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엔돌핀 팍팍

'환하면 끝입니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6. 10. 25. 17:11

 

  하늘이 두 뼘쯤 되는 산골짜기 집 마당에

  백촉짜리 백열등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저 집에서 다시 불빛 새어나올 일 없습니다

  장독대 항아리들 다시 빛날 날 없습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을 엉덩이 없습니다

 

  시골집 환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마지막 불빛입니다

 

          정양주(1960~) '환하면 끝입니다' 전문

 

 

      내가 잠시 머물렀던 섬진강변

    제월리 마을은 세 집에 두 집이 빈집이다.

   사람들이 들어있는 집의 경우도 대부분

   할머니나 할아버지 한 분씩만 산다.

   산골짜기 집 마당에 백열등이 주렁주렁 

   환하게 밝혀지면 축제다.

   고단했던 한 생애가 끝나고,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살았던 살붙이들이 찾아와

   액자 속의 얼굴 앞에 소주 한 잔을 붓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새벽녘엔 언젠가

   자신들도 들어설 그 길로 서둘러 떠나간다.

   살아서 먹었던 밥들, 장독안의 묵은 된장과,

   토방 시렁 위의 사진들과 수저통 속

   몇벌 수저들과 이별할 뿐인데......

   백열전구 불빛 환하게 빛나는 

   이 축제는 슬프다. 

                     

                         곽재구<시인>                         

'´˝˚³οο엔돌핀 팍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쨍한 사랑노래'  (0) 2006.11.06
'느낌'  (0) 2006.11.02
'몸의 신비, 혹은 사랑'  (0) 2006.10.20
홀로서기  (0) 2006.10.18
목계장터  (0) 200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