼저 책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다윈은 종의 기원에 대해 총 15장에 걸쳐 결론을 내고 있다. 제 1장은 재배, 생육 하에서 생기는 변이에 대한 것으로 옛날부터 있었던 가축의 사육이나 식물의 재배에서 인간에 의해 우수한 종들만 분류되고 이들만을 키우면 그 우수한 종들이 가지고 있던 형질들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생기는 변이 과정이 반복되어 결국 인간의 노력으로 인간에게 유익한 형질의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더 좋은 털을 가진 양이나 더 좋고 많은 열매를 맺는 과수들의 재배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여기서 그는 집비둘기를 예로 들어 집비둘기의 생김새나 날아다니는 모습 등의 행동특성 등 오랜 관찰을 통해 집비둘기가 들비둘기와의 유사성을 들어 이들이 들비둘기 또는 그 변종에서 나왔다고 주장 하고 있다. 제 2장에선 자연 상태에서 생기는 변이에 대한 내용으로 1장 에서처럼 인간이 사육하는 종들만이 아닌 자연 상태의 종들도 나름대로 우수한 형질로의 변이를 거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종이 고정불변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이가 발생하고 그런 변이가 변종을 거쳐 새로운 종으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자연 상태에서도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 없이 이것이 진행된다는 내용이다. 3장은 생존경쟁에 대해 다루었는데 각 종들은 어떤 제약이 없다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증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개체가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이것은 종들이 제한된 환경조건에서 서로 간에 더 많이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경쟁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쟁이 종들과 종들, 동물과 식물 간에도 나타나고 어떤 한 종들 사이에서 그 종의 변종들 간에도 경쟁이 나타나는데 이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하였다. 4장은 자연선택 또는 최적자 생존에 관한 것으로 생존에 유리한 종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들은 살아남기 위해 노력 아닌 노력을 하게 되고 생존한 종들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신체일부의 발달이 새로운 종의 출현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5장은 변이의 법칙으로 기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관이 발달하게 되고 이것이 유전된다는 것으로 4장에서 새로운 종의 출현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기후변이, 상관변이 등에 관해 다루고 있다. 예를 들자면 높은 나무의 잎을 먹기 위해 기린이 노력하다보니 목이 점점 길어지는 변이가 일어나고 이것이 유전되어 더욱 그런 특징이 커져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6장은 앞서의 이론에 대한 난점을 이야기 한다. 즉 어떤 개체에서 새로운 종으로 변화가 일어났다면 왜 화석 등에서 그 중간단계의 종들의 대한 정보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다윈은 변이의 과정에서 이런 종들은 그 특성을 가진 변종이 아닌 새로운 개체와의 경쟁에서 도태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날다람쥐 같은 경우를 보면 그런 중간단계가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7장은 자연선택설에 관한 여러 가지 견해를 다루고 있다. 앞서 기린에 관해 이야기 한 것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개체들 중에서 자연에 적응하거나 어떤 환경에 적합한 형질을 가진 종이 생존경쟁에서 우의를 점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어떻게 보면 여러 개체들 중에서 자연이 그 개체들 중에서 적자를 선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8장은 본능에 관한 내용으로 본능마저도 유전된다고 뻐꾸기 등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
출처: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교육인적자원부, 교육마당, 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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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 대 양육’ 논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최근 사람의 유전자 수가 2만여 개에 불과하여 초파리나 예쁜 꼬마선충 따위의 벌레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과학자들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2001년 인간 게놈프로젝트에서 유전자수가 추정치인 10만개에 크게 못 미치는 3만개로 드러났을 때 한번 크게 놀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수로 사람과 하등동물을 구분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해묵은 ‘본성 대 양육(Nature vs Nurture)’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본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선천론과 그 반대로 환경(양육)과 관계가 깊다고 주장하는 경험론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초창기 ‘본성 대 양육(Nature vs Nurture)’논쟁을 주도한 인물들은 철학자들이었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존 로크(1632-1704)는 사람의 마음을 빈 서판에 비유했다. 로크는 인간의 마음이 아무 개념도 담겨있지 않은 흰 종이와 같으며, 그 내용은 경험에 의해 채워진다고 주장했다. 빈 서판은 본성을 부정하고 양육을 옹호하는 개념인 것이다.
한편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1712-1778)와 독일의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영국의 경험론자들과 달리 인간은 본성을 타고 난다고 주장했다.
1859년 찰스 다윈(1809-1882)은 <종의 기원>을 펴냈다. 다윈에 의해 인간 본성의 보편성이 입증되었다. 그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1822-1911)은 1874년 ‘본성과 양육’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로 인해 유전결정론과 환경결정론의 양 극단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본성 대 양육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골턴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미국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이스(1842-1910)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영감을 얻고 사람의 마음도 신체기관처럼 생물학적 적응을 통해 진화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890년 펴낸 <심리학 원리>에서 본능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동물은 본능의 지배를 받는 반면, 사람은 본능대신에 이성에 의해 지배되므로 사람이 동물보다 지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통념이다. 그러나 제임스는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많은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이 동물의 행동보다 지능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 당시 유행했던 경험론에 도전한 제임스의 본능 개념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1920년대가 되자 제임스의 위세에 눌려있던 경험론 진영에서 빈 서판 개념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미국의 존 왓슨(1878-1958)은 러시아 심리학자 이반 파블로프(1849-1936)의 조건반사 이론을 발전시켜 단지 훈련만으로도 성격을 임의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1856-1939)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문화인류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프란츠 보아스(1858-1942)는 인간을 본성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문화라고 강조했다. 사회학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에밀 뒤르케임(1858-1917)은 사회적 현상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사회학 연구의 기초에 빈 서판 개념을 놓았다.
20세기 들어 공산주의와 나치주의의 출현으로 본성 대 양육 논쟁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공산주의의 사회개조론은 양육을, 나치즘의 생물학적 결정론은 본성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유대인 대량학살에 충격을 받은 과학자들은 환경 결정론에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본성과 양육 논쟁에서 양육 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1958년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1928- )에 의해 극적으로 반전되기 시작한다. 촘스키가 치켜든 선천론의 깃발은 진화심리학들이 승계했다. 진화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생물학적 적응의 산물로 간주한다. 1992년 심리학자인 레다 코스미데스와 인류학자인 존 투비 부부가 함께 편집한 <적응하는 마음>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진화심리학은 하나의 독립된 연구 분야가 된다. 말하자면 윌리엄 제임스의 본능에 대한 개념이 1세기 만에 새 모습으로 부활한 셈이다.
더욱이 1990년부터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됨에 따라 본성과 양육 논쟁에서 저울추가 본성 쪽으로 기울면서 생물학적 결정론이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나 2001년 유전자 수가 예상보다 적은 3만여 개로 밝혀지면서 본성보다는 양육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본성 대 양육 논쟁이 재연되기에 이르렀다.
본성 대 양육 논쟁은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소지가 많다. 하지만 유전과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를 따지는 일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가 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연주자에 의한 것인지를 분석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것인지 모른다. 본성과 양육 다 인간행동에 필수적인 요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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