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없이 살고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멜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 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줄 처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황동규(1938~) '쨍한 사랑노래' 전문
먼 강가에 혼자 하염없이 앉아 있으면
이런 마음자리가 보일까.
그러나 삶은 한나절의 적요(寂寥)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이 우리를 게처럼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것인지.
우리 마음이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봄날이 다 가기전에 마음을 방생하러
강가에나 가야겠다.
마음을 비우겠다는 마음조차 없이.
나희덕<시인>
2004년 5월 29일 신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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