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 뼘쯤 되는 산골짜기 집 마당에
백촉짜리 백열등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저 집에서 다시 불빛 새어나올 일 없습니다
장독대 항아리들 다시 빛날 날 없습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을 엉덩이 없습니다
시골집 환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마지막 불빛입니다
정양주(1960~) '환하면 끝입니다' 전문
내가 잠시 머물렀던 섬진강변
제월리 마을은 세 집에 두 집이 빈집이다.
사람들이 들어있는 집의 경우도 대부분
할머니나 할아버지 한 분씩만 산다.
산골짜기 집 마당에 백열등이 주렁주렁
환하게 밝혀지면 축제다.
고단했던 한 생애가 끝나고,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살았던 살붙이들이 찾아와
액자 속의 얼굴 앞에 소주 한 잔을 붓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새벽녘엔 언젠가
자신들도 들어설 그 길로 서둘러 떠나간다.
살아서 먹었던 밥들, 장독안의 묵은 된장과,
토방 시렁 위의 사진들과 수저통 속
몇벌 수저들과 이별할 뿐인데......
백열전구 불빛 환하게 빛나는
이 축제는 슬프다.
곽재구<시인>
'´˝˚³οο엔돌핀 팍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쨍한 사랑노래' (0) | 2006.11.06 |
---|---|
'느낌' (0) | 2006.11.02 |
'몸의 신비, 혹은 사랑' (0) | 2006.10.20 |
홀로서기 (0) | 2006.10.18 |
목계장터 (0) | 2006.10.13 |