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엔돌핀 팍팍

'쨍한 사랑노래'

수로보니게 여인 2006. 11. 6. 21:16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없이 살고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멜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 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줄 처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황동규(1938~)  '쨍한 사랑노래' 전문

 

   먼 강가에 혼자 하염없이 앉아 있으면

   이런 마음자리가 보일까.

   그러나 삶은 한나절의 적요(寂寥)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이 우리를 게처럼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것인지.

   우리 마음이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봄날이 다 가기전에 마음을 방생하러

   강가에나 가야겠다.

   마음을 비우겠다는 마음조차 없이.

 

                          나희덕<시인>

 

                  2004년 5월 29일  신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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